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가난한 양치기들이 주는 깨달음

2025-01-10

기독교 성탄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평범하고 초라한 인물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


2024년 12월 24일

Enuma Okoro 그림 전문 칼럼니스트 - The Financial Times



영미권의 크리스마스 시즌(Christmastide)는 12일 동안 계속된다. 성탄절인 12월 25일부터 다음해 1월 6일까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가족을 방문하거나, 남은 음식을 처리하거나, 아이들의 복잡한 새 장난감 사용법을 익히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내가 성탄절 기간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이 기간과 관련된 성경의 이야기들이다. 신적인 존재가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뉴스를 전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4대 복음서 중 하나인 누가복음에 나오는 한 대목을 항상 좋아했다. 이 구절에 따르면, 양치기들이 양떼를 돌보며 들판에 누워있을 때 한 천사가 나타나 어떤 아기의 탄생에 대해 말해준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친숙한 스토리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나 교회의 성탄 연극에서 "천하고 가난한" 양치기의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나는 양치기들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상상해본다. 성탄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특히 해가 바뀔 때, 우리가 잠시 쉬면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때 말이다. 



‘The Angel Appearing to the Shepherds’ by Philip James de Loutherbourg (c1760-69) © Ashmolean Museum of Art and Archaeology


난 프랑스 출신의 화가 필립 제임스 드 루터버그가 18세기 중반에 그린 "양치기들에게 나타난 천사"라는 그림을 보고 놀랐다. 옥스퍼드 애슈몰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이다. 개간되지 않은 땅 한가운데 바위 사이에 앉아 쉬고 있는 양치기들과 작은 동물 무리가 있다.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지만, 한 구멍으로 황금빛 빛이 아래의 인물들에게 스며든다. 

다른 사람들은 두려움, 졸음, 또는 당황스러움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땅에 엎드려 있는 반면, 그림 가운데에 있는 양치기 한 명은 빛에 이끌리듯 서 있다. 팔을 뻗어 맞잡은 손을 앞에 두고, 오른쪽 다리를 약간 뒤로 뻗은 채, 그의 몸은 경외감을 전한다. 얼굴에는 숭배하는 듯한 표정이 있다. 같은 장면을 그린 다른 그림들 중에서도 양치기가 천사를 두려워하거나 잠을 자지 않고 이렇게 천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온 세상을 위한 좋은 소식"을 전하는 영적인 존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처음에는 이런 상상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조용히 앉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이 작품이 같은 주제로 그려진 다른 많은 작품들보다 더 깊은 호소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천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사의 존재는 하늘에 비춰진 영광스러운 빛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걸 깨닫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가 자연과 더 강력한 관계를 맺는다면 영적인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혹시 우리 인간 사회가 자연과 점점 더 멀어지면서 영적인 건강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The Adoration of the Shepherds’ by Domenichino (1607-10) © Alamy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도메니키노의 "목자들의 경배"를 보자. 여기에는 많은 서술적 장식이 있지만, 동시에 이 그림은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림의 중심부에는 마리아, 아기 예수, 그리고 세 천사가 조명을 받고 있다. 마리아는 강보를 젖혀 양치기들에게 아기를 완전히 드러낸다. 양치기들은 건초로 만든 요람을 둘러싸고 있다. 왼쪽의 양치기는 백파이프를 불고, 네 명은 그림의 오른쪽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으며, 두 명은 그림의 오른쪽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뒷쪽에서는 요셉이 건초 더미를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생각한다. 성탄절 이야기에서 천사들은 왜 예수의 탄생 소식을 현자들보다 양치기들에게 먼저 알렸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정보들이 높은 지위나 주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전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경의 성탄절 이야기에서 천하고 가난한 양치기들의 무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소식을 받을 만큼 중요하다고 여겨진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또한 이 위대한 메시지가 자연, 땅, 그리고 동물과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종종 양치기들이 단순히 양떼와 함께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포식동물로부터 양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의 특성상 그들은 아마도 용감하고 손재주가 좋았으며 주변 환경에 민감했을 것이다. 즉, 천사들은 어디에든 안주하지 않고, 필요할 때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항상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익숙한 사람들과 먼저 소식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가치있게 묘사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 어떤 스토리들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예수가 태어날 당시 양치기들은 사회 구조 속 하층민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양치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그림에서 내가 주목하는 또 다른 점은 양치기들이 어린이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여기로 데려왔다는 점이다. 그들은 여정과 선물을 나누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어떤 종류의 영적 만남을 경험했다 느끼더라도 그것을 타인들과 공유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연한 대화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그런 일들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주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우리가 영적인 경험이나 영적인 존재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개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서로에게서 무언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Adoration of the Shepherds’ by Lorenzo Lotto (c1534)


난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로렌초 로토의 16세기 그림 "목자들의 경배"에 나타난 다정함도 마음에 든다. 어두운 방과 생생한 색채 사이의 극명한 대조는 이 작품에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준다. 이 그림은 마치 그리스도의 탄생과 훗날 그의 죽음을 동시에 기리는 것 같다. 마리아는 코발트 블루 망토를 입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아기 예수 밑에 펼쳐놓았다. 망토의 파란색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의 색과 오른쪽 뒤편에 있는 천사들의 날개와 옷의 반투명한 연한 파란색을 연상시킨다. 가장 좋은 옷을 입은 듯한 두 양치기가 아기를 내려다보며 어린 양을 선물한다. 그 양 자체가 예수의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모든 색채와 풍요로움 속에서, 내 눈은 예수와 어린 양의 만남으로 이끌린다. 예수는 작은 손을 뻗어 어린 양의 얼굴을 감싸 쥐고, 어린 양은 아기를 내려다본다.

이것은 친밀감의 순간이다. 나는 두 가지에 감명을 받는다. 첫째, 양치기들이 어린 양을 데려와 이 순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예수에게 양을 선물로 주는 동시에 이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이 만남을 목격하게 해준다는 선물도 주고 있다. 둘째, 작가는 우리가 이 그림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취약한 두 생명체를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하라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린이, 동물,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사람 등 약한 생명들을 돌보기보다는 무시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반면 이 그림은 당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됐던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혼외관계로 임신한 여성, 가난한 가족, 아기, 어린 양, 농장의 동물들, 그리고 황야에서 살았던 양치기들이 그들이다.

세상에서 하찮게 여겨지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이야기. 우리 각자가 사회적 위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또는 종교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간에, 이런 이야기들에는 우리를 안심시켜주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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