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기자들의 가상 잭슨홀 연설

2025-08-22

FT 기자들이 미국 연준 의장이라면, 오늘 잭슨 홀에서 어떤 발표를 할까?


(출처: 트위터)


Robert Armstrong and Hakyung Kim

22 Aug 2025


시장 참가자들의 눈과 귀는 지금 와이오밍에 쏠려 있습니다. 오늘 늦게 연준(Fed) 의장 제이 파월이 중앙은행 연례 회의에서 연설을 하기 때문입니다. 파월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일지 매파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듣고 싶은 짧고 강렬한 연설문을 써봤습니다.



우리의 잭슨홀 연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서부의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다소 진부한 지역 은유를 쓴다고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이 제 첫 로데오가 아니거든요. 저는 2018년부터 연준 의장을 맡아왔고, 매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확히 말해 이번이 여덟 번째 로데오입니다.

여덟 번째는 제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제 임기(연준에서의 경력은 계속되지만)는 내년 5월 끝납니다. 임기의 끝에 다다른 지금, 저는 과거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말하고자 합니다. 미국 시민들이 연준과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무엇을 하는지, 그것이 왜 우리의 공동 번영에 중요한지 이해하는 것이 지금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집에서 보고 있는 경제학자 여러분은 ‘연준 연설 빙고판’을 접어두셔도 됩니다. 고정된 기대치, 이중 책무, 대칭적 목표, 인플레이션 타깃 같은 용어는 안 꺼낼 겁니다. 오늘 제가 말할 건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는 금리 인하. 둘째는 허튼소리 인하입니다.


먼저 금리 이야기부터 하죠. 지난해 이 자리에서 저는 제 팀과 위원회가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충격을 과소평가했다가, 강하게 정책을 틀어잡은 끝에 물가와 고용 모두 확실히 개선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12개월 동안 2.5% 상승하며 우리의 목표에 훨씬 가까워졌다.’ 노동시장도 ‘과열 상태에서 크게 식었다’고 했고, 실업률 소폭 상승은 ‘노동 공급 증가와 과열된 채용 속도 둔화’를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훨씬 읽기 어렵습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뚜렷하게 줄었고 이는 심각한 우려 사항입니다. 다만 그것이 노동 수요 둔화 때문인지, 아니면 노동 공급 감소 때문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공급 감소에는 이민 패턴 변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말했듯, 지금 노동시장의 핵심 지표는 실업률입니다. 수요와 공급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오르고 있지만 역사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고, 경기침체 시 보이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다른 지표들도 완만한 둔화를 시사합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 고용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우려하고 있고, 앞으로 몇 주간 더 많은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고, 오히려 후퇴했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기저’ 지표로 보아도, 그동안 마이너스였던 상품 가격이 다시 급격히 오르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서비스 부문입니다. 한 번도 충분히 잡지 못했던 서비스 인플레이션에서 진전이 멈췄습니다. 수많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가계는 이를 체감합니다. 관세 때문이든 일시적 요인이든, 그건 핑계일 뿐입니다.

고용은 혼란스럽고 인플레이션은 악화되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지 말지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지난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데 반대했던 두 위원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FOMC의 본질입니다. 각자 데이터를 보고, 서로 논쟁하며, 표결하는 것. 나머지 9명은 확실히 인하 반대였지만, 반대 의견을 낸 두 사람도 선의로 잘 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 과정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야말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주제, 허튼소리 인하입니다. 요즘 ‘연준 독립성 상실’ ‘연준 정치화’ 같은 말이 돌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물론 연준은 정치적 압력에 항상 노출돼왔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래왔습니다. 린든 존슨이나 리처드 닉슨 시절 연준을 보십시오. 고(故) 폴 볼커가 여기 계셨다면 로널드 레이건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을 겁니다.

연준은 이런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는 법률에 명문화되어 있고, 대법원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대통령 임기보다 거의 두 배 길고, 예산도 상당 부분 자체적으로 통제합니다.

혹여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인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있다면, 연준 독립성에는 또 다른 장치가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역사의 심판’입니다. 중앙은행을 경험한 분들은 알 겁니다. 정당이나 대통령에 충성한다고 역사가 우리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나라를 우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리석은 자 혹은 악인으로 남을 뿐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강력합니다. 국민 번영만을 목표로 하고, 그 독립성을 결코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힘이었습니다. 첫 번째 로데오든 마지막 로데오든, 우리는 언제든 다시 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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