2025년 7월 30일 (수) 왜노자A 다이아리



7월을 마무리하는 뉴스레터는 일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가 보내드립니다.
#왜노자 ダイアリー
참의원 선거에 대한 인상 


참정당 라이징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를 표방하는 참정당(参政党, 산세이토)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냄. 요즘 세상에 극우가 유행이라는데, 드디어 열도에 그 유행이 도래한 거임.

고인이 된 아베 신조 총리(2012~2020)나 자민당은 그다지 극우를 표방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 참정당 라이징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그럼 나도 극우나 해볼까?'하고 대체로 극우는 뭐하는건지 다시 생각해봤는데, 주로 민족이라는 개념을 가져오는 것 같음. 참정당도 “일본인 퍼스트 (日本人 ファースト)” 라는 말을 걸었었음. 현대 일본어특** “XX 퍼스트” 라는 표현을 좋아함. 

암튼 민족이라니… 한국인으로서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서 익숙하긴 하지만은 그 개념이 사실일 거라고 믿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여기서 이게 먹힌다는 게 웃김. 민족이라는 개념을 믿는대도 그게 내 후생에 그다지 유용한지도 모르겠어서 1트*만에 포기함. 포기는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참정당의 정책. (1) 일본인을 풍요롭게 한다 (2) 일본인을 끝까지 지켜낸다 (3) 일본인을 키운다.
모든 공약이 “일본인”으로 시작하는 게 놀라움; 일본어에서 이 정도로 일본인이라는 단어가 집중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잘 없음.


놀랍게도 극우정당인 참정당의 정책 중에 하나는 한국인의 정서로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 왜냐면 공통된 타깃이 있어서.

역사를 모르기는 몰라도, 예전에 열도에서 극우적인 발상을 한다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출신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을 깔고 갔을 거임. 그러나 시대는 바뀌어서 재일교포들의 정체성도 흐려졌고, 나처럼 신규 수입된 애들은 대단히 수가 적음. 또 한국은 한류나 K-컬쳐 덕분에 이미지가 점점 좋아지는 부분도 있어서 걸고넘어질만한 집단이 아님.

그럼 생활양식이나 정체성의 차이가 눈에 띄고, 유입이 많으며, 경제나 사회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집단은? 중국인임. 참정당 라이징과 관련한 뉴스에서 나오는 말이 “중국인 집주인” 임.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봤쥬?

참정당 후보의 공약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치지(억제)".
외국인이라 쓰지만 실질은 중국인이라 읽어야 일본어 독해를 잘하는 것.
그럼 일본에서 중국인 집주인에 대한 반감은 왜 있는 걸까?

거시적으로는 이제 중국이 일본보다 경제규모가 크다는 데서 오는 반감도 있을 거고, 또 원래 반중감정하면 일본이 옛날부터 먹어줬었는데 거기에 요즘은 안보 관련으로도 민감함.

미시적으로는 생활양식에 대한 차이가 걱정이 될 수 있겠고, 뭣보다 인플레이션이 닥쳐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 집값에 민감해짐. 

그치만 개별 거래를 상상해보면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임. 신용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다는 전제 아래, 중국인 집주인들이 있다는 건 누군가 그 중국인들에게 집을 판 사람이 있단 건데 그거 대체로 일본회사, 일본인 아닌가?

중국인 구매자가 현금을 싸들고 왔다면 그 현금에 시부사와 에이이치* 대신에 마오쩌둥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음. 적절한 실거래 사례를 만들어준 게 일본경제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뭐가 나쁜지. 또 중국인 집주인이 미운거면 그들이 있게 한 매도자도 미워해야하는 거 아닌가? 극우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적절한 매수자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를 거절하는 게 애국적인 행위겟지? 진짜 보통은 아니다.

닛케이 신문이 조사한 “오시팬(推しファン)*” 순위. 왼쪽은 정당 순위, 오른쪽은 정치인 순위. 참정당이 1위를 했다.

투표율 상승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음. 뭐가 확실한 지표인진 잘모르겠지만, 투표율도 오르고 있고…

아마도 큰형님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나와서 공공연하게 삥을 뜯고, 외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ㅋㅋ 쌀값이 폭등해서 그런가… 이젠 “정치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듯. 사실 회사에서 회식할 때 어떤 아저씨가 저런 표현을 써서 약간 뇌피셜인가 하긴 했는데 선거에서 진짜 투표율이 높게 나와서 신기했음.

하필 투표율 상승과 참정당 라이징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은 반갑지는 않은 우연이라고도 생각하고. 후자는 찬동할 수 없지만 사실 한국어로는 익숙한 '팬덤정치'의 도입이라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임.
비축미 시식 먹방을 찍는 고이즈미 신지로.
그런 거 보면 고이즈미 신지로(44)가 총리가 될 날도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음.

한국인들은 직선제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다보니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일본 총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연상하기 마련인데, 그동안 일본에선 그렇지 않았음.

그러나 투표율이 올라서 정치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투표로서 좀 더 빠른 경로로 전달된다면 일본 정당들도 대중성을 더욱 의식하게 될거고, 정치인 개인의 커리어 측면에서도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길 듯.

이런 부분에서도 이시바는 역시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총리는 아니었던 듯.

- 끝 

*~특: ~ 특성상
* 1트: 1st try
* 시부사와 에이이치: 1만엔권 지폐에 얼굴이 들어간 근대 일본 경제인
* 오시팬(推しファン): 찐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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