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오늘 새벽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부분을 실시간으로 보며 받아쓴 내용입니다.
유튜브 백악관 채널에서 영어 버전으로 봤기 때문에 한국 방송사에서 나온 버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급하게 받아적느라 다소 부정확하게 쓰여지거나 비속어로 쓰여진 부분이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정확한 워딩은 언론사 기사나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호츠크 리포트에서는 전체적인 회담 분위기를 주관적으로 전달드리고자 아래와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비공개 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라 앞으로 다른 뉴스가 더 나올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현재(새벽 3:30)까지 나온 가장 큰 뉴스는 주한미군 토지 양도 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 마지막에 부연설명 하겠습니다.
정상회담 3시간 전
곧 한미 정상회담 해야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이상한 글을 올렸습니다.
"한국에 무슨 일이야? 숙청? 혁명? 이런 식이면 한국과 비즈니스 하기 어렵다"
대체 무슨 말일까요?
아마도 트럼프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김건희 전 대통령 부인 구속에 이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발부 등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덕수와 좋은 관계였다던 트럼프가 한덕수 구속 수사는 막아보려고 압력을 넣는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반박시 여러분이 옳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감옥가거나 안 좋은 최후를 맞는 게 국룰이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은 윤 대통령 부부의 수감을 보면서도 '아 뭐 그런가, 또 가는구나...' 하고 살지만, 미국인들이 보기엔 너무 엄격해 보일 겁니다. 한국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면 트럼프, 바이든, 클린턴, 오바마 등 미국 전직 대통령 부부들 모두 감옥에 가 있어야 할 겁니다.
특히 윤석열, 김건희, 한덕수 3인은 아직 재판을 받기도 전인데 감옥에 있다보니(한덕수는 구속영장 발부 직전)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비민주적이지 않냐는 우려가 있을 겁니다. 형사 재판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위험도 거의 없는데도 3인 모두 재판 전부터 감옥에 넣어진다면 새 정부의 정치 보복이 섞인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문화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트럼프는 몇 시간 전 있었던 다른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의 특검이 미군도 함께 쓰는 오산 공군기지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I heard that there were raids on churches over the last few days by the new government of South Korea. They went into the military base and confirmation. They probably shouldn't have done that."
"최근 한국 신정부에 의해 교회에 압수수색 있었다고 들었다. 군 시설에도 들어갔다고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
이재명 대통령에겐 불길한 신호입니다.
새벽 1:40
한국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도착.
드디어 시작입니다!
정상회담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인삿말을 합니다.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도 사고, 한국 업체가 미국에서 반도체도 만들게 하고, 조선업에서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때는 하루에 배 한 척씩 뽑아내던 미국 조선업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만든다...'고도 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최신 무기도 많이 샀으면 한답니다.
트럼프 답게, 두서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말, 생각나는 말 자유롭게 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걸 축하한다'며 트럼프가 악수를 권합니다. 그런데 눈빛이 무섭네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 5분 동안 스트레이트로 떠들었기 때문에, 옆에 앉은 미국측 여성 통역사분이 그 말들을 받아적고 한꺼번에 통역하느라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해내십니다. 대단합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 발언 차례입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가 리모델링 한다더니 너무 멋있다, 미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 라고 칭찬합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와는 달리 통역사를 배려합니다. 짧게 한두 문장씩 끊어 말하고 통역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어투 자체가 완전 한국식이라서, 이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는 남성분이 나름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통 한국식 구어체는 주어가 생략되거나, 이어지는 문장 안에서 주어가 달라져 비문이 되거나, 의미 없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본인이 평소 하는 말들을 녹음한 다음 녹취를 풀어보세요.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맞는 문장이 없을 정도로 완전 엉망일 겁니다. 우리 한국인은 문장 중간에 뚝 끊고 대충 알아들으라는 식으로 다른 말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어 구어체와 문어체는 너무나 다릅니다.)
1:49
왕년의 주식투자가 답게 이재명 대통령은 '다우존스 인덱스가 사상최대치를 쳤다'며 미국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조선업 르네상스에 한국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측 통역 맡은 분이 '르네상스'의 R 발음을 L처럼 하셔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측이 못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1:50
이 대통령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집니다. "세계 여러 곳의 평화를 가져온 트럼프 짱짱맨, 유 아 디 온리 원"
그러면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가져다달라,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만들어달라, 북한에서 나도 골프치게 해달라...' 라는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웃자고 한 얘기겠지요.
그러나 이 대통령의 애드립에 통역가가 당황했습니다. 버벅댑니다. 유머 전달이 안 되는 모습입니다.
외국인도 알아듣는 유머를 하기란 매우 어려운 겁니다.
오늘 안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머로 만회할 기회가 올까요?
1:52
이 대통령의 발언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가 끼어듭니다.
트럼프: 맞아. 나 김정은과 사이 좋아. 같이 잘 해보자.
갑자기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추억 썰을 길게 풉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분위기 살벌하지 않았냐, 개막식 경기장에 폭탄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나 덕분에 분위기 업 시키고 교류하지 않았냐, 김정은에게 로켓맨이라 하며 아웅다웅 싸웠지만 좋은 추억이다 등등..
뒷쪽에 통역사분 또 고생하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양국 정상이 서로 칭찬만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당시엔 남북관계 안정적이었음. 그런데 당신이 물러나있는 동안 상황이 나빠짐. 북한 핵폭탄 늘어남.
트럼프: 그렇지. 내가 계속 대통령이었으면 그런 일 없었지.
이재명: 공감! 그리고 얼마전에 김여정이 트럼프 방문을 기다린다고 말했음. 트럼프 대통령, 한반도에 평화를 열어주세요
(통역사가 김여정을 김정은 동생이라고 심플하게 통역하면 좋았을텐데, 공산당식 공식 직함으로 복잡하게 언급해서 트럼프가 말을 끝까지 듣지 않습니다.)
트럼프: 내가 만나본 한국의 다른 리더들은 북한에 접근하는 법을 잘 모르더라. 당신은 잘 할 것 같다.
이재명: 당신이 피스메이커해라. 나는 페이스메이커 하겠다
트럼프: 하하하~
영어식 아재 개그에 트럼프가 빵 터지네요. 오늘 처음 보여주는 찐웃음입니다. 둘이 다시 악수합니다. 처음 악수할 때보다 무드가 훨씬 나아졌습니다.
(p.s.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니, 유머가 다르게 해석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라는 말에서 마라톤이나 달리기를 연상하지만, 미국에서는 부정맥 환자들이 몸에 삽입하는 심장박동기라는 뜻으로 훨씬 더 자주 쓰입니다. 트럼프 등 미국인사들이 이 말개그에서 빵 터진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사망하지 않게 살려두는 심장박동기라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야 웃음 맥락이 이해가 됩니다. 자기비하적 유머도 되니까요. 물론 나쁜 뜻으로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국측이 의도한, '이재명이 트럼프와 같이 뛰겠다'는 의미는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질의응답
자 드디어 기자들 질문 받습니다. 한국기자 미국기자 섞여있습니다.
백악관 미국기자들은 외국 게스트 무시하고 미국 내부 이슈 질문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질문 1: 트럼프 님, 푸틴 만날 거에요?
한국과는 관계 없는 답변이 길어집니다.
질문 2: 주한미군 축소할 거에요?
트럼프: 한국과 관계는 좋음. 친구 사이. 우리 4만명 이상 미군 주둔시키고 있음. 그래서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돈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바이든이 안 받아도 된다고 했음. 믿을 수 없는 얘기지.. .어쨌든 한국측은 한국이 땅을 대주고(give) 미군이 군대를 대준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님. 한국은 우리에게 땅을 빌려주고(lease) 있는 거지 우리에게 땅을 준(give) 건 아니야. 그 두 개는 차이가 크다. 우리는 거기 군부대(fort) 짓느라고 돈을 엄청 썼다. 한국도 공헌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땅을 빌리는 계약을 끝내고 아예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
(미국에서는 큰 군부대를 fort라고 하기도 합니다. Fort Worth, Fort Hood 등등)
질문 3 (아리랑 TV): 한미 동맹관계 그레이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 주세요. 두 분 다 주세요.
트럼프: 한국사람들과 비즈니스 많이 해봤고 한국사람들은 날 사랑해. 내가 선거에서 못 이겼으면, 사악한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으면 남북한은 아마 핵전쟁 했을걸? 사실 핵도 필요 없어. 북한에서 곡사포로 60마일, 서울까지 바로 닿잖아. 끔찍했을 거야. 그리고 북한쪽도 끔찍했을테지. 우리 미국도 개입하게 됐을 테니까..
아무튼 우리 미국이 세계 최고 핵강국이야. 러시아가 2등 중국이 3등.... 내가 추진하는 건 러시아랑 중국이랑 해서 북한 비핵화 하는 거야. 푸틴과는 이미 지난 번에 통화할 때 이 얘기도 했어. 핵무기 확산은 용납할 수 없어.
이재명: (대답할 기회 놓침)
질문 4 (코리아타임스): 통상 문제에도 두 분 다 의견 주세요
트럼프: 알래스카 와서 기름 좀 사가셔야지. 우리나라 기름과 가스 많다. 신의 축복 받은 우리나라 땡큐! 풍력? 태양광? 그런 거 다 엉터리다. 그런 것들 다 중국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지. 한국과 일본은 기름이 필요하잖아. 알래스카 와서 우리 기름 좀 가져가라. 태평양이라는 작은 바다만 건너면 바로 코앞이잖아.
이재명: (대답 기회 놓침)
질문 5: 트럼프 님, 다시 DMZ 가서 김정은 만날거에요?
트럼프: 오 좋지~ 거기 넘 좋지. 경비도 심하고 신기한 마법 유리창도 있고, 총으로 나를 엄청 겨누고 있고. 그래도 나는 거기가 안전하다고 느꼈어. 왜냐면 김정은이 나를 좋아하니까. 걔랑은 잘 지낼 수 있어.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 있는 나라야.
이재명: (끄덕끄덕)
질문 6: 중국도 방문할 거에요?
트럼프: 시진핑도 나 좋아해. 우리 중국에서 관세 엄청나게 나왔어. 중국 유학생 받아줄까 말까.. 중국에 보잉 항공기 부품 팔게 해줄까 말까... 이런 카드도 엄청 많아. 관세보다 더 강력해. 중국은 자석 생산을 독점해서 그게 우리에게 골치인데 그래도 우리에게 카드가 더 많아... 어쨌든 나는 시진핑과는 관계 좋아. 최근에 같이 얘기도 했어. 아마도 올해 안에 중국 갈 거 같아.
질문 7: 중국 방문 계획에 대해 더 얘기해줘요. 이재명 님도 의견 주세요.
트럼프: (이 대통령을 보며) 나와 같이 갈래요? 에너지도 아낄 겸 ㅋㅋㅋ 오바마는 오존층 파괴했는데 ㅋㅋㅋ
이재명: (정색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트럼프: 농담한 건데, 진짜 갈 거면 추진할 수 있죠.
질문 8: (안들림)
트럼프: 코리아가 한 나라였던 거 잘 알고 있어. 남북한이 하나였을 땐 아주 크고 힘센 나라였지. 코리아가 중국과 전쟁을 51번이나 했다며? 2000년에 걸쳐서? 시진핑이 나한테 알려줬어. 시진핑이 북한하고 잘 지내기가 어렵다며 그런 역사 얘기를 하더라. 코리아가 하나의 나라였을 때 얘기지. 그걸 들으니 나도 중국과 코리아는 잘 지내게 하기 어렵겠다 싶더라 ㅋㅋ 그런데 어쨌든 지금 코리아는 벽을 가운데 두고 두 나라가 됐고, 둘 다 힘 센 나라가 됐지.
질문 9: 아까 오전에 한국에서 교회 압수수색한거 걱정하셨던데?
트럼프: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 했다는 정보보고 들었어. 그거에 대해 곧 한국과 얘기할거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너무 나쁘지.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법한 일로 들리지 않았어. 당신(이 대통령)도 할 말 있죠?
이재명: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대한민국은 친위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지 얼마 안됐다.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 물론 나의 직접 통제 하에 있지는 않지만 팩트체크 정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 미군은 내가 듣기로 특검이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한 거 같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얘기나누겠습니다.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이 설명을 통역사가 통역하는 중, 트럼프는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미치광이 Jack Smith'을 언급하며 농담을 함. JD 밴스 등은 박장대소 하지만 배석한 한국인들은 당연히 못 알아들음. 트럼프 본인을 수사했던 미국 특검(special council)에 대한 농담이었음. 특검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 보이는 트럼프.)
트럼프: 뭐 괜찮어. 오해가 있었겠지. 교회 관련 루머가 있었다고 들었어. 이제 잘 풀어보자.
질문 10: 가자지구 관련 질문.
질문 11: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올 거에요?
트럼프: 지난 번에 한국 국회에 초청 받아서 연설하러 갔었는데 좋았었어. 장소가 멋있더라. 재밌었어. 아마도 곧 통상 관련 미팅하러 한국 갈 거 같아. 중간에 잠깐 빠져나와서 당신네 대통령 만날 수도 있겠지.
(트럼프는 APEC이라는 이벤트 명칭은 모르고 그냥 통상 관련 미팅이라고 기억하고 있음. 미국 대통령에겐 너무 사소한 디테일.)
질문 12: 김정은, 시진핑하고 회담 주선해줄래요? (주어가 빠진 질문)
트럼프: (이 대통령을 보며) 내가 김정은하고 미팅 주선해주면 만날래요? ㅋㅋ 저 기자 질문이 터프하네. 여러 사람들 만나게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질문 13: 마스가 프로젝트 알아요?
트럼프: (뭐라고? 그게 뭐야? 어리둥절하다가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라는 주위 설명을 듣고) 어어 조선업, 그거 알어. 조선업은 재시동 거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하긴 할 거야. 아 그런데 우리나라 잠수함이 세계 최고야. 다른 나라보다 25년 앞서있어. 우리가 조선업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야.
질문 14, 15: 미국 국내 관련 질문.
질문 16: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럼프: 한국 일본 두 나라를 같이 앉히는게 좀 힘들더라. 위안부 문제 때문에. 콤포트 위민 맞지? 그것이 한국에게는 큰 문제이고, 일본은 이제 넘어갔으면 하고 바라더라. 오래된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한국 일본 화해시키기 어렵더라. 이 대통령도 한번 말해보소.
이재명: 한미관계 위해 한일관계도 중요합니다. 트럼프 당신이 걱정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일본 들려서 잘 얘기하고 왔소.
트럼프: 일본은 당신네랑 잘 지내고 싶어하더라. 걔네 좋은 사람들이야. 당신네와 일본은 공통적으로 북한 문제도 걱정하잖아? 같이 잘 지내봐.
이재명: 이번에 내가 일본에 가보니까 양국 관계의 장애물이 많이 없어졌더라.
트럼프: 바로 내 임기 때 장애물 없앤 거지. 내 친구 아베 총리 알지? 암살 당했지만 좋은 사람이었지. 아베는 한국에 대해 따뜻한 감정 있었어. 지금 총리하는 사람도 똑같애. 내 생각에 니네는 일본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 기자회견 끝 -
총평
위에서도 말했듯이 아직 두 정상이 립서비스 하며 간 보고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야 단단히 준비를 하고 현안도 열심히 공부해서 회담장에 가셨겠지만, 트럼프에게 있어 한국은 미국이 신경써야 하는 세계 200여 개국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아직 한미간 현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많은 정보를 보고받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트럼프는 곧 이어질 비공개 정상회담 중에 국무장관 등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현장에서 바로바로 디시젼 메이킹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문제 등도 그 비공개 회담에서 다뤄질 것 같습니다. 특정한 결론이 안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임기 초니까요. (p.s. 비공개 회담과 오찬은 2시간 20분 지속됐다고 합니다.)
주목할 부분
한편, 오늘 기자회견 중에 나온 얘기 중 겉치레 인사들 빼고 알멩이 있는 빅뉴스는 한국 내 미군기지 땅의 소유권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1960년대 한국과 미국이 맺은 주한미군 지위 협정(소파: 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군대 주둔에 필요한 한국 내 땅을 "공여"받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영어로는 "granted" 입니다.
"The United States is granted, under Article IV of the Mutual Defense Treaty, the use of facilities and areas in the Republic of Korea."
공여, grant 라는 게 좀 애매한 말입니다. 소유권을 주는 건 아니고, 필요한 만큼의 땅을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즉 '사용권'만 미군이 갖는 것이며 나중에라도 미군에게 필요 없게 되면 한국이 돌려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미군이 미군기지가 들어선 땅의 소유권까지 탐내는 걸까요?
미군은 지난 20여년 간 한국 곳곳에 있던 미군기지들을 통폐합해서 평택 인근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한 곳에 완전 몰빵을 했습니다. 그곳에 수조 원, 혹은 수십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도시 하나를 건설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동두천, 의정부, 부산, 대구, 부천, 그리고 서울 용산 등 전국 곳곳에 있었던 크고작은 기지들은 한국에 반환했습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는 미국의 투자금도 많이 들어간데다가 서해안을 끼고 있어서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아예 이 땅의 소유권까지 가져가야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위에서 트럼프도 언급한 한국 윤석열 내란사건 특검에 의한 오산공군기지 압수수색 사건과 같은 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일단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기분은 나쁠 수 있습니다. 외국 군대에게 우리나라 땅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게 일제시대 등 과거사 때문에 싫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어차피 무기한으로 평택 미군기지 부지를 '공여'하고 있는 현 상황이나, 소유권까지 넘겨주는 거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현금으로 주한미군 부담금을 매년 몇 조원씩 올려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땅문서를 주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땅을 소유하게 된다고 해서 거기가 미국 영토가 되는 건 아닙니다. 중국인들이 대림동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해서 거기가 중국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요.).
더군다나 미군이 그 땅을 공식적으로 소유하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없어지지 않는 든든한 인계철선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보장 받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중국이 그 곳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반격할 근거도 더 강해집니다.
이런 제안은 우리나라 국민들 각자의 정치 성향이나 생각에 따라서 좋게 들릴 수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딜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현금 대신 땅이라는 트럼프의 제안이 좋게 들릴 것이고, 주한미군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쪽일까요? 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 환영합니다.
-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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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호츠크에서 뭔가 바로 기사가 나올듯 해서 아침 일어나자마자 들어와봤더니 실시간 생중계에 호외까지 보내주셨네요. 넘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군부지 공여 얘기는 저도 우리한테 꼭 불리하거나 손해라고 볼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이제 평택 땅값 오르는지 지켜보면 알일…😅).
정상회담 관련 뉴스와 유튜브 영상에, 오호츠크의 인사이트 담긴 실황중계 글을 보고 나니.. 전반의 맥락이 머리에 쏙~ 들어왔네요.. 고생과 정성이 담긴 콘텐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말의 구어체에 대한 내용 보다가.. 문득, 정상회담 방명록 작성 시에 트통과 이통이 나누던 언어의 정확도에 대한 담소가 떠올랐네요~ㅎㅎ (뉴스에서는 사인펜 가져간 것만 다루긴 했지만..)
한국어가 한자어와 병행 사용하여 동음이의어가 많다보니.. 맥락 의존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 영향이 클 것 같네요... 그래서.. 우리가 눈치도 많이 보고.. 머리 회전도 빠른거 아닌가..? 라는 상상(?)도 해봅니다~ㅎㅎ
항상 좋은 내용들 감사합니다!!
아래는 오늘 새벽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부분을 실시간으로 보며 받아쓴 내용입니다.
유튜브 백악관 채널에서 영어 버전으로 봤기 때문에 한국 방송사에서 나온 버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급하게 받아적느라 다소 부정확하게 쓰여지거나 비속어로 쓰여진 부분이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정확한 워딩은 언론사 기사나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호츠크 리포트에서는 전체적인 회담 분위기를 주관적으로 전달드리고자 아래와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비공개 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라 앞으로 다른 뉴스가 더 나올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현재(새벽 3:30)까지 나온 가장 큰 뉴스는 주한미군 토지 양도 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 마지막에 부연설명 하겠습니다.
정상회담 3시간 전
곧 한미 정상회담 해야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이상한 글을 올렸습니다.
대체 무슨 말일까요?
아마도 트럼프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김건희 전 대통령 부인 구속에 이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발부 등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덕수와 좋은 관계였다던 트럼프가 한덕수 구속 수사는 막아보려고 압력을 넣는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반박시 여러분이 옳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감옥가거나 안 좋은 최후를 맞는 게 국룰이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은 윤 대통령 부부의 수감을 보면서도 '아 뭐 그런가, 또 가는구나...' 하고 살지만, 미국인들이 보기엔 너무 엄격해 보일 겁니다. 한국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면 트럼프, 바이든, 클린턴, 오바마 등 미국 전직 대통령 부부들 모두 감옥에 가 있어야 할 겁니다.
특히 윤석열, 김건희, 한덕수 3인은 아직 재판을 받기도 전인데 감옥에 있다보니(한덕수는 구속영장 발부 직전)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비민주적이지 않냐는 우려가 있을 겁니다. 형사 재판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위험도 거의 없는데도 3인 모두 재판 전부터 감옥에 넣어진다면 새 정부의 정치 보복이 섞인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문화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트럼프는 몇 시간 전 있었던 다른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의 특검이 미군도 함께 쓰는 오산 공군기지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불길한 신호입니다.
새벽 1:40
한국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도착.
드디어 시작입니다!
정상회담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인삿말을 합니다.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도 사고, 한국 업체가 미국에서 반도체도 만들게 하고, 조선업에서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때는 하루에 배 한 척씩 뽑아내던 미국 조선업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만든다...'고도 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최신 무기도 많이 샀으면 한답니다.
트럼프 답게, 두서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말, 생각나는 말 자유롭게 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걸 축하한다'며 트럼프가 악수를 권합니다. 그런데 눈빛이 무섭네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 5분 동안 스트레이트로 떠들었기 때문에, 옆에 앉은 미국측 여성 통역사분이 그 말들을 받아적고 한꺼번에 통역하느라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해내십니다. 대단합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 발언 차례입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가 리모델링 한다더니 너무 멋있다, 미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 라고 칭찬합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와는 달리 통역사를 배려합니다. 짧게 한두 문장씩 끊어 말하고 통역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어투 자체가 완전 한국식이라서, 이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는 남성분이 나름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통 한국식 구어체는 주어가 생략되거나, 이어지는 문장 안에서 주어가 달라져 비문이 되거나, 의미 없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본인이 평소 하는 말들을 녹음한 다음 녹취를 풀어보세요.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맞는 문장이 없을 정도로 완전 엉망일 겁니다. 우리 한국인은 문장 중간에 뚝 끊고 대충 알아들으라는 식으로 다른 말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어 구어체와 문어체는 너무나 다릅니다.)
1:49
왕년의 주식투자가 답게 이재명 대통령은 '다우존스 인덱스가 사상최대치를 쳤다'며 미국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조선업 르네상스에 한국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측 통역 맡은 분이 '르네상스'의 R 발음을 L처럼 하셔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측이 못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1:50
이 대통령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집니다. "세계 여러 곳의 평화를 가져온 트럼프 짱짱맨, 유 아 디 온리 원"
그러면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가져다달라,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만들어달라, 북한에서 나도 골프치게 해달라...' 라는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웃자고 한 얘기겠지요.
그러나 이 대통령의 애드립에 통역가가 당황했습니다. 버벅댑니다. 유머 전달이 안 되는 모습입니다.
외국인도 알아듣는 유머를 하기란 매우 어려운 겁니다.
오늘 안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머로 만회할 기회가 올까요?
1:52
이 대통령의 발언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가 끼어듭니다.
트럼프: 맞아. 나 김정은과 사이 좋아. 같이 잘 해보자.
갑자기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추억 썰을 길게 풉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분위기 살벌하지 않았냐, 개막식 경기장에 폭탄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나 덕분에 분위기 업 시키고 교류하지 않았냐, 김정은에게 로켓맨이라 하며 아웅다웅 싸웠지만 좋은 추억이다 등등..
뒷쪽에 통역사분 또 고생하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양국 정상이 서로 칭찬만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당시엔 남북관계 안정적이었음. 그런데 당신이 물러나있는 동안 상황이 나빠짐. 북한 핵폭탄 늘어남.
트럼프: 그렇지. 내가 계속 대통령이었으면 그런 일 없었지.
이재명: 공감! 그리고 얼마전에 김여정이 트럼프 방문을 기다린다고 말했음. 트럼프 대통령, 한반도에 평화를 열어주세요
(통역사가 김여정을 김정은 동생이라고 심플하게 통역하면 좋았을텐데, 공산당식 공식 직함으로 복잡하게 언급해서 트럼프가 말을 끝까지 듣지 않습니다.)
트럼프: 내가 만나본 한국의 다른 리더들은 북한에 접근하는 법을 잘 모르더라. 당신은 잘 할 것 같다.
이재명: 당신이 피스메이커해라. 나는 페이스메이커 하겠다
트럼프: 하하하~
영어식 아재 개그에 트럼프가 빵 터지네요. 오늘 처음 보여주는 찐웃음입니다. 둘이 다시 악수합니다. 처음 악수할 때보다 무드가 훨씬 나아졌습니다.
(p.s.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니, 유머가 다르게 해석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라는 말에서 마라톤이나 달리기를 연상하지만, 미국에서는 부정맥 환자들이 몸에 삽입하는 심장박동기라는 뜻으로 훨씬 더 자주 쓰입니다. 트럼프 등 미국인사들이 이 말개그에서 빵 터진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사망하지 않게 살려두는 심장박동기라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야 웃음 맥락이 이해가 됩니다. 자기비하적 유머도 되니까요. 물론 나쁜 뜻으로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국측이 의도한, '이재명이 트럼프와 같이 뛰겠다'는 의미는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질의응답
자 드디어 기자들 질문 받습니다. 한국기자 미국기자 섞여있습니다.
백악관 미국기자들은 외국 게스트 무시하고 미국 내부 이슈 질문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질문 1: 트럼프 님, 푸틴 만날 거에요?
한국과는 관계 없는 답변이 길어집니다.
질문 2: 주한미군 축소할 거에요?
트럼프: 한국과 관계는 좋음. 친구 사이. 우리 4만명 이상 미군 주둔시키고 있음. 그래서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돈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바이든이 안 받아도 된다고 했음. 믿을 수 없는 얘기지.. .어쨌든 한국측은 한국이 땅을 대주고(give) 미군이 군대를 대준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님. 한국은 우리에게 땅을 빌려주고(lease) 있는 거지 우리에게 땅을 준(give) 건 아니야. 그 두 개는 차이가 크다. 우리는 거기 군부대(fort) 짓느라고 돈을 엄청 썼다. 한국도 공헌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땅을 빌리는 계약을 끝내고 아예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
(미국에서는 큰 군부대를 fort라고 하기도 합니다. Fort Worth, Fort Hood 등등)
질문 3 (아리랑 TV): 한미 동맹관계 그레이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 주세요. 두 분 다 주세요.
트럼프: 한국사람들과 비즈니스 많이 해봤고 한국사람들은 날 사랑해. 내가 선거에서 못 이겼으면, 사악한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으면 남북한은 아마 핵전쟁 했을걸? 사실 핵도 필요 없어. 북한에서 곡사포로 60마일, 서울까지 바로 닿잖아. 끔찍했을 거야. 그리고 북한쪽도 끔찍했을테지. 우리 미국도 개입하게 됐을 테니까..
아무튼 우리 미국이 세계 최고 핵강국이야. 러시아가 2등 중국이 3등.... 내가 추진하는 건 러시아랑 중국이랑 해서 북한 비핵화 하는 거야. 푸틴과는 이미 지난 번에 통화할 때 이 얘기도 했어. 핵무기 확산은 용납할 수 없어.
이재명: (대답할 기회 놓침)
질문 4 (코리아타임스): 통상 문제에도 두 분 다 의견 주세요
트럼프: 알래스카 와서 기름 좀 사가셔야지. 우리나라 기름과 가스 많다. 신의 축복 받은 우리나라 땡큐! 풍력? 태양광? 그런 거 다 엉터리다. 그런 것들 다 중국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지. 한국과 일본은 기름이 필요하잖아. 알래스카 와서 우리 기름 좀 가져가라. 태평양이라는 작은 바다만 건너면 바로 코앞이잖아.
이재명: (대답 기회 놓침)
질문 5: 트럼프 님, 다시 DMZ 가서 김정은 만날거에요?
트럼프: 오 좋지~ 거기 넘 좋지. 경비도 심하고 신기한 마법 유리창도 있고, 총으로 나를 엄청 겨누고 있고. 그래도 나는 거기가 안전하다고 느꼈어. 왜냐면 김정은이 나를 좋아하니까. 걔랑은 잘 지낼 수 있어.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 있는 나라야.
이재명: (끄덕끄덕)
질문 6: 중국도 방문할 거에요?
트럼프: 시진핑도 나 좋아해. 우리 중국에서 관세 엄청나게 나왔어. 중국 유학생 받아줄까 말까.. 중국에 보잉 항공기 부품 팔게 해줄까 말까... 이런 카드도 엄청 많아. 관세보다 더 강력해. 중국은 자석 생산을 독점해서 그게 우리에게 골치인데 그래도 우리에게 카드가 더 많아... 어쨌든 나는 시진핑과는 관계 좋아. 최근에 같이 얘기도 했어. 아마도 올해 안에 중국 갈 거 같아.
질문 7: 중국 방문 계획에 대해 더 얘기해줘요. 이재명 님도 의견 주세요.
트럼프: (이 대통령을 보며) 나와 같이 갈래요? 에너지도 아낄 겸 ㅋㅋㅋ 오바마는 오존층 파괴했는데 ㅋㅋㅋ
이재명: (정색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트럼프: 농담한 건데, 진짜 갈 거면 추진할 수 있죠.
질문 8: (안들림)
트럼프: 코리아가 한 나라였던 거 잘 알고 있어. 남북한이 하나였을 땐 아주 크고 힘센 나라였지. 코리아가 중국과 전쟁을 51번이나 했다며? 2000년에 걸쳐서? 시진핑이 나한테 알려줬어. 시진핑이 북한하고 잘 지내기가 어렵다며 그런 역사 얘기를 하더라. 코리아가 하나의 나라였을 때 얘기지. 그걸 들으니 나도 중국과 코리아는 잘 지내게 하기 어렵겠다 싶더라 ㅋㅋ 그런데 어쨌든 지금 코리아는 벽을 가운데 두고 두 나라가 됐고, 둘 다 힘 센 나라가 됐지.
질문 9: 아까 오전에 한국에서 교회 압수수색한거 걱정하셨던데?
트럼프: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 했다는 정보보고 들었어. 그거에 대해 곧 한국과 얘기할거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너무 나쁘지.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법한 일로 들리지 않았어. 당신(이 대통령)도 할 말 있죠?
이재명: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대한민국은 친위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지 얼마 안됐다.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 물론 나의 직접 통제 하에 있지는 않지만 팩트체크 정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 미군은 내가 듣기로 특검이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한 거 같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얘기나누겠습니다.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이 설명을 통역사가 통역하는 중, 트럼프는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미치광이 Jack Smith'을 언급하며 농담을 함. JD 밴스 등은 박장대소 하지만 배석한 한국인들은 당연히 못 알아들음. 트럼프 본인을 수사했던 미국 특검(special council)에 대한 농담이었음. 특검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 보이는 트럼프.)
트럼프: 뭐 괜찮어. 오해가 있었겠지. 교회 관련 루머가 있었다고 들었어. 이제 잘 풀어보자.
질문 10: 가자지구 관련 질문.
질문 11: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올 거에요?
트럼프: 지난 번에 한국 국회에 초청 받아서 연설하러 갔었는데 좋았었어. 장소가 멋있더라. 재밌었어. 아마도 곧 통상 관련 미팅하러 한국 갈 거 같아. 중간에 잠깐 빠져나와서 당신네 대통령 만날 수도 있겠지.
(트럼프는 APEC이라는 이벤트 명칭은 모르고 그냥 통상 관련 미팅이라고 기억하고 있음. 미국 대통령에겐 너무 사소한 디테일.)
질문 12: 김정은, 시진핑하고 회담 주선해줄래요? (주어가 빠진 질문)
트럼프: (이 대통령을 보며) 내가 김정은하고 미팅 주선해주면 만날래요? ㅋㅋ 저 기자 질문이 터프하네. 여러 사람들 만나게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질문 13: 마스가 프로젝트 알아요?
트럼프: (뭐라고? 그게 뭐야? 어리둥절하다가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라는 주위 설명을 듣고) 어어 조선업, 그거 알어. 조선업은 재시동 거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하긴 할 거야. 아 그런데 우리나라 잠수함이 세계 최고야. 다른 나라보다 25년 앞서있어. 우리가 조선업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야.
질문 14, 15: 미국 국내 관련 질문.
질문 16: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럼프: 한국 일본 두 나라를 같이 앉히는게 좀 힘들더라. 위안부 문제 때문에. 콤포트 위민 맞지? 그것이 한국에게는 큰 문제이고, 일본은 이제 넘어갔으면 하고 바라더라. 오래된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한국 일본 화해시키기 어렵더라. 이 대통령도 한번 말해보소.
이재명: 한미관계 위해 한일관계도 중요합니다. 트럼프 당신이 걱정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일본 들려서 잘 얘기하고 왔소.
트럼프: 일본은 당신네랑 잘 지내고 싶어하더라. 걔네 좋은 사람들이야. 당신네와 일본은 공통적으로 북한 문제도 걱정하잖아? 같이 잘 지내봐.
이재명: 이번에 내가 일본에 가보니까 양국 관계의 장애물이 많이 없어졌더라.
트럼프: 바로 내 임기 때 장애물 없앤 거지. 내 친구 아베 총리 알지? 암살 당했지만 좋은 사람이었지. 아베는 한국에 대해 따뜻한 감정 있었어. 지금 총리하는 사람도 똑같애. 내 생각에 니네는 일본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 기자회견 끝 -
총평
위에서도 말했듯이 아직 두 정상이 립서비스 하며 간 보고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야 단단히 준비를 하고 현안도 열심히 공부해서 회담장에 가셨겠지만, 트럼프에게 있어 한국은 미국이 신경써야 하는 세계 200여 개국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아직 한미간 현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많은 정보를 보고받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트럼프는 곧 이어질 비공개 정상회담 중에 국무장관 등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현장에서 바로바로 디시젼 메이킹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문제 등도 그 비공개 회담에서 다뤄질 것 같습니다. 특정한 결론이 안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임기 초니까요. (p.s. 비공개 회담과 오찬은 2시간 20분 지속됐다고 합니다.)
주목할 부분
한편, 오늘 기자회견 중에 나온 얘기 중 겉치레 인사들 빼고 알멩이 있는 빅뉴스는 한국 내 미군기지 땅의 소유권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1960년대 한국과 미국이 맺은 주한미군 지위 협정(소파: 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군대 주둔에 필요한 한국 내 땅을 "공여"받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영어로는 "granted" 입니다.
공여, grant 라는 게 좀 애매한 말입니다. 소유권을 주는 건 아니고, 필요한 만큼의 땅을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즉 '사용권'만 미군이 갖는 것이며 나중에라도 미군에게 필요 없게 되면 한국이 돌려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미군이 미군기지가 들어선 땅의 소유권까지 탐내는 걸까요?
미군은 지난 20여년 간 한국 곳곳에 있던 미군기지들을 통폐합해서 평택 인근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한 곳에 완전 몰빵을 했습니다. 그곳에 수조 원, 혹은 수십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도시 하나를 건설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동두천, 의정부, 부산, 대구, 부천, 그리고 서울 용산 등 전국 곳곳에 있었던 크고작은 기지들은 한국에 반환했습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는 미국의 투자금도 많이 들어간데다가 서해안을 끼고 있어서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아예 이 땅의 소유권까지 가져가야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위에서 트럼프도 언급한 한국 윤석열 내란사건 특검에 의한 오산공군기지 압수수색 사건과 같은 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일단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기분은 나쁠 수 있습니다. 외국 군대에게 우리나라 땅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게 일제시대 등 과거사 때문에 싫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어차피 무기한으로 평택 미군기지 부지를 '공여'하고 있는 현 상황이나, 소유권까지 넘겨주는 거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현금으로 주한미군 부담금을 매년 몇 조원씩 올려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땅문서를 주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땅을 소유하게 된다고 해서 거기가 미국 영토가 되는 건 아닙니다. 중국인들이 대림동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해서 거기가 중국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요.).
더군다나 미군이 그 땅을 공식적으로 소유하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없어지지 않는 든든한 인계철선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보장 받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중국이 그 곳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반격할 근거도 더 강해집니다.
이런 제안은 우리나라 국민들 각자의 정치 성향이나 생각에 따라서 좋게 들릴 수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딜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현금 대신 땅이라는 트럼프의 제안이 좋게 들릴 것이고, 주한미군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쪽일까요? 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 환영합니다.
-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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