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윔블던 대회, 라인맨이 사라지다

2025-07-07


지금 한창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진행 중입니다. AI로 인해 여러 직업이 위협받는 가운데 피해 직업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바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선심(linesman) 입니다.


사진: 롤렉스


이미 축구, 야구 등 여러 종목에서 비디오와 AI를 활용한 판정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심판의 수를 줄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축구의 경우 오히려 비디오 판독 심판 자리가 일자리가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테니스의 경우는 볼이 선을 넘는지 안 넘는지 여부를 판독하는데 AI 비디오 기술을 사용하게 되며 각 경기마다 최대 9명씩 투입되던 라인스맨이 모두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윔블던의 경우는 단식 7명, 복식 9명씩 투입됐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코트 뒤쪽에 흰 바지를 입고 구부정하게 서있는 사람들이 바로 라인스맨입니다. 


  • 베이스라인 (후방 라인) : 2명

  • 서비스 사이드라인 (서비스 구역 옆 라인) : 2명

  • 더블사이드라인 (코트 바깥 라인) : 2명

  • 센터 서비스라인 (가운데 서비스라인) : 2명

  • 넷 근처 풋폴트 감시 (서버의 발 위치) : 1명


이렇게 경기마다 라인스맨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총 250명이 대회 기간 동안 채용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80명만 예비로 채용되었고 그나마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US 오픈·호주 오픈 등 이미 다른 메이저 대회는 라인스맨을 대부분 퇴출시켰지만 윔블던은 전통을 지키지 않을까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윔블던도 호크아이 라이브(Hawk-Eye Live) 시스템이 전면 도입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공의 낙하 지점을 판독하고 자동으로 콜을 냅니다. 


팬들의 안타까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윔블던은 영국의 상징이자 테니스 전통의 상징입니다. 윔블던만의 전통을 몇 개만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1. 흰색 복장 규정 (All-White Dress Code)

  • 선수들은 상의, 하의, 신발, 속옷까지 거의 완전한 흰색만 착용 가능.

  • 장식 색상조차 1cm 이상이면 안 된다는 가장 엄격한 복장 규정.

  • 스폰서 로고도 크게 보이면 안 됩니다.

2. 잔디 코트

  • 4대 그랜드슬램 중 유일하게 전면 천연 잔디 코트 사용.

  • 잔디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회 전 한 달 간 경기 금지. 대회 중엔 매일 코트 복구.

3. 스트로베리 & 크림

  • 관객들은 경기 관람 중 딸기 생크림 디저트를 즐김. 19세기부터 판매되고 있음.

  • 딸기는 경기장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한 농장에서 재배되며 당일 따서 당일 판매. 

  • 수십 년 째 가격이 2.5파운드(4600원)으로 유지되어 왔다가 올해 2.7파운드로 올려서 논란




4. 롤렉스 시계

  • 롤렉스는 1978년부터 윔블던의 공식 시계 파트너로 활동.

  • 경기장 전광판의 시계는 모두 롤렉스 디자인이며, 센터코트 정중앙에 걸린 시계는 대표적 상징물.

5. 라인스맨 & 엄격한 심판 시스템

  • 라인스맨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윔블던의 상징 중 하나였음.

  • 오심조차 하나의 역사로 간직되는 ‘품격 있는 불완전성’을 중시.


이처럼 라인스맨은 그 존재 자체가 윔블던 전통이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 특히 1981년 대회에서 미국의 존 매켄로가 라인스맨의 오심을 받고 심판에게 대드는 장면은 테니스 역사뿐 아니라 서구 대중문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장면입니다.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You can't be serious!"


지금이야 이렇게 개성 넘치는 운동선수들이 많지만 당시엔 큰 충격이었고 특히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윔블던에서 곱슬머리에 헤드밴드를 한 미국 선수가 소리를 지른 게 더 임팩트가 있었다 하네요. 맥켄로는 이후로도 악동 이미지를 이어가며 많은 팬들을 모았습니다. 이 1981년 대회를 포함해 윔블던도 3회 우승했습니다.




테니스에서 라인스맨이 퇴출되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사를 대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계를 도입하면 인건비도 절약되고 판정의 정확도도 높아집니다. 그러나 스포츠는 운전과 달리 '정확도'보다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윔블던의 결정은 조금 아쉽습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이제 프랑스오픈만이 인간 선심을 쓰고 있습니다. 프랑스오픈은 흙바닥, 클레이코트에서 진행하므로 공이 바닥에 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프랑스 사람들의 고집을 응원합니다.


(WSJ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본문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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