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거래, 주 7일 24시간 개방될까?

2025-01-31

뉴욕증권거래소는 거래시간을 하루 22시간으로 연장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곤혹스러운 문제들이 따른다.

Jennifer Hughes - The Financial Times


지난 일요일 밤 시카고, 미국의 모바일 증권사 로빈후드의 최고 중개 책임자인 스티브 쿼크는 습관적으로 S&P 500 선물 가격을 확인하다가 큰 폭의 하락세를 발견했다. 중국의 신생 AI 기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한 우려로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로빈후드 온라인 거래소의 야간 거래량은 급증했다.

이 날 로빈후드는 사상 두 번째로 큰 심야 세션 거래량을 기록했다. 로빈후드는 약 1년 반 전부터 야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 일요일~월요일의 거래량은 지난 11월 미국 대선 당일 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한 번 야간 거래를 시작하면 그만두지 않습니다"라고 쿼크는 말한다.

로빈후드의 새벽 시간대 거래 폭증에서 보듯 미국에서도 야간 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교한 주식거래 앱을 휴대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고, 또 소파에 앉아 쇼핑하듯 주식 거래를 하는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엉이 투자자들 중 많은 이들이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 주식거래에 맛을 들였다. 코로나가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이들은 업무 시간 이후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뉴욕 시간으로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열리는 야간 세션에서 미국 개미 투자자들은 종종 아시아의 개미들과 함께 거래한다. 아시아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낮 시간에 미국의 대형 종목들을 거래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반긴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하루 중 미국 주식 거래량 추이


미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많지만, 전문 자산운용사와 월가 중개인들의 거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이제 이런 기존 투자업계에서도 야간 거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거래 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 투자 전문가들은 단순해 보이는 질문들을 놓고 복잡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24시간 거래가 이뤄진다면 '거래일'은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야 하는가?
  • 하루가 끊김없이 이어진다면 수조 달러 규모의 펀드들이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 주식의 '종가'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자는 한밤중에 보유 종목의 큰 가격 변동이 생긴다면 그런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복잡한 거래 시스템을 중단 없이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문제점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건전시장협회'라는 투자자 단체의 대표인 타일러 겔라쉬는 이렇게 말한다. "24시간 거래 얘기가 나오면 '우리 오퍼레이션 담당자가 언제 잘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건 현실의 문제에요.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 큰 포지션에 대한 마진콜이 발생했음을 발견하는 공포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실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주식은 이미 야간 거래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달러화는 이미 전 세계 여러 플랫폼에서 24시간 거래되고 있으며, 뉴욕 시장 개장 전 시장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S&P 500 지수 선물 거래는 도쿄 시간으로 아침부터 활발하게 이뤄진다.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24시간 365일 거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반면, 주식 시장은 맨해튼 로어지역의 커피하우스에서 비공식 거래가 이뤄지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전통적인 영업일 형태를 고수해왔다. 정확한 시간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말이다. 서부 해안지역의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뉴욕 시간 기준으로 오후 4시에 거래를 마감하는 관습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 주식 거래 시간이 마지막으로 바뀐 건 약 20년 전이었다. 당시 거래소들은 장전(프리마켓)과 장후(애프터마켓) 세션을 도입했다. 현재는 각각 동부 시간으로 오전 4시부터 개장 시점까지, 그리고 마감 시점부터 오후 8시까지 이 세션들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뉴욕과 3시간 시차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트레이더들은 애프터마켓 거래가 한산한 날에는 오후 1시경 퇴근하고, 대신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오전 5시 출근을 감수한다.

주식을 낮에 거래하는 데에는 실용적인 필요성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업계에는 100만 명 이상이 직접 고용되어 있으며, 상장된 주식의 기업 임직원들과 이 모든 것을 감독하는 규제 당국 관계자도 있다. 여기에 50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 규모는 복잡성을 더한다. 매일 120억 주가 수백만 건의 거래를 통해 거래된다.여기엔  거대 연금펀드들, 백만분의 1초 단위로 거래하는 전문 트레이더들, 소량의 주식을 거래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 모든 거래는 쌍방간에 합의되어야 하며, 거래일 다음날 돈과 주식이 정산된다. 이 모든 복잡성 위에는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복잡한 법규들도 얽혀있다.

뉴욕 시간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 사이에 열리는 야간 거래는 현재 로빈후드를 포함해 대부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블루오션은 2021년 출범한 대체거래시스템이다. '다크풀(Dark Pool)'이라고도 알려진 이런 대체시스템의 회원들은 가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서로간에 거래한다. 블루오션의 하룻밤 거래량은 약 4000만 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정규장 거래량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미국의 야간 투자자들과 아시아의 주간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시장을 꾸준히 구축해왔다. 

현재 두 거래소가 이 야간 거래 영역을 노리고 있다.지난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4익스체인지(24X)를 잠정 승인했다. 헤지펀드 억만장자 스티브 코헨의 포인트72벤처스 펀드가 후원하는 버뮤다 소재 이 그룹은 하루 종일 주식을 거래하게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이들의 주요 사업은 외환 거래였다. 핵심 규제 인프라가 갖춰지면 중개인들의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한 휴식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3시간씩 증권 거래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의 반발로 당초 계획을 축소해 주말 거래는 안 하기로 했지만, 야간 거래를 공식 목표로 하는 최초의 미국 거래소가 됐다.

뉴욕증권거래소도 곧 이 '불면의 경쟁'에 가세할 수 있다. 이들의 계획은 현재 오전 4시~오후 8시인 거래 시간을 오전 1시 30분~오후 11시 30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증권거래소 개장시간 비교. 위에서부터: NYSE(현재), NYSE(계획안), 24 Exchange(계획안)


이런 거래소들의 참여는 나머지 시장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거래소는 '다크풀'보다 더 엄격한 감독을 받으며, 거래 시간 동안 들어오는 최선의 매수가격과 최선의 매도가격을 지속적으로 공시할 책임이 있다. 이런 정보는 '테이프'라고 통칭되는 서비스를 통해 전달되며, 모든 투자자는 이 가격을 브로커(중개인)로부터 받은 가격과 비교할 수 있다. 브로커 또한 고객을 위해 최선의 가격으로 거래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지난 2년간 여러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거래 시간을 더 연장할 수요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장 책임자인 케빈 티렐의 말이다. "또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거래와 투자를 위해 미국을 찾고있고, 해외 대형 기업들은 미국에서 상장하기 위해 미국을 점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야간 운영 이슈와 같은 업계의 큰 우려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 대형 글로벌 투자사의 수석 딜러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트레이더들은 항상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에게 '이 새로운 가격대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고 물어야 하거든요. 제 생각에 업계 사람들의 최대 걱정은 24시간 대기 상태가 되는 것이에요."



2024년 6월, 월가 로젠블랫증권의 시장구조팀 파트너로 일하는 저스틴 샥은 미국 시장 구조를 조사하는 하원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는 현행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정치인들에게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이렇게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토록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월가의 다른 증권사들도 이에 동의한다. 24시간 거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물으면 그들은 까다로운 문제들을 나열한다. 거래 청산이나 보증, 기술과 인력의 확충, 연장된 시간을 커버하는 '테이프' 운영, 모든 시스템의 대응 능력 확보 등이다.

트레이더들도 걱정이 있다. 주가의 변동 폭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규제 당국이 주간 거래 규칙을 적용할 때 야간 가격까지 고려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다.

T로우프라이스 증권사의 글로벌 주식거래 책임자인 메흐메트 키낙은 이렇게 묻는다. "야간 거래의 규칙은 뭔가요? 큰 가격 이탈이 발생하면 주식 거래는 어디서 멈춰야 햐는 거죠? 이런 특정 사안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기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주가가 급격히 움직일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이른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언급한 것이다.

키낙은 또 심야 시간대에는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대형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거래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어떤 주식이 그 시간대에 3% 상승한 것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해보죠.  20만 주 매도 주문을 넣어봐야 3% 상승한 가격 근처에서는 도저히 체결할 수 없을 겁니다. 시장의 깊이가 얕고 참여자들이 적으니까요."

현재 야간 거래는 지정가 주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야간 거래에서는 단순히 매수나 매도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거래하고자 하는 가격을 지정해야 한다. 아무도 그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문은 아침에 미체결 상태로 만료된다.

한 미 서부 지역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거래 책임자는 '대형 투자자들에게는 야간 거래의 기회가 제한적이다'는 키낙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우리가 감독과 기술 측면에서 그 시간대에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야간 시간에 우리가 놓친 가격대가 있다면 규제 당국이 그걸 가지고 고객에 대한 충실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죠. 결국 24시간 내내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규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거래일의 시작과 끝을 정하는 건 다른 모든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식 마감 시간인 오후 4시에서 변경되는 걸 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시간은 주식의 종가를 결정하는 시점이자 30조 달러가 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 시장의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점이기도 하므로 현재 하루 중 가장 주식거래가 활발한 시점이다.

오후 4시 장 마감 후에는 전체적으로 청산결제 시스템이 가동된다. 매도자는 판매 대금을 받고 매수자의 새로운 보유 주식이 그들의 이름으로 다시 등록되는 시간이다. 또한 이때는 기업이 유통주식수를 변경하거나 배당금 지급일을 발표하는 등 주식 변동 사항을 시스템에 반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정은 주가를 움직이며 중개인들이 이를 놓치면 손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23년 로빈후드는 한 회사의 주식유통수량 감소를 시스템에 등록하지 못해 5723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런 다양한 행정 처리를 위해 24익스체인지는 매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은 휴장할 계획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오후 9시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의 휴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건전시장협회의 대표 겔라쉬가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중개인들이 언제 시스템을 테스트하라는 말인가요? 새벽에요? 잠재적으로 수천 명의 시장 참여자들이 한밤중에 일할 수 있는,  또 매우 빠르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확실한 답은 아직 없다. 또 운영시간 확대가 과도해 보일 수도 있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세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래의 80% 이상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인 뉴욕 정규장 시간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야 거래가 도입된다고 해서 그 시간대에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논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24시간 거래의 장단점은 미국 전역의 업계 컨퍼런스에서 가장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되곤 한다. 이 토론은 야간 세션의 불가피성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 사이를 오간다. 비공식적으로 많은 트레이더들은 거래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들의 개인 생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이미 야간 거래를 하고 있는 이들은 아시아의 브로커리지 회사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바쁘다. 블루오션은 도쿄 지사 설립 1년도 안 돼 한국에 두 번째 아시아 사무소를 열고 있다. 이번 달 이 지역을 방문한 24익스체인지의 임원들은 미팅 요청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개인 투자자들은 매우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낮 시간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를 거래하기를 원하죠. 우리는 이를 포착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고 싶습니다." 24익스체인지의 최고경영자인 드미트리 갈리노프는 이렇게 말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기관들도 참여하겠죠."

한편, 많은 미국의 대형 금융사들이 시간외 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객 자산 10조 달러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 브로커리지 회사(증권사) 찰스슈왑은 지난 11월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500개 이상의 주식과 ETF에 대한 야간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기존 24개 ETF 종목만 거래됐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찰스슈왑의 거래서비스 책임자인 제임스 코스툴리아스는 이렇게 말한다. "야간 거래가 충분히 발전해서 우리도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과거에도 논의되었던 것이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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