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암살범, 그리고 그의 아버지

2025-09-13


미국 보수주의 언론인 찰리 커크의 암살범이 이틀 만에 체포됐습니다. 범인은 타일러 로빈슨이라는 22세 청년이었습니다. 신고자는 범인의 아버지였습니다.


범인은 유타주립대에 한 학기 다녔었는데, 현재도 그 학교 학생인지 아니면 다른 학교에 등록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곳은 유타 밸리 대학교로, 다른 학교입니다)


체포 과정은 간단합니다. CCTV에 찍한 범인 얼굴을 보고 아들을 수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아들에게 확인을 받고, 교회 목사님을 불러서 함께 아들에게 자수하자고 설득했다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직접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이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TV 라이브 뉴스에 나와 가장 먼저 말했습니다. 5분 전 쯤 보고를 받았다면서요.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차분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유타 주지사는 범인의 가족이 '옳은 행동'을 했다고 말하며, 더 이상의 폭력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범인은 누구인가


타일러 로빈슨은 유타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백인 청년입니다. 부모 그리고 두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할 때 4년 간 3만2000달러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급격히 정치적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찰리 커크의 유타 방문을 앞두고는 본인이 얼마나 커크를 증오하는지에 대해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시 신고 있었던 컨버스 운동화입니다.


 

그의 부모는 모두 공화당원입니다. 어머니는 장애인을 돕는 회사에서 일하고, 아버지 매트 로빈슨은 27년간 유타 주 워싱턴 카운티의 보안관으로 일한 분입니다. 


남들이 신고하기 전에 아들을 먼저 직접 신고해야 했던, 그리고 어쩌면 아들에게 사형을 받게 해야 할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젊은이의 멍청한 행동으로 인해 두 가족에게 큰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찰리 커크의 딸과 아들은 아빠 없이 살아야 하고, 타일러 로빈슨의 부모는 아들을 잘못 키운, 그리고 아들을 직접 신고해야 했던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고하는 것이 아버지로서는 최선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수사는


두 가족의 비극을 뒤로 하고, 이제 트럼프 정부와 수사기관들은 왜 평범했던 젊은이가 대학을 다니며 좌익 파시스트로 돌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수사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로빈슨이 여러 안티파(미국의 급진 좌파 세력) 운동의 챗방에 들어있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그런 그룹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보통 아드레날린 넘치는 청년들이 저지르는 이런 류의 멍청한 범죄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저지르기 마련이니까요. 일단 그에게 총기를 전해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젊은이 혼자서 고성능 저격 소총을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타일러 로빈슨은 살인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며칠 안에 정식 영장이 청구될 예정입니다. 유타주는 특수 살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곤 합니다만, 로빈슨이 초범인데다가 자수를 했고 향후 처신에 따라 여론의 동정을 받을 여지도 있어서 사형 판결은 어쩌면 피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가족이 그를 용서하고 선처를 구한다거나 할 수 있겠죠. 독실한 기독교인 가족이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어쨌든 죄에 대해 책임은 져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죽음 하나인가


찰리 커크의 죽음은 먼 나라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유독 울림이 큽니다. 그는 지나가는 미친 범죄자에게 살해당한 게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고, 같이 이야기하려 했던 바로 그 사람들, 젊은이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습니다. 함께 얼굴 보며 토론하고 논쟁하려 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합니다.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선악의 프레임에 빠져 상대를 없애는 게 세상에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남의 눈을 마주치기 싫어 합니다. '차라리 죽어버려' 이렇게 되뇌곤 합니다. 그래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찰리 커크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그는 자신에게 총알을 날린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지금 너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여전히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요.


커크는 굳이 좌파 성향 교수들과 학생들로 가득한 대학 캠퍼스에 나가 토론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팟캐스트만 하고 우파 모임에만 나가도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국회의원도 하고 더 좋은 자리도 차지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언제든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대학생들을 만나러 토론장에 나갔습니다. 아니, 토론장을 스스로 만들어 대학생들을 초대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정치 싸움과 폭력, 그리고 대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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