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를 지지한다지만 트럼프 얘기만 하는 뉴욕타임스?

2024-11-04

저는 지금 미국 펜실베니아에 있습니다. 

11월 5일(화)에 있을 미국 대선 전후로 현지 분위기가 궁금해서 이 곳에 오게 됐습니다. 뉴욕을 거쳐서 오늘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주는 카말라 해리스의 승리가 확정적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선거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웠습니다. 해리스든 트럼프든 굳이 뉴욕에서 유세를 자주 할 필요도, 광고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넘어오니 분위기가 다릅니다. 스윙스테이트이다보니 여긴 어딜 가나 선거 광고입니다. 길거리에 대형 광고판도 많고, 전봇대마다 전단지나 소형 광고판이 붙어있습니다. 하다못해 유튜브를 보거나 트위터를 할 때도 선거 광고가 따라옵니다. 그만큼 양쪽 후보가 펜실베니아 주에 홍보비를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해리스 쪽의 광고가 많습니다. 자금력에서 훨씬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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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뉴욕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 뉴욕타임스 주말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뉴욕에는 여러 신문들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부수를 파는 뉴욕포스트(50만부)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신문이며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지지합니다. 반면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뉴욕타임스는 약 30만부를 팔고 있으며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확실하게 해리스를 밀어주고 있는 신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자 뉴욕타임스를 읽어보니 이상한 점이 느껴졌습니다. 지면 전체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 얘기가 훨씬 많은 것입니다.


1면: 트럼프의 막말을 다룬 기사 + 트럼프 사진

2면: 트럼프해리스에 대한 퀴즈

10면: 트럼프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일 것이란 기사

11면: 세계 각국은 둘 중 누구를 선호할까에 대한 기사. 소제목들에선 트럼프의 이름만 2번 언급됨.

12~13면: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말 중 거짓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분석기사

14면: 1면 트럼프 기사의 연장 / JD밴스 사진과 기사 / 해리스 관련 기사에 트럼프 이름도 제목에 함께 언급

16~17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트럼프의 공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분석기사

18면: 일론 머스크와 X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사 (머스크 사진)

19면: 해리스가 노동계층의 지지를 못 얻고 있다는 기사 (트럼프 모자 사진)

22면: 멜라니아 트럼프의 자서전 리뷰 (트럼프 부부 사진)


이렇게 보다시피, 이날 자 뉴욕타임스에는 트럼프 관련 기사와 사진이 해리스 관련 기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아래 사진을 참조해주세요.

특히 12~13면과 16~17면은 각각 2면을 모두 털어서 쓴 대형 분석기사입니다. 모두 트럼프 이야기입니다.

또 22면, 멜라니아 자서전을 리뷰한 기사 역시 한 면 전체를 썼습니다.


물론 이 기사들 대부분은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를 지지하니까요. 그렇긴 해도, 어떻게 이렇게 신문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얘기만 하고 있는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정작 해리스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혹시 토요일자만 이렇게 트럼프 편중적인가 해서 일요일자 신문도 찾아봤습니다. 종이신문을 사지 못해서 온라인에 올라온 각 면 제목들만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일요일자 신문 역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일요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제목에서 해리스의 이름은 4회 언급되었고 (17면, 18면, 28면, SR2면) 트럼프의 이름은 10회 언급됐습니다. (1면에 3회, 28면,  SR2, SR3, SR4, SR8, SR10면, MM11면).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신문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훨씬 더 많이 다루다니.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실 해리스는 알려진 것이 너무 부족한, 미지의 후보입니다. 민주당 경선을 거치지 않고 급작스럽게 후보로 선발되었기에 자신의 생각을 당원들이나 시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적었습니다. 본인도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본인도 이런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유세기간 내내 자신의 철학을 말하기보다는 상대편인 트럼프를 공격하는데에 집중했습니다. 자신을 뽑아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를 뽑으면 안되는 이유를 외치고 다녔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마찬가지 논조를 보여왔습니다.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 후보 해리스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 않아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 없으니, 자신들이 잘 아는 트럼프의 약점만 공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뉴욕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뉴욕에서 보낸 뉴욕 토박인데 비해 해리스는 워싱턴DC 출신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독자인 뉴욕 사람들이 해리스보다 트럼프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합니다. 그 관심이 비록 비호감일지라도요. 반면 해리스는 뉴욕타임스 독자들에게 낯선 인물입니다. 그러니 뉴욕타임스 신문 입장에서는 자기 동네 출신인 트럼프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고보면, 지난 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팀이 발표한 해리스 지지선언문 역시 해리스가 아닌 트럼프에 대한 얘기로 가득차 있네요. 트럼프란 이름이 4회 등장하는 반면 해리스의 이름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래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 "당신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를 알고 있습니다. 그는 지도자로서 부적격입니다. 그를 지켜보세요.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그는 선거를 뒤엎으려 했고, 여전히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낙태권을 뒤집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트럼프 씨의 부패와 불법 행위는 선거를 넘어 그 자체가 그의 정체성입니다. 그는 한계 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그가 재선된다면, 공화당은 그를 제어하지 못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정부를 이용해 반대자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는 대규모 추방이라는 잔인한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는 빈곤층, 중산층, 고용주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입니다. 두 번째 트럼프 임기는 기후를 훼손하고 동맹을 파괴하며 독재자들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미국 국민들은 더 나은 지도자를 요구해야 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이번 리포트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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