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택한 기업들

2025-02-05

지금까지 전 세계 78개 상장 기업이 마이클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리태지처럼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의료 기업, 일본의 호텔 기업 등 지역과 업종을 가르지 않는다.


By Nikou Asgari - The Financial Times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비트코인 수집 기업으로 변신한 미국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많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보안 기업 Coinkite의 데이터에 따르면, 제약회사와 광고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 78개 상장기업이 미국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선례를 따라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설립자 마이클 세일러는 2020년부터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 비트코인을 회사의 주요 준비자산으로 삼았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 믿으며 "우리는 화성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이다. 지난 6개월간 이 회사의 주가 상승률은 비트코인의 상승률마저 뛰어넘었다. 현재 시가총액 870억 달러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 가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9월 말 기준으로 4600만 달러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벤치마크 컴퍼니의 수석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 마크 파머는 "성공은 모방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의 눈에 특별히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업 모델 때문에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들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선례를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은 10만9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비트코인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이 환호한 결과다.

트럼프는 1월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 디지털자산 비축량 창출을 평가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설치했다. 한편 미국 증권감독기관은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수탁하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마이클 세일러 역시 회사의 비트코인 매입을 가속화했다. 그는 11월에 더 많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20억 달러 규모의 부채와 주식을 조달하겠다는 3개년 목표를 제시했다.


비트코인 보유 이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 변화



미국의 소형주 기업 KULR 테크놀로지는 NASA와 미 해군을 고객으로 열에너지 관리 서비스 기업이다. 이들은 지난 12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사업 모델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KULR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모Michael Mo는 "이는 확실히 마이클 세일러의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이사회와 논의했고 우리는 운영 사업과 함께 비트코인 준비금 전략에 뛰어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유 자금의 90%까지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비트코인의 철학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일부 주주들은 새로운 정책이 회사의 주력 사업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KULR은 이후 약 5100만 달러에 해당하는 510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지난 1년여간 부진했던 주가는 12월 말까지 거의 4배 가까이 상승했고, 비트코인 매입 발표 이후 여전히 50% 정도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매입 이후 KULR 테크놀리지의 주가 변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을 매입할 목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번 주 만성질환 탐지 기업 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은 1월에 발행한 전환사채와 투자금 회수를 통해 8850만 달러를 들여 871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주요 준비자산"으로 채택한 이후 이 회사 주가는 120% 정도 급등했다.

'아시아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불리는 일본 기업 메타플래닛Metaplanet은 작년에 호텔 개발에서 '비트코인 준비금 기업'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주가가 2000% 이상 상승하는 보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보유 중인 1762개의 비트코인을 늘리기 위해 1160억 엔(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기업들은 비트코인 매입을 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의 초소형 의료데이터 기업 원메드넷OneMedNet은 지난 7월 주식을 흔드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원메드넷의 설립자 제프리 유는 "보통은 매출을 늘리는 것으로 공매도에 대응하는데, 우리도 그걸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라며 "하지만 비트코인은 무한한 상승 가능성이 있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도구예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여름 매입을 시작한 이후 회사의 주가는 20% 정도 상승했다.

원메드넷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공개 시장을 통해 46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 딜에 참여한 투자운용사 오프 더 체인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라이언 에스테스는 "비트코인은 공매도 세력에게 크립토나이트 같은 존재"라며 "비트코인으로 공매도 세력을 겁주어 쫓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일러는 다른 기업들이 자신의 선례를 따르도록 장려하는 주요 동력이 됐다. 그는 '기업을 위한 비트코인'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마이클 모를 마이애미에서 열린 새해 전야 파티에 초대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매입 이후 메타플래닛의 주가 변화



현재 비트와이즈를 포함한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큰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식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허가를 미국 규제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국의 회계 규정 변경의 혜택도 보고 있다.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비트코인을 기업 대차대조표상 공정시장가치로 평가하고 순이익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 테슬라는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달이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6억 달러의 시가평가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에스테스는 "그 평가액 상승부분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고 주당순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위한 투자를 받으려는 다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치마크 컴퍼니의 파머는 비트코인을 주요 준비자산으로 삼으면 기업의 본질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좀비 기업들"은 "기업의 영업 활동이 사실상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위한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또한 비트코인이 가치를 유지한다는 전제에 의존한다. 경영진들도 인정하듯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다면 그 여파가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모는 "확실히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것이 "확실히 더 안전하다"면서도, 자신의 회사는 부채로 비트코인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금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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