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건국한 시온주의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했으며, 국제 동맹을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이젠 그렇지 않다.

Simon Kuper
Sep 25 2025
이스라엘은 언제나 취약했지만, 결코 홀로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고립 상태를 향해 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초 “이스라엘은 일종의 고립 상태에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자급자족하는 “슈퍼 스파르타” 같은 나라가 되어 “자립적 성격의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학살을 겪은 이후, 이스라엘은 외부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 길을 걸어왔다. 가자지구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75세에서 40세 남짓으로 낮췄고, 1년 만에 다섯 나라를 공격했으며, 오랜 동맹들까지 이스라엘에서 멀어지게 했다. 심지어 미국 대중의 장기적인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
외부에서 고립된 이스라엘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스라엘이 현재 보이는 행동들은 그 자체의 역사와 배치된다. 이 나라를 세웠던 세속(정교분리) 시온주의자들은 동맹이 될 나라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주로 방어적인 전쟁들을 치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차 종교화되었고,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은 세속화되었다.
점점 세를 넓히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정치계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군 고위직에도 올랐다. 또 다른 집단인 울트라정통파 하레딤(Haredim)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며 이미 이스라엘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하레딤은 오랫동안 정치를 멀리해왔고 특히 남성들은 유대 경전인 토라 연구에 집중했지만, 이들 또한 점점 우경화되고 있다.
특히 많은 종교적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대이스라엘’을 건설해 신의 계획을 완수하려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한 믿음을 북돋운다. 그는 가자 전쟁을 언급하며 성경에 나오는 '아말렉 족속들'이란 개념을 끌어왔다. 신이 이스라엘에게 멸절하라고 명령한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신의 인도를 따른다고 믿기 때문에 외국에서 무슨 말을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 바깥세계에서 반(反)유대주의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이스라엘인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국제인권협회 같은 단체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른다고 결론을 내려도, '그건 단지 저 사람들이 유대인을 미워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런 논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시리아·이란·예멘·카타르 공격을 정당화한다. 국제위기그룹의 맥스 로덴벡은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이 지역 내 국가 중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이스라일이 보유한 공대지 탄도미사일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9일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공격해 하마스 협상가들을 제거하려 한 뒤, 약 50개 이슬람 국가가 카타르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핵 보유국 파키스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네타냐후는 2020년과 2021년에 네 개 아랍 국가와 체결한 획기적인 “아브라함 협정”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의 미국도 중동에서 재앙을 불러왔었지만, 미국이야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역사상 가장 공개적인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것은 범죄 이상의 문제다. 그것은 전략적 실수다. 미국/중동프로젝트의 대니얼 레비는, 프랑스·영국·캐나다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에 가능한 한 온건하게 대하려 했지만 이제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원죄가 있는 독일조차 이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제한했다고 말한다. 스포츠 계에서의 경기 출전을 막는 보이콧도 이스라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과거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백인우월주의) 정권도 전 세계적인 배척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험은 동맹국 미국을 잃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 그는 6월 값비싼 미국 요격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했지만,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뒤늦게야 지지했고,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대해서는 “very unhappy”라고 말했다. 압박을 받는 상황이 오면 트럼프는 통제가 안 되는 네타냐후보다 부유한 중동의 친구들(사우디 카타르 등등) 편을 드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 쯤이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역대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지만, 미국인들은 전쟁을 치르며 태도가 변하곤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를 떠올려 보라. 이 패턴은 가자에서도 적용되었다. 전쟁 초반에는 여야 양당이 일치해서 가자 전쟁을 지지했지만, 민간인 학살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그런 분위기는 사라졌다. 3월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 가운데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불과했는데, 이는 갤럽이 25년 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였다.
이스라엘은 친구 없이 혼자 살아가야할 수 있다. 잔혹한 전쟁이 이어지고, 핵무기가 확산되며,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예멘 후티와 같은 집단의 값싼 드론 테러가 이어지는 시대에 말이다. 더 이상 평화 협상을 중재해줄 “국제사회”도 없을 것이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결국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해외 거주 유대인에 대한 반유대주의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종교에 의해 이끌리고, 더 가난해지고, 제재를 받고, 위협받으며, 고립되어버리는 또 하나의 이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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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건국한 시온주의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했으며, 국제 동맹을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이젠 그렇지 않다.
Simon Kuper
Sep 25 2025
이스라엘은 언제나 취약했지만, 결코 홀로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고립 상태를 향해 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초 “이스라엘은 일종의 고립 상태에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자급자족하는 “슈퍼 스파르타” 같은 나라가 되어 “자립적 성격의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학살을 겪은 이후, 이스라엘은 외부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 길을 걸어왔다. 가자지구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75세에서 40세 남짓으로 낮췄고, 1년 만에 다섯 나라를 공격했으며, 오랜 동맹들까지 이스라엘에서 멀어지게 했다. 심지어 미국 대중의 장기적인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
외부에서 고립된 이스라엘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스라엘이 현재 보이는 행동들은 그 자체의 역사와 배치된다. 이 나라를 세웠던 세속(정교분리) 시온주의자들은 동맹이 될 나라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주로 방어적인 전쟁들을 치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차 종교화되었고,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은 세속화되었다.
점점 세를 넓히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정치계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군 고위직에도 올랐다. 또 다른 집단인 울트라정통파 하레딤(Haredim)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며 이미 이스라엘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하레딤은 오랫동안 정치를 멀리해왔고 특히 남성들은 유대 경전인 토라 연구에 집중했지만, 이들 또한 점점 우경화되고 있다.
특히 많은 종교적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대이스라엘’을 건설해 신의 계획을 완수하려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한 믿음을 북돋운다. 그는 가자 전쟁을 언급하며 성경에 나오는 '아말렉 족속들'이란 개념을 끌어왔다. 신이 이스라엘에게 멸절하라고 명령한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신의 인도를 따른다고 믿기 때문에 외국에서 무슨 말을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 바깥세계에서 반(反)유대주의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이스라엘인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국제인권협회 같은 단체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른다고 결론을 내려도, '그건 단지 저 사람들이 유대인을 미워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런 논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시리아·이란·예멘·카타르 공격을 정당화한다. 국제위기그룹의 맥스 로덴벡은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이 지역 내 국가 중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이스라일이 보유한 공대지 탄도미사일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9일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공격해 하마스 협상가들을 제거하려 한 뒤, 약 50개 이슬람 국가가 카타르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핵 보유국 파키스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네타냐후는 2020년과 2021년에 네 개 아랍 국가와 체결한 획기적인 “아브라함 협정”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의 미국도 중동에서 재앙을 불러왔었지만, 미국이야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역사상 가장 공개적인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것은 범죄 이상의 문제다. 그것은 전략적 실수다. 미국/중동프로젝트의 대니얼 레비는, 프랑스·영국·캐나다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에 가능한 한 온건하게 대하려 했지만 이제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원죄가 있는 독일조차 이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제한했다고 말한다. 스포츠 계에서의 경기 출전을 막는 보이콧도 이스라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과거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백인우월주의) 정권도 전 세계적인 배척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험은 동맹국 미국을 잃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 그는 6월 값비싼 미국 요격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했지만,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뒤늦게야 지지했고,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대해서는 “very unhappy”라고 말했다. 압박을 받는 상황이 오면 트럼프는 통제가 안 되는 네타냐후보다 부유한 중동의 친구들(사우디 카타르 등등) 편을 드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 쯤이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역대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지만, 미국인들은 전쟁을 치르며 태도가 변하곤 한다. 베트남과 이라크를 떠올려 보라. 이 패턴은 가자에서도 적용되었다. 전쟁 초반에는 여야 양당이 일치해서 가자 전쟁을 지지했지만, 민간인 학살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그런 분위기는 사라졌다. 3월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 가운데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불과했는데, 이는 갤럽이 25년 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였다.
이스라엘은 친구 없이 혼자 살아가야할 수 있다. 잔혹한 전쟁이 이어지고, 핵무기가 확산되며,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예멘 후티와 같은 집단의 값싼 드론 테러가 이어지는 시대에 말이다. 더 이상 평화 협상을 중재해줄 “국제사회”도 없을 것이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결국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해외 거주 유대인에 대한 반유대주의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종교에 의해 이끌리고, 더 가난해지고, 제재를 받고, 위협받으며, 고립되어버리는 또 하나의 이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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