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스위니는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Spokane)에서 태어난 27세 배우다. 그녀는 Z세대가 좋아하는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방탕한 10대 캐시 하워드 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화이트 로터스’ 첫 시즌에서는 특권과 경멸을 풍기는 오만한 악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았다.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애니원 벗 유’는 제작비 2500만 달러에 북미 박스오피스 2억2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그녀는 아담한 체구에 파랗고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졌으며, 본인의 할머니 표현에 따르면 ‘할리우드 최고의 가슴(the best tits in Hollywood)’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매력과 상업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위니는 배스킨라빈스, 게스 오리지널, 미우미우, 한국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 등 다양한 광고에 출연했다. 또 ‘천연 퍼스널 케어’ 브랜드 닥터 스쿼치와 협업해 자신의 목욕물 몇 방울을 넣은 한정판 비누를 판매하기도 했다.
라네즈 광고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스위니는 또 다른 ‘문화 전쟁’의 중심에 섰다. 논란은 아메리칸이글 광고에서 비롯됐다. 이 광고에서 그녀는 데님 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있다.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달돼 머리색, 성격, 심지어 눈 색깔과 같은 특징을 결정해요.” 그녀는 로봇이나 성노동자가 연상되는 읊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어 “내 유전자는 파란색이에요”라고 한다. 곧이어 나레이션이 “시드니 스위니는 좋은 진(jeans/genes)을 가졌다”고 말한다.
여름 휴가 기간이라 다른 빅 뉴스들이 없어서 이 스위니 스캔들은 완벽한 미디어 폭풍을 불러왔다. 각 진영이 각자의 해석을 덧씌울 수 있는 다소 무의미한 이야기였다.
친트럼프 MAGA 지지자들은 이 광고를 ‘깨시민 진영(woke)'에 대한 승리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니가 미국 공화당원이라며 ‘가장 HOT한 광고에 출연했다'고 칭찬했다.
반면 좌파 리버럴 인사들은 이 광고가 우생학을 홍보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페미니스트들은 1980년대 초 당시 15세였던 브룩 쉴즈가 출연했던 캘빈클라인 광고를 떠올렸다. 이들은 스위니의 신체를 집요하고 퇴행적으로 대상화하는 행위가 '#미투' 운동을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틱톡에서는 스위니의 나른한 발음이 밈의 소재가 돼,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광고를 재현하는 밈이 확산됐다.
이 논란은 주로 우파에 의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저널리스트 라이언 브로데릭은 자신의 서브스택 뉴스레터 ‘가비지 데이’에서 X(트위터)를 통해 이 분노의 출처를 추적해봤다. 그는 X가 리브랜딩 이후 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대부분 봇이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광고에 대한 리버럴 진영의 분노는 미미했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몇몇 우파 논객들이 더 큰 미디어 논쟁을 촉발하기 위해 스위니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여, 나도 거기에 말려들었다. 나 역시 그 광고를 여러 번 보았고, 스위니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불필요하게 오래 고민했다. 광고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제 그 브랜드를 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Woke는 루저들이나 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공화당원이 돼야 한다”는 친스위니 발언을 한 뒤 월요일 아메리칸이글의 주가가 24% 오른 것은 놀랍지 않았다. 흥분이 정점에 이른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청바지 차림의 피트 헤그서스 국방장관 사진에 “@secdef has good jeans”라는 문구를 덧붙여 트윗했다.
내가 보기엔 스위니의 문제는 그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젊고, 관능적이며, 우월한 몸매를 물려받았고, 매력이 넘친다. 도톰한 입술과 파라 포셋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을 가졌다. 우리는 그간 미국 사회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진보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차별도 덜 하고, 나이 차별도 덜 하고, 장애 차별도 덜 하게 됐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그런가? 스위니의 눈부신 성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글래머러스한 금발 여성’이 여전히 이상적인 여성형으로 여겨진다는 더러운 진실을 드러낸다.
스위니는 또한 유명해지고 싶은 갈망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성적 매력을 가지고 사회와 맞서 싸워온 여배우들 계보에 가장 최근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인 맨스필드와 비극적으로 죽은 마릴린 먼로의 직계 후손이다. 안나 니콜 스미스의 그림자도 보인다. 그녀는 사람들의 비난을 걸어두는 옷걸이 같은 존재가 됐다.
섹스 심볼에서 가드닝 심볼로 변신한 파멜라 앤더슨
이 사건과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커리어 부활을 나란히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캐나다계 미국인인 파멜라 엔더슨은 현재 영화 ‘네이키드 건’ 홍보를 위해 전 세계 투어를 돌고 있다. 올해 58세인 그녀는 1980년대 말부터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이자 ‘베이워치’의 전설로서 문화적 아이콘이 됐지만, 지난해 얼굴 화장을 지우고 다니기 시작한 뒤에야 문화 엘리트 층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그녀는 쌩얼 공개가 자신의 오랜 이미지를 털어내는 첫 단계였다고 말했다).
또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리암 니슨과의 연애설, 성인 비디오 제작을 그만두고 정원 가꾸기를 취미로 삼은 것도 화제가 됐다. 최근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인터뷰에서 그녀는 캐나다에 있는 7 에이커 규모의 자택 아카디(Arcady)에서 수확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나는 앤더슨을 좋아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기원한다. 하지만 나는 단정해 보이는 그녀의 지금 모습만큼이나, 만화 캐릭터 같았던 옛 시절의 모습도 좋아했다.
시드니 스위니가 끝내주는 몸매를 가진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눈부신 머릿결을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우리 욕망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본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녀는 돈을 벌게 해주는 유전자를 타고났다. 그것은 우리의 문제이지, 그녀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그녀의 목욕탕물 비누를 사주는 건 우리다.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 논란을 일으킨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 그런데 이쁜 게 죄야?
Jo Ellison
Aug 9 2025
시드니 스위니는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Spokane)에서 태어난 27세 배우다. 그녀는 Z세대가 좋아하는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방탕한 10대 캐시 하워드 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화이트 로터스’ 첫 시즌에서는 특권과 경멸을 풍기는 오만한 악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았다.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애니원 벗 유’는 제작비 2500만 달러에 북미 박스오피스 2억2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그녀는 아담한 체구에 파랗고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졌으며, 본인의 할머니 표현에 따르면 ‘할리우드 최고의 가슴(the best tits in Hollywood)’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매력과 상업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위니는 배스킨라빈스, 게스 오리지널, 미우미우, 한국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 등 다양한 광고에 출연했다. 또 ‘천연 퍼스널 케어’ 브랜드 닥터 스쿼치와 협업해 자신의 목욕물 몇 방울을 넣은 한정판 비누를 판매하기도 했다.
라네즈 광고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스위니는 또 다른 ‘문화 전쟁’의 중심에 섰다. 논란은 아메리칸이글 광고에서 비롯됐다. 이 광고에서 그녀는 데님 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있다.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달돼 머리색, 성격, 심지어 눈 색깔과 같은 특징을 결정해요.” 그녀는 로봇이나 성노동자가 연상되는 읊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어 “내 유전자는 파란색이에요”라고 한다. 곧이어 나레이션이 “시드니 스위니는 좋은 진(jeans/genes)을 가졌다”고 말한다.
여름 휴가 기간이라 다른 빅 뉴스들이 없어서 이 스위니 스캔들은 완벽한 미디어 폭풍을 불러왔다. 각 진영이 각자의 해석을 덧씌울 수 있는 다소 무의미한 이야기였다.
이 논란은 주로 우파에 의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저널리스트 라이언 브로데릭은 자신의 서브스택 뉴스레터 ‘가비지 데이’에서 X(트위터)를 통해 이 분노의 출처를 추적해봤다. 그는 X가 리브랜딩 이후 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대부분 봇이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광고에 대한 리버럴 진영의 분노는 미미했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몇몇 우파 논객들이 더 큰 미디어 논쟁을 촉발하기 위해 스위니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여, 나도 거기에 말려들었다. 나 역시 그 광고를 여러 번 보았고, 스위니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불필요하게 오래 고민했다. 광고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제 그 브랜드를 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Woke는 루저들이나 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공화당원이 돼야 한다”는 친스위니 발언을 한 뒤 월요일 아메리칸이글의 주가가 24% 오른 것은 놀랍지 않았다. 흥분이 정점에 이른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청바지 차림의 피트 헤그서스 국방장관 사진에 “@secdef has good jeans”라는 문구를 덧붙여 트윗했다.
내가 보기엔 스위니의 문제는 그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젊고, 관능적이며, 우월한 몸매를 물려받았고, 매력이 넘친다. 도톰한 입술과 파라 포셋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을 가졌다. 우리는 그간 미국 사회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진보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차별도 덜 하고, 나이 차별도 덜 하고, 장애 차별도 덜 하게 됐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그런가? 스위니의 눈부신 성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글래머러스한 금발 여성’이 여전히 이상적인 여성형으로 여겨진다는 더러운 진실을 드러낸다.
스위니는 또한 유명해지고 싶은 갈망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성적 매력을 가지고 사회와 맞서 싸워온 여배우들 계보에 가장 최근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인 맨스필드와 비극적으로 죽은 마릴린 먼로의 직계 후손이다. 안나 니콜 스미스의 그림자도 보인다. 그녀는 사람들의 비난을 걸어두는 옷걸이 같은 존재가 됐다.
섹스 심볼에서 가드닝 심볼로 변신한 파멜라 앤더슨
이 사건과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커리어 부활을 나란히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캐나다계 미국인인 파멜라 엔더슨은 현재 영화 ‘네이키드 건’ 홍보를 위해 전 세계 투어를 돌고 있다. 올해 58세인 그녀는 1980년대 말부터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이자 ‘베이워치’의 전설로서 문화적 아이콘이 됐지만, 지난해 얼굴 화장을 지우고 다니기 시작한 뒤에야 문화 엘리트 층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그녀는 쌩얼 공개가 자신의 오랜 이미지를 털어내는 첫 단계였다고 말했다).
또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리암 니슨과의 연애설, 성인 비디오 제작을 그만두고 정원 가꾸기를 취미로 삼은 것도 화제가 됐다. 최근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인터뷰에서 그녀는 캐나다에 있는 7 에이커 규모의 자택 아카디(Arcady)에서 수확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나는 앤더슨을 좋아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기원한다. 하지만 나는 단정해 보이는 그녀의 지금 모습만큼이나, 만화 캐릭터 같았던 옛 시절의 모습도 좋아했다.
시드니 스위니가 끝내주는 몸매를 가진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눈부신 머릿결을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우리 욕망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본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녀는 돈을 벌게 해주는 유전자를 타고났다. 그것은 우리의 문제이지, 그녀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그녀의 목욕탕물 비누를 사주는 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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