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의 친동생 앤드루 전 왕자가 오늘 결국 구속됐습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때문입니다.
오늘, 엘리자베스 전 여왕이 아끼던 둘째 아들이자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씨가 영국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공인의 신분으로 미국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놀아나며 부적절한 행위(misconduct)를 했다는 혐의입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5년 전에 암시했던 것처럼요.
(앤드루는 작년 가을 왕실에서 쫓겨나 공식적으로 더 이상 왕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공적으로는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줄여서 '마운트배튼-윈저' 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앤드루라고 부르겠습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2월 29일 목요일 아침 8시 경찰관들이 앤드루의 거처인 샌드링엄 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사복 경찰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습니다. 두 시간 후 템스 밸리 경찰서는 아주 담백한 보도자료를 하나 발표합니다.
"템스밸리 경찰은 공직상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 한 건을 개시했습니다.
이 수사의 일환으로 오늘(2월 19일) 오전 약 8시경, 노퍽 출신의 60대 남성 한 명을 공직상 비위 혐의로 체포했으며 버크셔와 노퍽 소재 주소지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 국왕의 동생을 '60대 남성 한 명(a man in his sixties)'이라고 평민 취급하는 것을 보니 영국 공직사회의 기강이 살아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곧이어 찰스3세 국왕도 입장문을 냈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영국 경찰은 국왕이나 왕실에 미리 알리지 않고 앤드루를 체포했다고 합니다. 왕족이라고 이럴 때 특별 대우를 해주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하긴 영국은 역사적으로 재임 중인 왕을 옥에 가두거나 쫓아낸 경우가 많은 나라입니다.
1. 앤드루는 어떤 혐의를 받나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버지니아 주프레 소송입니다. 1983년생인 버지니아 주프레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2009년 미국 뉴욕의 저명인사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 지슬레인 맥스웰을 고발했습니다. 자신이 미성년자(17세)였던 2001년에 이 커플에게 픽업되어 유명인사들에 대한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유명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앤드루 전 왕자였습니다. 그는 앤드루에게 3번 공격당했다고 언론과 고발장에 말했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앤드루와 주프레이고, 뒤에 서 있는 여자가 맥스웰입니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며 다른 범행들도 드러난 엡스타인과 맥스웰은 감옥에 갔고, 엡스타인은 2019년 감옥에서 자살했습니다. 맥스웰은 여전히 수감 중이며 앞으로 수십 년은 못 나올 예정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주프레 씨는 2021년 앤드루 전 왕자에게도 별도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앤드루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보상금 지급에만 합의했습니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영미권 소송에서 흔히 있는 경우입니다. 이상하게도 주프레는 작년 4월 거주지인 호주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단, 주프레 씨 죽음의 정황이 미심쩍긴 하지만 앤드루 전 왕자가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이번 영국 경찰의 수사는 주프레 씨 사건이 아니라 공직 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BBC의 추측입니다.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그에게 영국 정부의 기밀을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군이 주둔 중이던 아프가니스탄 헬맨드 지역 투자 가능성에 대한 메모를 엡스타인에게 유출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또 영국언론은 애초에 앤드루가 영국 정부의 투자 대사가 된 것도 엡스타인이 자신의 절친인 피터 만델슨 전 장관(노동당 거물)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찰스 황태자는 플레이보이 동생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만델슨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했다는 설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영국왕실이 엡스타인에게 놀아났다는 얘기가 됩니다.
2. 앤드루 체포 장소는
영국 왕실은 영국 곳곳에 영지가 있습니다. 왕실의 주 거처는 윈저 성이지만 앤드루는 윈저 성에서 쫓겨나 샌드링엄 영지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왕실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별장입니다.

3. 앤드루는 무슨 공직에 있었나
앤드루 전 왕자는 사실 이 스캔들 이전까지 국내외적인 이미지가 매우 좋은 왕족이었습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에서 짧은 전쟁을 했을 때 22세였던 그는 헬리콥터 조종사로 직접 참전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쟁에서 영국은 대승을 거뒀고 앤드루도 유명해졌습니다.
2000년대에는 영국 정부의 무역투자청 특별 대표로 활동하며 특급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영국에 대한 인바운드 투자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해 일했고, 또 여왕의 친아들로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실질적으로 대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습니다.

2001년 부산 신선대 방문 (국제신문 사진)

2005년 청와대 방문

2008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방문

2019년 안동 하회마을 방문.
이건 뭐...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많이 돌아다녔네요.
4. 앤드루와 엡스타인은 얼마나 친밀했나
앤드루 전 왕자는 2019년 BBC 방송 인터뷰에서 공직 은퇴를 선언하며, 엡스타인과는 그저 1년에 한두 번 정도 보는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엡스타인을 통해 얻은 인맥이 본인의 직무(무역투자청 특별 대표)에 큰 도움이 됐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전 세계 수 많은 거물들이 엡스타인의 클라이언트였으니까요.

2018년 빌 게이츠와 런던에서 만난 앤드루 전 왕자와 찰스 현 국왕.
빌 게이츠와도 엡스타인 인맥으로 엮이네요.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 기록을 보면, 앤드루는 엡스타인 개인 소유 섬에도 놀러갔고, 여성 위에 엎어져서 찍힌 사진도 있으며, 심지어 엡스타인과 맥스웰 커플을 영국 왕실의 영지로 초대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네트워킹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앤드루의 2019년 BBC 인터뷰는 이렇게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그의 명예가 아예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왕실에서도 그의 왕족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다 큰 어른이 17세 여성과 놀아난 것도 문제지만, 그 잘못을 덮기 위해 공중파 TV에 나와 뻔뻔한 거짓말까지 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고 여겨진 것 같습니다.
5. 앞으로의 수사는?
일단 이번 구속은 일시적이며 곧 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이 공식 수사를 시작했고 국왕까지 힘을 실어줬으니 어떤 혐의로도 기소는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사건은 앤드루 뿐 아니라 엡스타인 파일에 나오는 다른 유력인사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 같습니다. 영국 왕의 친동생까지 수사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피해갈 수 있을까요?
우연인지도 모르겠으나, 오늘 인도 델리의 AI 서밋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빌 게이츠는 앤드루 체포 소식을 듣고 연설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관심이 이쪽으로 쏠릴까봐'가 그가 밝힌 이유입니다.
이 사건은 이제 시작입니다.
6. 영국 왕의 형제가 구속당한 전례가 있나?
영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지간에 형제자매간에 왕위 다툼을 벌이다 옥에 갇히거나 죽는 일은 허다합니다. 그러나 왕위와 상관 없는 범죄 혐의로 왕의 형제가 구속되거나 처벌받는 일은 드뭅니다.
영국의 경우, 마지막으로 감옥에 간 왕은 찰스1세입니다. 의회와 대립하다가 내전에서 패배하고 1647년 감금, 이듬해 사형 당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왕의 형제가 붙잡힌 사례는 약 30년 후인 1679년과 1688년에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찰스 1세의 차남이자 찰스 2세의 동생인 제임스 2세(당시 요크 공)입니다.

17세기의 제임스 2세는 2026년 앤드루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 두 사람 모두 당시 왕(친형)의 이름이 찰스입니다 (찰스2세 vs. 찰스3세)
- 앤드루만큼이나 제임스2세도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합니다.
- 체포된 정황도 비슷합니다. '공직에 있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였으나 제임스2세는 개인적으로 가톨릭을 믿었습니다. 결혼도 가톨릭 지역인 이탈리아 모데나 왕가의 여성과 했습니다. 프랑스 등 가톨릭 국가들의 침략을 두려워한 영국 귀족들은 제임스2세를 붙잡고 스코틀랜드로 추방, 왕위 계승 자격을 박탈하려 했습니다. 제임스2세는 형이 죽고나서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결국 귀족들에게 '명예 혁명'을 당해 프랑스로 도망가려다가 2번째로 붙잡혔습니다.
- 제임스2세(당시 40세)의 재혼 상대는 15세 이탈리아 여자였습니다. 이번에 앤드루 전 왕자가 버지니아 주프레를 만났을 때 이들은 각각 41세와 17세였습니다.
제임스2세 스캔들, 즉 '명예 혁명(1688)'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의회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이번 앤드루 스캔들 역시 영국이란 나라와 영국 국민들에게 새옹지마 이벤트가 되길 바랍니다.
- OR
영국 왕의 친동생 앤드루 전 왕자가 오늘 결국 구속됐습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때문입니다.
오늘, 엘리자베스 전 여왕이 아끼던 둘째 아들이자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씨가 영국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공인의 신분으로 미국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놀아나며 부적절한 행위(misconduct)를 했다는 혐의입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5년 전에 암시했던 것처럼요.
(앤드루는 작년 가을 왕실에서 쫓겨나 공식적으로 더 이상 왕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공적으로는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줄여서 '마운트배튼-윈저' 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앤드루라고 부르겠습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2월 29일 목요일 아침 8시 경찰관들이 앤드루의 거처인 샌드링엄 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사복 경찰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습니다. 두 시간 후 템스 밸리 경찰서는 아주 담백한 보도자료를 하나 발표합니다.
현 국왕의 동생을 '60대 남성 한 명(a man in his sixties)'이라고 평민 취급하는 것을 보니 영국 공직사회의 기강이 살아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곧이어 찰스3세 국왕도 입장문을 냈습니다.
영국 경찰은 국왕이나 왕실에 미리 알리지 않고 앤드루를 체포했다고 합니다. 왕족이라고 이럴 때 특별 대우를 해주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하긴 영국은 역사적으로 재임 중인 왕을 옥에 가두거나 쫓아낸 경우가 많은 나라입니다.
1. 앤드루는 어떤 혐의를 받나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버지니아 주프레 소송입니다. 1983년생인 버지니아 주프레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2009년 미국 뉴욕의 저명인사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 지슬레인 맥스웰을 고발했습니다. 자신이 미성년자(17세)였던 2001년에 이 커플에게 픽업되어 유명인사들에 대한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유명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앤드루 전 왕자였습니다. 그는 앤드루에게 3번 공격당했다고 언론과 고발장에 말했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앤드루와 주프레이고, 뒤에 서 있는 여자가 맥스웰입니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며 다른 범행들도 드러난 엡스타인과 맥스웰은 감옥에 갔고, 엡스타인은 2019년 감옥에서 자살했습니다. 맥스웰은 여전히 수감 중이며 앞으로 수십 년은 못 나올 예정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주프레 씨는 2021년 앤드루 전 왕자에게도 별도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앤드루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보상금 지급에만 합의했습니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영미권 소송에서 흔히 있는 경우입니다. 이상하게도 주프레는 작년 4월 거주지인 호주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단, 주프레 씨 죽음의 정황이 미심쩍긴 하지만 앤드루 전 왕자가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이번 영국 경찰의 수사는 주프레 씨 사건이 아니라 공직 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BBC의 추측입니다.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그에게 영국 정부의 기밀을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군이 주둔 중이던 아프가니스탄 헬맨드 지역 투자 가능성에 대한 메모를 엡스타인에게 유출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또 영국언론은 애초에 앤드루가 영국 정부의 투자 대사가 된 것도 엡스타인이 자신의 절친인 피터 만델슨 전 장관(노동당 거물)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찰스 황태자는 플레이보이 동생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만델슨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했다는 설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영국왕실이 엡스타인에게 놀아났다는 얘기가 됩니다.
2. 앤드루 체포 장소는
영국 왕실은 영국 곳곳에 영지가 있습니다. 왕실의 주 거처는 윈저 성이지만 앤드루는 윈저 성에서 쫓겨나 샌드링엄 영지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왕실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별장입니다.
3. 앤드루는 무슨 공직에 있었나
앤드루 전 왕자는 사실 이 스캔들 이전까지 국내외적인 이미지가 매우 좋은 왕족이었습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에서 짧은 전쟁을 했을 때 22세였던 그는 헬리콥터 조종사로 직접 참전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쟁에서 영국은 대승을 거뒀고 앤드루도 유명해졌습니다.
2000년대에는 영국 정부의 무역투자청 특별 대표로 활동하며 특급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영국에 대한 인바운드 투자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해 일했고, 또 여왕의 친아들로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실질적으로 대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습니다.
2001년 부산 신선대 방문 (국제신문 사진)
2005년 청와대 방문
2008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방문
2019년 안동 하회마을 방문.
이건 뭐...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많이 돌아다녔네요.
4. 앤드루와 엡스타인은 얼마나 친밀했나
앤드루 전 왕자는 2019년 BBC 방송 인터뷰에서 공직 은퇴를 선언하며, 엡스타인과는 그저 1년에 한두 번 정도 보는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엡스타인을 통해 얻은 인맥이 본인의 직무(무역투자청 특별 대표)에 큰 도움이 됐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전 세계 수 많은 거물들이 엡스타인의 클라이언트였으니까요.
2018년 빌 게이츠와 런던에서 만난 앤드루 전 왕자와 찰스 현 국왕.
빌 게이츠와도 엡스타인 인맥으로 엮이네요.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 기록을 보면, 앤드루는 엡스타인 개인 소유 섬에도 놀러갔고, 여성 위에 엎어져서 찍힌 사진도 있으며, 심지어 엡스타인과 맥스웰 커플을 영국 왕실의 영지로 초대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네트워킹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앤드루의 2019년 BBC 인터뷰는 이렇게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그의 명예가 아예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왕실에서도 그의 왕족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다 큰 어른이 17세 여성과 놀아난 것도 문제지만, 그 잘못을 덮기 위해 공중파 TV에 나와 뻔뻔한 거짓말까지 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고 여겨진 것 같습니다.
5. 앞으로의 수사는?
일단 이번 구속은 일시적이며 곧 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이 공식 수사를 시작했고 국왕까지 힘을 실어줬으니 어떤 혐의로도 기소는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사건은 앤드루 뿐 아니라 엡스타인 파일에 나오는 다른 유력인사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 같습니다. 영국 왕의 친동생까지 수사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피해갈 수 있을까요?
우연인지도 모르겠으나, 오늘 인도 델리의 AI 서밋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빌 게이츠는 앤드루 체포 소식을 듣고 연설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관심이 이쪽으로 쏠릴까봐'가 그가 밝힌 이유입니다.
이 사건은 이제 시작입니다.
6. 영국 왕의 형제가 구속당한 전례가 있나?
영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지간에 형제자매간에 왕위 다툼을 벌이다 옥에 갇히거나 죽는 일은 허다합니다. 그러나 왕위와 상관 없는 범죄 혐의로 왕의 형제가 구속되거나 처벌받는 일은 드뭅니다.
영국의 경우, 마지막으로 감옥에 간 왕은 찰스1세입니다. 의회와 대립하다가 내전에서 패배하고 1647년 감금, 이듬해 사형 당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왕의 형제가 붙잡힌 사례는 약 30년 후인 1679년과 1688년에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찰스 1세의 차남이자 찰스 2세의 동생인 제임스 2세(당시 요크 공)입니다.
17세기의 제임스 2세는 2026년 앤드루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 두 사람 모두 당시 왕(친형)의 이름이 찰스입니다 (찰스2세 vs. 찰스3세)
- 앤드루만큼이나 제임스2세도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합니다.
- 체포된 정황도 비슷합니다. '공직에 있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였으나 제임스2세는 개인적으로 가톨릭을 믿었습니다. 결혼도 가톨릭 지역인 이탈리아 모데나 왕가의 여성과 했습니다. 프랑스 등 가톨릭 국가들의 침략을 두려워한 영국 귀족들은 제임스2세를 붙잡고 스코틀랜드로 추방, 왕위 계승 자격을 박탈하려 했습니다. 제임스2세는 형이 죽고나서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결국 귀족들에게 '명예 혁명'을 당해 프랑스로 도망가려다가 2번째로 붙잡혔습니다.
- 제임스2세(당시 40세)의 재혼 상대는 15세 이탈리아 여자였습니다. 이번에 앤드루 전 왕자가 버지니아 주프레를 만났을 때 이들은 각각 41세와 17세였습니다.
제임스2세 스캔들, 즉 '명예 혁명(1688)'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의회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이번 앤드루 스캔들 역시 영국이란 나라와 영국 국민들에게 새옹지마 이벤트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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