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임이 100% 확실한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는 법

2025-08-16

가격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더 오를 수 있다. 걱정 말고 사라. 거품이 터질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다.


Stuart Kirk

15 Aug 2025


시장이 미쳤다


주식시장엔 “5월에 다 팔고 멀리 떠나라”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휴가지 해변에서 햇볕을 쬐는 사람보다 자기 자리를 지킨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황홀한 여름을 보냈다. 관광객 한 명 보지 못하고 일만 한 나의 은퇴자금 포트폴리오는 10만 파운드(1억9000만원)나 불어났다.

이 속도라면 이 문장을 다 치기도 전에 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60만 파운드(11억5000만원)를 넘길 것이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48만7000파운드였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90%에 육박한다. 그렇다, 0을 잘못 쓴 게 아니다.

아, 숏에 베팅한 사람들은 정말 안됐다. 올해 내내 수많은 전문 투자자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라고 조언했었다. 어떤 이들은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건 너무 잔인하니까. 하지만 요즘 그들은 말이 없다.

나도 그런 입장이었을 때가 있었고 정말 끔찍했다. 모두가 미친 것 아니냐고 투덜대면서도, 그 미친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나 자신을 미워했다. 주가가 얼마나 펀더멘털과 괴리됐는지를 보여주는 차트를 사람들에게 포워딩했다. 파티에 합류하고 싶지만 내가 들어서는 순간 끝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관 펀드매니저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주식 비중을 낮게 가져가거나 방어주를 오래 보유한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벤치마크보다 한참 뒤처졌다. 상사들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비서들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물론, 하루종일 밖에서 점심을 먹거나 연말 보너스를 생각하며 인터넷에서 요트를 구경하는 강세론자들은 우리가 주식시장 버블 속에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세론자들보다는 종말론자들과 같은 편이다. 내 거의 모든 걸 주식에 걸고 있지만, 지금의 시장은 버블이라고 생각한다.


거품처럼 보인다. 거품 냄새가 난다. 이건 거품이다. 특히 미국 주식의 거품은 크고, 둥글며, 표면에 창문이 비칠 정도로 반짝인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이 다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주식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주식이 꺼지면 다른 시장도 함께 꺼질 것이다. 니케이나 풋시(FTSE) 지수가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것은 글로벌 거품이다.

1999년이나 2007년을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지표(미국 브로커 계좌의 마진 차입 급증, 매출 대비 황당한 주가 배수, 신뢰도 조사, 풋-콜 비율 등)를 여기서 다 나열하지는 않겠다. 이미 FT에 많이 쓰여 있다.

설령 당신이 지금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곧 동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내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한 두 번의 거대 거품장에서 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며 배운 점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일본 거품은 아쉽게도 5년 차이로 놓쳤었다.)


첫째, 시장의 광적인 낙관론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게 지속된다. 나는 1995년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는데 몇 년 뒤부터 주식시장이 너무 뜨겁게 달아올라서 만지기 무서울 정도가 됐다. 그러나 닷컴 주식 붐은 1990년대 끝까지 쭉 이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섹터들은 그 뒤로도 3년을 더 갔다.

거품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터지기 전에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직 끝이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밈 주식이 폭등하고 AI 인플루언서들이 10억 달러짜리 헤지펀드를 출범시키고 있는 걸 보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1999년과 같은 상황이 오려면 IPO 시장이 불타올라야 하고, 내 정원사가 매일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자랑할 정도가 돼야 한다.


둘째, 가격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더 오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나스닥 지수는 내가 처음 양복을 입고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그리고 다음 12개월 동안 또 50% 올랐다. 밸류에이션은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 당시 내 주위에서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1999년 여름부터 2000년 3월 정점을 찍기까지 나스닥은 또 두 배 올랐다! 가격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해 마지막 몇 달 동안 주식 비중을 줄였던 이들은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정신적으로도 그랬다.

직장을 잃은 이들도 많았다. 정점을 찍기 2년 전, 나는 (지금은 유명한) 한 영국 펀드매니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단지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이유로 닷컴주를 사지 않고 있었다. 당시 회사 내의 평가는 “저 사람은 이해를 못 한다”였다. 그는 결국 쫓겨났다.

나는 이전 칼럼에서, 미친 주식시장은 보통 10년 정도 지속된 뒤에야 무너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보통 XX년대가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과거를 잊고, 다시 동물적 본능을 회복하며, 사면 안 되는 것을 다시 사기까지 그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2020년의 조정이든 2022년의 조정을 가격의 기준으로 삼더라도, 우리에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을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사례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상투적인 경고는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거품 시장에서 투자하는 법에 대한 마지막 조언을 하려 한다.

그 조언은,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 펀드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을 무시하라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올바른 종목을 골라줄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지불할 이유가 절대 없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그들은 (닷컴 버블 때 회사에서 잘렸던 내 전 직장 동료처럼) 비정상적으로 비싼 밸류에이션의 주식은 양심상 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시장이 꼭대기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밑돈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강세론자인 캐시 우드 같은 이들에게 돈을 맡겨서도 안 된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캐시 우드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시장을 부풀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몇몇 종목을 사라. 조정이 올 때마다 더 사라.


왜냐하면 좋은 수익률은 몇몇 종목에 점점 더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르기가 쉽다. 비록 사는 게 찜찜하게 느껴질지라도 말이다. 그러다 거품이 터지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다) 다시 패시브 펀드로 옮겨타라. 채권이 가장 좋다. 주식펀드도 괜찮지만, 펀드 이름에 ‘가치(밸류)’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지 꼭 확인하라.


이렇게만 하면 다음 여름에는, 아니 어쩌면 여러 해 동안 따뜻한 휴가지로 사라져도 된다. 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추위에 떠는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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