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July 2025
Ruchir Sharma
올해 초, 세계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이례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도입을 강행하면 미국에서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주요 기업 경영자, 투자자, 경제 논평가들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율이 1%p 오를 때마다 미국의 성장률은 0.1%p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0.1%p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거의 모든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덜 충격적이었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위협이 대부분 허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이미 2.5%에서 15%로 상승했다. 관세 수입은 연간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속도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약 네 배 빠른 수준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 자동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달러는 오히려 1970년대 초 이후 반기 기준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예상 밖의 전개는 달러가 올해 초 역사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달러 자산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었고, 최근 들어 이들은 그 위험을 회피하고 미국 외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여러 국가는 미국 이외의 파트너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자금을 유치하기에 점점 더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더 큰 의문은 관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왜 아직까지 전체 경제 지표에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정말로 아무런 부작용 없이 연간 300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얻고 있는 것일까? 일부 추정에 따르면, 외국 수출업자들이 전체 비용의 20%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때보다 훨씬 큰 비율이다. 그러나 나머지 80%는 여전히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거의 동일한 비율로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세의 부정적 경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인공지능 열풍과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등 다른 요인들이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이후,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쓸 것으로 예상되는 지출은 600억 달러 증가해 3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소기업들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을 추가로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열기는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고 신규 설비 투자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AI 주도 낙관론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금융 여건을 느슨하게 유지하며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새로운 지수에 따르면, 주식 시장의 강세가 아니었다면 현재 금융 여건은 느슨한 것이 아니라 중립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다. 특히 AI 관련 주식이 올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세금 감면에 대한 기대는 미국 기업들이 예상보다 더 큰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은 올해 미국 기업에 약 1000억 달러, 2026년에는 그 이상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관세에 부정적 경제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요 가전제품, 스포츠 용품, 장난감 등에서는 가격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율은 임대료 하락과 중고차, 에너지 등 다른 품목 가격의 하락으로 억제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관세와 무관한 요인들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은 팬데믹 시기 공급망 붕괴로 인해 급등했던 수준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의 관세에 대한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평균 실질 관세율이 계속 상승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훨씬 높은 관세율조차도 성장을 지탱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더 큰 요인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2023년의 반복처럼 보인다. 그해에도 많은 이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미국의 성장을 급격히 둔화시킬 것이라 예상했지만, AI 투자 붐과 미국 정부의 무제한적 재정 지원 덕분에 그 충격은 상쇄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세계가 잘못 이해한 지점은 사고의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변수 A가 곧장 결과 B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모형에 집착하는 고질적인 오류가 문제이며, 트럼프에 대한 세계인들의 집착으로 인해 이런 오류가 더욱 증폭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트럼프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건 복잡해서 단 하나의 요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트럼프의 관세처럼 큰 충격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 필자는 록펠러 인터내셔널 의장이다. 최근 저서로는 『자본주의는 어디서 잘못됐는가 What Went Wrong With Capitalism’ 』가 있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28 July 2025
Ruchir Sharma
올해 초, 세계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이례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도입을 강행하면 미국에서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주요 기업 경영자, 투자자, 경제 논평가들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율이 1%p 오를 때마다 미국의 성장률은 0.1%p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0.1%p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거의 모든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덜 충격적이었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위협이 대부분 허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이미 2.5%에서 15%로 상승했다. 관세 수입은 연간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속도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약 네 배 빠른 수준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 자동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달러는 오히려 1970년대 초 이후 반기 기준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예상 밖의 전개는 달러가 올해 초 역사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달러 자산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었고, 최근 들어 이들은 그 위험을 회피하고 미국 외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여러 국가는 미국 이외의 파트너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자금을 유치하기에 점점 더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더 큰 의문은 관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왜 아직까지 전체 경제 지표에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정말로 아무런 부작용 없이 연간 300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얻고 있는 것일까? 일부 추정에 따르면, 외국 수출업자들이 전체 비용의 20%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때보다 훨씬 큰 비율이다. 그러나 나머지 80%는 여전히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거의 동일한 비율로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세의 부정적 경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인공지능 열풍과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등 다른 요인들이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이후,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쓸 것으로 예상되는 지출은 600억 달러 증가해 3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소기업들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을 추가로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열기는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고 신규 설비 투자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AI 주도 낙관론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금융 여건을 느슨하게 유지하며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새로운 지수에 따르면, 주식 시장의 강세가 아니었다면 현재 금융 여건은 느슨한 것이 아니라 중립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다. 특히 AI 관련 주식이 올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세금 감면에 대한 기대는 미국 기업들이 예상보다 더 큰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은 올해 미국 기업에 약 1000억 달러, 2026년에는 그 이상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관세에 부정적 경제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요 가전제품, 스포츠 용품, 장난감 등에서는 가격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율은 임대료 하락과 중고차, 에너지 등 다른 품목 가격의 하락으로 억제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관세와 무관한 요인들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은 팬데믹 시기 공급망 붕괴로 인해 급등했던 수준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의 관세에 대한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평균 실질 관세율이 계속 상승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훨씬 높은 관세율조차도 성장을 지탱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더 큰 요인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2023년의 반복처럼 보인다. 그해에도 많은 이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미국의 성장을 급격히 둔화시킬 것이라 예상했지만, AI 투자 붐과 미국 정부의 무제한적 재정 지원 덕분에 그 충격은 상쇄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세계가 잘못 이해한 지점은 사고의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변수 A가 곧장 결과 B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모형에 집착하는 고질적인 오류가 문제이며, 트럼프에 대한 세계인들의 집착으로 인해 이런 오류가 더욱 증폭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트럼프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건 복잡해서 단 하나의 요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트럼프의 관세처럼 큰 충격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 필자는 록펠러 인터내셔널 의장이다. 최근 저서로는 『자본주의는 어디서 잘못됐는가 What Went Wrong With Capitalism’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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