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취임하기도 전에 가자지구 휴전을 어떻게 성사시켰나

2025-01-17

이스라엘이 양보하도록 네타냐후를 설득하는 데에는 트럼프의 친구인 부동산 업자의 역할이 컸다.


2025년 1월 16일

Felicia Schwartz and Andrew England - The Financial Times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는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부동산 투자자이자 사업가다. 2024년 7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의회 합동회의에서 연설했을 때 그는 단순한 방청객이었다.  그는 그 방청 경험이 "역사적"이고 "영적"이었다고도 표현했었다.

5개월이 지난 후,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중동 특사가 되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15개월간 계속된 가자지구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네타냐후를 설득하고 압박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수많은 헛된 기대, 끝없는 문제들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에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1월 15일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가 도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발표했을 때, 위트코프가 다른 중재자들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8개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그것은 트럼프와 위트코프였다. 트럼프의 방식이 실제로 차이를 만들어냈다."

벤야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와 스티브 위트코프.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사진.


이번 합의의 구조는 궁극적으로 평화와 재건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제안이다. 이것은 6개월 전 중재자들이 처음 구상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의 승인이 합의를 성사시켰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중에도 중동 평화 문제를 크게 다뤘고 휴전 성사에 실패한 바이든을 비판했다. 당선 후 그는 신속하게 자신의 수사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의 깜짝 중동 특사 임명인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당선 후 3주도 채 되지 않은 11월 22일에 카타르로 파견됐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한 위트코프는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를 만나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현황을 파악했다. 또한 하마스를 초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중재자 역할을 중단해버린 카타르의 입장도 이해하고자 했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 날아가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트럼프의 외교는 예측 불가능하고 거래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다만 위트코프가 트럼프식으로 어떤 구체적인 위협을 했는지, 혹은 합의에 따르는 보상을 약속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그 영향은 분명했다. 다음 날인 11월 24일, 이스라엘의 최고 협상가이자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인 데이비드 바르네아가 비엔나에서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났다. "그때부터 상황이 급진전됐고, 이스라엘 측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협상 관계자는 전했다.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절친한 친구이며,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카타르 관료들과도 안면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갑자기 바이든의 최고 중동 보좌관 브렛 맥거크가 이끌고 있던 미국 협상팀의 핵심 인물이 된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자의 부하들에게 서로 협력하도록 지시하면서 잠시나마 치열한 경쟁심을 제쳐두었다. 그 자체로가 작은 기적이었다. 이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는 분명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를 설득하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지난 1년 동안 바이든이 보낸 중재자들을 계속 농락했었다. 여러 차례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곤 했다. 휴전 후에도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이어진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 '자유의 통로'라는 뜻. 지도 왼쪽 아랫부분)에 이스라엘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요구도 그 중 하나였다.




일부 이스라엘 안보 관련 관리들조차 네타냐후가 협상 과정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협상 실패의 책임을 하마스에게 돌리며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체로 반영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점에 이스라엘은 전쟁터에서의 목표를 대부분 달성한 상태였다. 하마스의 군사력은 무너졌고, 2023년 10월 7일 공격의 배후인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를 포함해 거의 모든 최고위 지도부는 제거됐다. 바이든 팀은 신와르가 살아있는 한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10월에 신와르를 제거한 후에도 가자지구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였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서의 영구적인 휴전이나 이스라엘군 철수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그의 입장 변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협상에 충격을 주며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바이든이 합의한 내용은 이제 트럼프가 이행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12월 초: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이렇게 썼다.

"2025년 1월 20일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중동에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네타냐후의 부인 사라, 아들 야이르와 식사를 한 직후에 올린 글이었다.



12월 중순: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과 맥거크는 가자지구 휴전-인질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네타냐후가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대통령 대신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려 할 것이라고 의심했다. 네타냐후는 또한 국내적으로 연립정부로부터 이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극우 동맹 정당들의 지속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극우 세력은 하마스와의 합의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항복"에 반대했다. 이는 네타냐후가 관리하기 힘든 요소였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위트코프는 이렇게 논의가 지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으며 네타냐후에게 필요한 조치를 직접적으로 전달했고,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미국의 지원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자신을 대신해 발언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주었고, 단호하게 말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단호하다는 것은 '이것을 꼭 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라고 위트코프는 지난주 팜비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월: 바이든의 보좌관인 맥거크는 하마스가 핵심적인 양보에 합의한 직후인 1월 초에 다시 중동 지역을 방문했다. 하마스는 1단계 합의에서 석방할 34명의 이스라엘 인질 명단에 동의했다고 한 미국 고위 행정부 관리는 전했다.

하지만 이 때 다시 한번 협상의 동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위트코프는 지난주 말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나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를 논의했다. 이들은 위트코프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카타르는 하마스를 설득하기로 합의했다.

맥거크의 동의 하에 위트코프는 유대교 안식일인 샤바트 기간에 예정에도 없이 이스라엘로 날아가서 네타냐후를 만났다. 이어서 위트코프는 맥거크, 이스라엘의 협상 대표인 바르네아와 함께 카타르 도하로 가서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머물렀다. 협상은 셰이크 모하메드의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이루어졌고, 종종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때로는 하마스 측의 협상가들이 같은 건물 한 층 아래에 있기도 했다.


트럼프는 무엇이 달랐나


아랍 세계와 그 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바이든을 비판적으로 봤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굳건히 지지하면서도 구체적인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가자지구에서의 맹렬한 공세를 제어하기 위해 네타냐후를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반면 트럼프의 특사인 위트코프가 개입했을 때는 이스라엘이 더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협상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치 사업적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것처럼 이 일을 다뤘다. 적절한 압박을 가했다. 위트코프가 이스라엘 측을 만났을 때마다 진전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맥거크와 위트코프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황만 공유했다. 하지만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이들은 위트코프가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협상의 돌파구는 네타냐후가 이전에 합의를 무산시켰던 핵심 사안들, 예를 들어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재배치 위치 같은 문제들을 수용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은 위트코프가 역할을 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그 이전 수 년 간의 미국 중동 정책을 뒤엎을 정도로 매우 친 이스라엘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유일한 차이점은 트럼프입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와 뜻을 같이하고 싶어 합니다... [그 미국인들은] 중동의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습니다"라고 다른 협상 관계자가 말했다.

트럼프는 또한 이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한 카타르와 이집트가 하마스 측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효과는 비비(네타냐후의 애칭)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라 카타르와 이집트에도 있었습니다"고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전 중동 평화 협상가 데니스 로스는 말했다. "그들은 트럼프에게 '우리가 이렇게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마스를 압박한 거죠."

휴전은 1월 19일 일요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첫 인질들이 석방될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식 하루 전이다.


지도 제작: Aditi Bhan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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