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트럼프 승리에 큰 돈을 걸었던 프랑스인, The French Whale 기억하시나요.
그는 그저 감으로 베팅한 게 아니었습니다. 학술논문을 읽고 그 이론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프랑스 고래는 오호츠크 뉴스레터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사람입니다. 기억이 안나시면 우선 이 기사를 읽어보세요.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폴리마켓' 온라인 베팅 사이트에서 트럼프 승리에 베팅해 1200억 원을 벌었습니다.
처음엔 베팅 사이트의 승률을 조작하기 위한, 트럼프 캠프의 홍보 캠페인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있었지만 (오호츠크는 음모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곧 당사자가 나타나 언론 인터뷰를 하고 해명했습니다. 자신은 단지 돈을 벌려고 베팅했다고요.
미국 언론은 그에게 '프랑스 고래(The French Whale)'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보통 주식시장의 큰 손을 고래라고 부르죠.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을 테오(Théo)라 지칭했습니다. 본명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트럼프 승리가 당연해보이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에는 해리스가 유리하다고 나온 결과가 많았습니다. 도박사이트들은 트럼프의 우세를 보여주는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승부를 예측하긴 어려웠습니다. 폴리마켓에서 선거 전날의 승률은 트럼프 60% vs. 해리스 40% 정도로 나왔지요. 거의 반반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테오는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트럼프에 올 인 베팅을 했을까요.
답은 '논문 읽기'였습니다. WSJ, Bloomberg, The Free Press, The Block 등에 실린 내용을 종합해 테오의 승리 비결을 정리해봤습니다.
- 테오는 프랑스 국적입니다. 이런 식의 투자와 베팅 경험이 많고 금융업계에서 직접 일한 경력도 있는 사람입니다.
- 테오는 본명을 밝히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가족, 아이들조차도 아빠가 얼마나 부자인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있기를 원합니다. WSJ와 줌 인터뷰를 할 때 그는 회색 나이키 스웨터(우리 식으로 말하면 맨투맨)를 입고 턱수염을 짧게 기르고 있었습니다.
- 테오는 도박 사이트에서 큰 금액을 베팅해본 경험이 많지만 선거 관련 베팅은 처음이었다 합니다. 다만 2016년과 2020년의 선거 결과를 봤을 때 분명 이번에도 여론조사가 민주당 측에 호의적으로 편향되어있을 거라고 봤고, 주변의 미국인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남에게 잘 밝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트럼프에 돈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테오가 처음 사용한 아이디는 Fredi9999 입니다. 베테랑 도박사 답게 그는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여러 번에 나누어 베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워낙 큰 금액이다보니 눈에 띄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측이 Fredi9999의 베팅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테오는 아이디 여러 개를 더 만들었습니다.
- 그 때 만든 아이디는 PrincessCaro, Jenzigo, RepTrump 등이었습니다. (이 중 RepTrump라는 말 때문에 트럼프 캠프 측의 홍보용 조작 아니냐는 음모론이 퍼진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표'라는 뜻이라서요.)
- 테오는 단순히 최종 트럼프 승리(Electoral College vote)에만 돈을 건 게 아닙니다. 그는 전국 득표수(popular vote)에서도 트럼프가 해리스를 앞선다는 데 돈을 걸었습니다. 또 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3개 스윙스테이트의 선거 결과에도 따로따로 돈을 걸었습니다.
- 테오가 이렇게 과감한 베팅을 한 데에는 놀라운 실행력이 있었습니다. 감만 믿고 지르지 않았습니다.
- 그는 선거 3주 전인 10월 15일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YouGov에 개인적인 의뢰를 했습니다.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을 믿기 어렵고 샤이 트럼프 표를 포착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내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 그 방식은 '소셜 서클 조사(social circle polling)'입니다. 소셜 서클 조사란, "당신은 누구를 뽑겠습니까?"라고 묻는 게 아니라 "당신 주변 사람들은 누구를 뽑겠다고 하나요? "라고 묻는 것입니다. 원래 자기 속마음은 솔직하게 얘기하기 어렵지만 남의 얘기는 쉽게 할 수 있죠.

- 소셜 서클 조사는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방식입니다. 특히 학자들이 미국 2016년 트럼프 vs. 클린턴 대선을 두고 소셜 서클 조사의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언론사들이 시행하는 여론조사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테오는 논문을 읽고 이 방법을 사용해보자 생각했다 합니다. 자기 전 재산을 건 베팅이니 특별한 노력을 한 것입니다.
- 언론사나 정당이나 기업이 아닌, 일반 개인이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또 있었을까요? 의뢰를 받은 YouGov 관계자는 '돈을 준다니 조사해주겠지만, 과연 이게 쓸모가 있을까?'라 생각했다 합니다. 물론 테오가 베팅 때문에 이 조사를 의뢰했다는 건 알지 못했습니다.
- 조사를 의뢰하기 전 테오가 트럼프 승리에 베팅한 돈은 3000만 달러(420억 원). YouGov로부터 소셜 서클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후, 더욱 확신을 갖고 총 8000만 달러(1120억 원)까지 금액을 올렸습니다. 그러기 위해 자기가 가진 재산을 전부 유동화했습니다. 사는 집도 팔거나 담보로 잡았단 얘기지요.
-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트럼프가 앞서고 있었다 해도 선거날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쓰러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암살 시도도 두 번 있었죠. 그런 경우 테오가 베팅한 돈은 다 날아갑니다. 테오는 WSJ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 surprise can always happen.(놀랄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죠.)" 세상 어떤 일에도 100% 확신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엔 그야말로 '인생 뭐 있냐? YOLO 가즈아!'를 외친 것입니다.
- 선거 결과, 소셜 서클 여론조사에서 봤던 대로 트럼프가 선거에서 깨끗이 승리했습니다. 테오는 자기가 건 돈의 2배 이상인 1200억 원을 벌었습니다.
- 하지만 아직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세무당국이 이 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액수가 너무 크고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된 건이다보니 세무서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 프랑스에서 블랙잭, 룰렛, 슬롯머신 같은 종류의 온라인 도박은 불법입니다. 반면 포커, 스포츠 베팅, 경마는 합법입니다. (왜 블랙잭과 포커를 차별하는지 웃기네요.) 정치 베팅은? 모릅니다. 선거 결과에 베팅하는 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는 법에 미리 정해진 바가 없었다 합니다.
- 테오는 베팅 전후로 베팅사이트 '폴리마켓' 측과 법적 이슈에 대해 상담을 한긴 했답니다. 명확한 법이 없으니 일단 진행해보자 싶었겠죠. 최근 소식으로는 (11월 22일) 프랑스 세무당국이 폴리마켓을 여전히 조사하는 중이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폴리마켓은 프랑스인들이 자사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가운데 더 이상의 문제가 없도록 예방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 과연 프랑스 정부는 테오의 욜로 베팅을 인정해줄까요? 아마도 세무당국과 테오가 이익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합의하지 않을까 합니다.
-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습니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직접 큰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 업체까지 고용하고 관련 분야 논문까지 찾아 읽어가는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금을 피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트럼프 승리에 큰 돈을 걸었던 프랑스인, The French Whale 기억하시나요.
그는 그저 감으로 베팅한 게 아니었습니다. 학술논문을 읽고 그 이론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프랑스 고래는 오호츠크 뉴스레터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사람입니다. 기억이 안나시면 우선 이 기사를 읽어보세요.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폴리마켓' 온라인 베팅 사이트에서 트럼프 승리에 베팅해 1200억 원을 벌었습니다.
처음엔 베팅 사이트의 승률을 조작하기 위한, 트럼프 캠프의 홍보 캠페인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있었지만 (오호츠크는 음모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곧 당사자가 나타나 언론 인터뷰를 하고 해명했습니다. 자신은 단지 돈을 벌려고 베팅했다고요.
미국 언론은 그에게 '프랑스 고래(The French Whale)'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보통 주식시장의 큰 손을 고래라고 부르죠.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을 테오(Théo)라 지칭했습니다. 본명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트럼프 승리가 당연해보이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에는 해리스가 유리하다고 나온 결과가 많았습니다. 도박사이트들은 트럼프의 우세를 보여주는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승부를 예측하긴 어려웠습니다. 폴리마켓에서 선거 전날의 승률은 트럼프 60% vs. 해리스 40% 정도로 나왔지요. 거의 반반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테오는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트럼프에 올 인 베팅을 했을까요.
답은 '논문 읽기'였습니다. WSJ, Bloomberg, The Free Press, The Block 등에 실린 내용을 종합해 테오의 승리 비결을 정리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