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탔던 여인, 전 X CEO 야카리노의 다음 행보는?

2025-07-16

린다 야카리노가 2년 전 일론 머스크의 제안을 수락했을 때 많은 사람이 말렸고, 결국 좋지 않게 헤어지게 됐다. 그러나 야카리노에게 있어서 지난 2년이 꼭 손해만은 아니다.



Hannah Murphy, Christopher Grimes and Anna Nicolaou

Jul 13 2025


3주 전, X의 CEO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 61)는 프랑스 칸느에서 열린 광고 콘퍼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중 그는 자신이 이끌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 xAI가 합병했다 하더라도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말했었다.
“저는 여전히 X의 CEO이고, 제 상사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3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이 말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었다.
지난 주 수요일, 야카리노는 2년 만에 X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X가 인공지능 회사 xAI와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장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의 사임을 알린 야카리노의 X 포스트와 일론 머스크의 댓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야카리노는 여러모로 실패할 운명이었던다.


원래 야카리노에게 주어진 임무는 광고주들을 다시 X로 끌어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X의 오너인 일론 머스크는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브랜드들에게 “꺼져버리라고 해(go fuck themselves)”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적이 많은 사람이었다.

머스크는 야카리노에게 갈수록 더 큰 압박을 가했고, 둘은 결국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두 사람과 함께 일한 네 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억만장자 머스크의 직설적인 스타일은 뉴욕 매디슨 애비뉴 식의 세련된 화법을 지닌 부하 야카리노와 자주 충돌했다고 한다.

“셰릴 샌드버그는 마크 저커버그와 호흡을 맞췄죠.” 메타 전 COO인 샌드버그와 CEO 저커버그를 언급하며 한 관계자는 말했다. “린다는 일론과 그런 호흡을 찾지 못했습니다.”

야카리노는 X의 광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X를 450억 달러에 인수하자, “그녀는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를 되묻게 됐다”고 광고 컨설팅 회사 매디슨앤월의 브라이언 위저는 말했다.

머스크가 X를 하루 24시간 손수 통제하려 했던 만큼, 야카리노는 대부분의 CEO들이 누리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 6개월간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에 집중하느라 본업에서 한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끝을 맺었다.

그 후 머스크는 다시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는 X 내부에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야카리노의 핵심 업무 영역이던 광고 사업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일방적인 지시는 때로 야카리노와 그의 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X에서 모든 결정은 일론이 내립니다.” 야카리노와 머스크 모두를 잘 아는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그녀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지만, 결국 떨어져 나왔죠.”



긴장 관계의 시작



미디어 업계에서 ‘벨벳 해머(부드러운 망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야카리노는 2023년 X에 합류했다. 그 전에는 NBC유니버설에서 광고 부문을 총괄하며 세계 유수 브랜드들과의 두터운 관계망을 구축해 명성을 얻었다.

머스크가 2022년에 440억 달러에 X를 인수한 이후, 그의 불안정한 리더십 스타일과 독성 콘텐츠 방치 논란으로 광고주들이 대거 이탈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야카리노는 광고주를 다시 끌어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야카리노는 광고 외에도 X의 영상 기능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작자들 및 스포츠 리그들과의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X 머니’라는 이름의 디지털 지갑 및 개인 간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야카리노는 끝까지 머스크에 대한 공개적인 충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두 사람과 함께 일했던 일부 인사들은 그녀의 탁월한 영업 능력이 오히려 머스크와의 관계에 해가 되었을 수 있다고 본다.

머스크는 야카리노가 광고주들과의 관계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고, 현실을 유리하게 포장해 보고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가 더 빠르게 사업을 재정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를 바랐다.

“그는 야카리노의 반짝이고 화려한 매디슨 애비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과 모두 함께 일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론은 진솔한 대화를 원하지, 현란한 말장난을 듣고 싶어 하지 않죠.”

두 사람의 긴장은 약 1년 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머스크가 성장 속도를 높이라고 경고하고, 오랜 측근인 스티브 데이비스를 불러 X의 재무와 성과 관리를 일시적으로 점검하게 했던 것이다. 이후 머스크는 스트리밍 서비스 투비(Tubi)의 전 임원이었던 마흐무드 레자 반키를 CFO로 채용했다.

반키 CFO는 머스크에게 직접 보고했고, 수시로 그와 소통하며 CEO인 야카리노를 사실상 배제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야카리노와 반키의 관계는 곧 냉각되었고, 여러 관계자들은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야카리노는 콘텐츠 제작자 지원 기금과 X의 광고 기술 강화에 예산을 배정하고자 했다. 반키는 그녀의 지출 결정을 문제 삼으며, 회사의 다른 부문에 자금을 돌리는 방향으로 재정을 긴축 운용했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머스크와 야카리노의 관계는 2024년 초, 그녀가 전 CNN 앵커 돈 레몬과의 콘텐츠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 더욱 흔들렸다. 해당 계약 체결 후, 레몬은 머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복용 여부를 묻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에 격분한 머스크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현재 레몬은 머스크와 X를 상대로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야카리노는 그 같은 압박에 점점 지쳐갔다고 한다. 함께 일한 여러 사람들은 그녀가 사무실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성과와 그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강인함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 자리에서 2년이나 버틴 건 대단한 일입니다. 대부분은 2주도 못 버텼을 거예요.” 한 전직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야카리노는 또한 어렵사리 일부 광고주들을 다시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데에도 성공했다.

머스크가 인수한 지 1년 뒤, X의 광고 수익은 약 50퍼센트나 줄어든 상태였다. 이에 야카리노는 셸(Shell),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과 이들이 속한 산업 단체를 상대로 반(反)경쟁 소송을 제기했다. X는 이들이 자사 플랫폼에 대한 “불법적 보이콧”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또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알려지면서, 이미 복귀를 검토하던 광고주들에게는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는 “X의 광고주 기반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이후 미국 내에서 X에 가장 많이 광고비를 지출한 주요 브랜드로는 테무(Temu), 아마존, 애플, 구글, 버라이즌, 델 등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는 X의 올해 매출이 2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19억 달러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했던 2022년 당시의 글로벌 매출 41억 달러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일부 광고주들은 야카리노의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

“공로는 인정해야죠. 어쨌든 광고주들을 다시 데려왔으니까요.” 한 베테랑 광고 임원은 말했다. “총을 들이대긴 했지만, 결국 돌아오긴 했어요.”

광고주들이 자발적이거나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라고 매디슨앤월의 브라이언 위저는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에게는 “X의 법적 소송을 피하려면 차라리 약간의 광고비를 쓰는 게 낫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여러 마케팅 관계자들은 X 상에 유해한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야카리노가 X의 광고 수익률(ROI)을 제대로 내는 플랫폼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광고 플랫폼으로서 X의 성능을 높이는 데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한 광고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광고주들이 X에서 손을 뗀 이유는 콘텐츠 때문이 아니라, 그저 광고 효과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야카리노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듯 보였고, 일부 회사 내부자들은 그녀의 유산을 높이 평가했다. “린다의 추진력, 에너지, 그리고 끈질김 덕분에 일부 광고주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전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머스크가 정치 세계에서 손을 떼고 돌아오면서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살려준 건 대선과 머스크의 행정부 관여였어요. 그 덕분에 일시적으로라도 X에 대한 머스크의 관심이 줄었거든요.” 두 사람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의 설명이다.

머스크는 다시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X와 xAI를 합병시켰다.

“머스크가 다시 사업에 몰두하게 되면서, 야카리노를 AI 회사의 수장 자리에 둘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 관계자는 덧붙였다.

최근 몇 주 사이, 머스크는 광고 부문에서 여러 건의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은 전했다. 그는 광고에서 해시태그 사용을 금지했고, 광고 단가를 화면 상 세로 길이에 따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X에서 활동해온 창업가 니키타 비어를 신제품 책임자로 영입했다.

야카리노는 머스크가 아동 안전 문제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그녀에게 중요한 이슈였다.

야카리노는 사임 결정을 극소수에게만 미리 알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xAI의 챗봇 ‘그록(Grok)’이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언을 내뱉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두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X 내부자들은 밝혔다.

X와 야카리노 모두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했고, 머스크 역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 커리어는 정치?


광고계 베테랑인 야카리노가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확고한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진 그녀는 트럼프와 머스크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보여 왔으며 이는 (민주당 지지가 많은) 광고업계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머스크를 수 년 간 두둔했던 이력이 그녀가 다른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CEO 자리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X에서의 근무 경력은 그녀의 워싱턴 내 인맥을 크게 확장시켰다.

야카리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반카 트럼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야카리노가 대통령과 관계를 쌓는데 이반카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야카리노는 현재 미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스콧 터너, 정보국장 툴시 개버드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오랜 지인은 “머스크와 트럼프가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야카리노는 여전히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16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야카리노가 올린 글


일각에서는 그녀가 다음 행보로 행정부 진출이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운동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야카리노는 X의 수장이 된 지 약 1년쯤 지난 시점부터 'Free Speech'라고 적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시민단체를 이끄는 마이크 벤즈는 야카리노의 사임 직후 X에 그녀를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우리 모두를 위해 나섰습니다. 정부, 광고주, 보이콧 세력, 금융기관, 조작된 여론몰이 집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 속에서도.” 벤즈는 이렇게 적었고, 야카리노는 해당 글을 X에서 공유했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AJL 어드바이저리의 루 파스칼리스 대표는 이렇게 그를 평가한다. “X 이전의 린다는 광고계의 ‘러시모어 산’에 오른 인물이었다.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이룬 사람이지만, 멋지게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이다. 아마 그게 그녀의 다음 행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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