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ia Sciorilli Borrelli in Milan and Adrienne Klasa in Paris
지난 주 91세로 세상을 떠난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탈리아 사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50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를 프랑스 기업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거듭 맹세했었다. 2016년에는 회사를 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재단까지 설립했다.
그러나 이번 달 91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아르마니의 저항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3월에 작성해 지난 금요일에 공개된 유언장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에 아르마니 사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맡겼다. 그는 세 회사를 인수 후보로 직접 지명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프랑스)
로레알 (프랑스)
에실로룩소티카 (이탈리아)
이탈리아 패션 업계는 그의 세 후보 중 두 곳이 프랑스 기업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LVMH를 지배하는 프랑스 억만장자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탈리아의 보석, 아르마니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아르마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 소유 럭셔리 그룹 중 하나다. 70억 유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런 매물은 흔치 않다. 따라서 금요일의 유언장 발표는 아르마니가 지명한 인수 후보 회사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선 거의 40년 동안 아르마니의 인기 뷰티 라인을 생산해온 프랑스의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은 자신들이 고려된 데 대해 “감동했고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밀라노 기반의 안경 그룹 에실로룩소티카는 “지명되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기회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실로룩소티카 역시 글로벌 본사를 파리로 옮기려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내부 관계자들은 위와 같은 따뜻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르마니 사를 전면적으로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반면, 글로벌 럭셔리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LVMH는 사정이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만난 밀라노와 파리의 업계 인사들은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아르마니를 좋아할만 하다고 말했다. LVMH에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이미 오랫동안 아르마니에 주목해왔다.
LVMH 회장 아르노는 고(故) 아르마니가 자신의 회사를 잠재적 파트너로 지명한 데 대해 “영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며, 디올 창립자 크리스티앙 디올의 재능과 비교했다.
“만약 우리가 미래에 함께 일한다면, LVMH는 전 세계에서 [아르마니의] 존재감과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할 것입니다.”
죽기 전 마음이 바뀐 이유
FT가 만난 밀라노 럭셔리 업계의 임원 3명은 아르마니가 자신의 유언장에 LVMH를 언급한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 인사는 2023년 다큐멘터리 '밀라노: 이탈리아 패션의 속 이야기'를 언급했다. 당시 아르마니는 자신의 그룹을 프랑스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불과 몇 년 뒤, 그가 수많은 사람들 중 아르노를 매수 후보로 언급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르마니의 유언장은 또 그의 후계자들에게 지침을 남겼다. 오른팔 레오 델오르코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같은 수준의 다른 그룹들을 잠재적 매수자로 고려하되, 이미 아르마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곳들을 우선하라고 했다.
FT가 입수한 유언장 사본에 따르면, 아르마니의 지분 15%는 그의 사망 후 18개월 이내에 먼저 매각되고, 이후 3년에서 5년에 걸쳐 동일 매수자에게 추가로 30~54.9%의 지분이 넘어갈 예정이다.
또한 유언장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은 그룹의 최소 30%를 영구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 재단은 델오르코를 비롯 아르마니의 조카 로베르타와 실바나, 조카 안드레아 카메라나, 여동생 로잔나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하는 회사는 나머지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인수 회사에게는, 아르마니의 수익성 높은 라이선스 사업, 특히 로레알과의 뷰티 계약이 매력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출시된 아르마니 프리베(Privé) 향수 라인은 한 병에 약 300유로에 판매된다. 한편 1996년부터 판매된 아쿠아 디 지오(Acqua di Gio) 향수는 역대 남성 향수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로레알과의 뷰티 라이선스 계약은 2050년까지만 이어지도록 되어 있어, 잠재적 매수자들은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르마니의 폭넓은 제품군 역시 매수자들에게는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EA7 스포츠웨어 라인부터 시작해 캐주얼 브랜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다양하다.
일부 럭셔리 업계 인사들은 아르마니 이름을 단 제품군이 너무 많아, 브랜드를 희석시키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본다. 아르마니 그룹은 뷰티와 패션뿐 아니라 레스토랑, 호텔, 고급 홈 디자인 라인도 소유하고 있다.
스탠호프 캐피털의 상업은행 공동대표 피에르 말르베이는 아르마니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매우 잘 운영되겠지만, 그 모든 사업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질 대형 전략적 매수자를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VMH는 가장 유력한 매수 후보로 여겨지지만, 이들은 고급 지향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르마니 브랜드군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저가 라인들은 아르마니 연간 매출 24억 유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LVMH는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 유통망을 엄격히 통제하는 회사다. 반면 아르마니의 제품들은 주로 도매업자를 통해 유통되고, 종종 할인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일단 아르마니 산하의 모든 브랜드를 다 사들인 후 장기적으로 각 부분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을 선호하는 매수자는 없다. 아르마니의 경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문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유언장에서 지분 매각 계획이 실패할 경우 회사를 공개 상장할 가능성도 언급했었다. 이는 프라다, 쿠치넬리, 몽클레르 같은 다른 이탈리아 가족 소유 패션 브랜드들이 걸었던 길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 역시 상장 후에도 창업자의 가족이 지배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달 별세하기 직전까지 회사를 직접 이끌었다. FT와의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브랜드의 유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었다.
유언장이 공개된 뒤 아르마니 집행위원회는 아르마니 재단이 “창립 원칙을 준수하는 영구적 보증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마니가 LVMH, 로레알, 에실로룩소티카를 인수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이들이 그룹의 미래와 아르마니의 유산(legacy)을 지킬 규모와 자금력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라고 재단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르마니가 회사를 큰 회사에 팔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르마니라는 브랜드 유산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증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아르마니는] 자신의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유명 디자이너들만의 허영심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더 큰 그룹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아르마니의 좀 더 더 이성적인 면을 보고 있습니다.”
자식 없이 91세로 죽은 이탈리아 패션 아이콘 아르마니. 그의 유언장엔 뭐라고 되어있었을까?
Sep. 13, 2025
Silvia Sciorilli Borrelli in Milan and Adrienne Klasa in Paris
지난 주 91세로 세상을 떠난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탈리아 사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50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를 프랑스 기업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거듭 맹세했었다. 2016년에는 회사를 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재단까지 설립했다.
그러나 이번 달 91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아르마니의 저항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3월에 작성해 지난 금요일에 공개된 유언장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에 아르마니 사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맡겼다. 그는 세 회사를 인수 후보로 직접 지명했다.
이탈리아 패션 업계는 그의 세 후보 중 두 곳이 프랑스 기업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LVMH를 지배하는 프랑스 억만장자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탈리아의 보석, 아르마니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아르마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 소유 럭셔리 그룹 중 하나다. 70억 유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런 매물은 흔치 않다. 따라서 금요일의 유언장 발표는 아르마니가 지명한 인수 후보 회사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선 거의 40년 동안 아르마니의 인기 뷰티 라인을 생산해온 프랑스의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은 자신들이 고려된 데 대해 “감동했고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밀라노 기반의 안경 그룹 에실로룩소티카는 “지명되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기회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실로룩소티카 역시 글로벌 본사를 파리로 옮기려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내부 관계자들은 위와 같은 따뜻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르마니 사를 전면적으로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반면, 글로벌 럭셔리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LVMH는 사정이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만난 밀라노와 파리의 업계 인사들은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아르마니를 좋아할만 하다고 말했다. LVMH에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이미 오랫동안 아르마니에 주목해왔다.
LVMH 회장 아르노는 고(故) 아르마니가 자신의 회사를 잠재적 파트너로 지명한 데 대해 “영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며, 디올 창립자 크리스티앙 디올의 재능과 비교했다.
“만약 우리가 미래에 함께 일한다면, LVMH는 전 세계에서 [아르마니의] 존재감과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할 것입니다.”
죽기 전 마음이 바뀐 이유
FT가 만난 밀라노 럭셔리 업계의 임원 3명은 아르마니가 자신의 유언장에 LVMH를 언급한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 인사는 2023년 다큐멘터리 '밀라노: 이탈리아 패션의 속 이야기'를 언급했다. 당시 아르마니는 자신의 그룹을 프랑스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불과 몇 년 뒤, 그가 수많은 사람들 중 아르노를 매수 후보로 언급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르마니의 유언장은 또 그의 후계자들에게 지침을 남겼다. 오른팔 레오 델오르코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같은 수준의 다른 그룹들을 잠재적 매수자로 고려하되, 이미 아르마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곳들을 우선하라고 했다.
FT가 입수한 유언장 사본에 따르면, 아르마니의 지분 15%는 그의 사망 후 18개월 이내에 먼저 매각되고, 이후 3년에서 5년에 걸쳐 동일 매수자에게 추가로 30~54.9%의 지분이 넘어갈 예정이다.
또한 유언장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은 그룹의 최소 30%를 영구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 재단은 델오르코를 비롯 아르마니의 조카 로베르타와 실바나, 조카 안드레아 카메라나, 여동생 로잔나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하는 회사는 나머지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인수 회사에게는, 아르마니의 수익성 높은 라이선스 사업, 특히 로레알과의 뷰티 계약이 매력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출시된 아르마니 프리베(Privé) 향수 라인은 한 병에 약 300유로에 판매된다. 한편 1996년부터 판매된 아쿠아 디 지오(Acqua di Gio) 향수는 역대 남성 향수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로레알과의 뷰티 라이선스 계약은 2050년까지만 이어지도록 되어 있어, 잠재적 매수자들은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르마니의 폭넓은 제품군 역시 매수자들에게는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EA7 스포츠웨어 라인부터 시작해 캐주얼 브랜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르마니 프리베 라인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다양하다.
일부 럭셔리 업계 인사들은 아르마니 이름을 단 제품군이 너무 많아, 브랜드를 희석시키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본다. 아르마니 그룹은 뷰티와 패션뿐 아니라 레스토랑, 호텔, 고급 홈 디자인 라인도 소유하고 있다.
스탠호프 캐피털의 상업은행 공동대표 피에르 말르베이는 아르마니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매우 잘 운영되겠지만, 그 모든 사업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질 대형 전략적 매수자를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VMH는 가장 유력한 매수 후보로 여겨지지만, 이들은 고급 지향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르마니 브랜드군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저가 라인들은 아르마니 연간 매출 24억 유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LVMH는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 유통망을 엄격히 통제하는 회사다. 반면 아르마니의 제품들은 주로 도매업자를 통해 유통되고, 종종 할인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일단 아르마니 산하의 모든 브랜드를 다 사들인 후 장기적으로 각 부분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을 선호하는 매수자는 없다. 아르마니의 경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문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유언장에서 지분 매각 계획이 실패할 경우 회사를 공개 상장할 가능성도 언급했었다. 이는 프라다, 쿠치넬리, 몽클레르 같은 다른 이탈리아 가족 소유 패션 브랜드들이 걸었던 길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 역시 상장 후에도 창업자의 가족이 지배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달 별세하기 직전까지 회사를 직접 이끌었다. FT와의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브랜드의 유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었다.
유언장이 공개된 뒤 아르마니 집행위원회는 아르마니 재단이 “창립 원칙을 준수하는 영구적 보증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마니가 LVMH, 로레알, 에실로룩소티카를 인수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이들이 그룹의 미래와 아르마니의 유산(legacy)을 지킬 규모와 자금력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라고 재단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르마니가 회사를 큰 회사에 팔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르마니라는 브랜드 유산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증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아르마니는] 자신의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유명 디자이너들만의 허영심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더 큰 그룹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아르마니의 좀 더 더 이성적인 면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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