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차 공장 한국인 300명 연행, 제보자의 입장은?

2025-09-06

조지아 현대차 공장의 불법 근로를 내부 제보한 사람은 해병대 출신 여성 정치인이었다.


어제 미국 조지아 주의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에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이 찾아와 한국인 약 300명 등 475명을 체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필요한 취업비자를 받지 않은 채 단기 상용 비자(B1)이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입국한 후 장기 근무했다는 혐의입니다.


대부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하청업체/하청하청업체 직원인 이분들은 한국으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 향후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도 있습니다. 단, 한국 대사관과 외무부가 미국 정부에 접촉 중이라서 현지에서 감옥에 갈 것 같진 않습니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당연히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해서 공장을 지어주고 서둘러 일자리를 수천 개 만들어 주겠다는데 왜 이런 식으로 방해하느냐는 것입니다. 또 이 근로자들에게 취업비자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고 미국 정부도 눈감아주던 것인데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냐는 비난도 하고 있습니다.


 

취업비자 없이 미국 장기 출장을 가는 것이 관행적으로 용인된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 비자 받는 절차가 워낙 까다롭고 귀찮다보니 단기 출장을 가는 사람들이 예전 같으면 관광비자를 받거나 요즘은 ESTA를 받아서 '관광 간다' '가족 만나러 왔다' 등으로 둘러대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언론사와 정부 기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기자들이 미국 출장을 가면 대부분 취재비자를 받지 않고 ESTA를 받습니다. 우리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기자단 취재 출장에 있어서도 '각자 관광비자를 받으라'는 지침을 기자들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불법 입국을 조장하는 격인데 과거에는 상대쪽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습니다. 거짓말을 잘 못해서 심사에서 걸려도 보내주곤 했습니다.


왜 미국 정부는 갑자기 칼을 들이대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단속당국이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의 시각



이번 일은 한국식 '빨리빨리' '적당히' 주의가 근본 원인이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미교포로서 미국에서 건설업을 하신다는 분(Brian Baewon Koh)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추천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미국 업체들에게 하청을 주면 시간도, 돈도 예상을 넘어서기 때문에 한국의 하청업체들을 미국에 데려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돈은 한국에서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불법 체류, 불법 취업이 됩니다. 

하청업체들은 원청과의 관계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공기를 맞추려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시공비와 공기를 미국 현실에 맞게 책정하고, 설계 단계부터 시공까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루에 수 억을 까먹고 있으면서도, 제가 제안한 20억 안팎의 용역비도 많다고 하던 그런 마인드로는 더 이상 안되구요. 한국 협력업체들과의 종속 관계를 이용한 이런 식의 공사는 더더욱 안됩니다. 관광비자로 와서 공사하다가 사고라도 나서 인명피해 발생하면 보험도 안되는 미국 땅에서 어쩌려구요? 
이제라도 바로잡아야죠. 
적정 공사비와 공기, 법을 준수하는 과정.
그건 한국이든 미국이든 같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달라지면 좋겠습니다."


단기 출장이 아니라 최대 90일까지 장기 근무를 하면서, 그것도 반복 파견되면서 제대로 된 취업 비자를 받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입니다.




제보자


또한 이번 사건은 공장 내부에 제보자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현지 노동자가 지역 정치인에게 제보했고, 그 정치인이 이민세관단속국에 온라인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신고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공사 현장에 불법 입국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2)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위험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 3명이 공사 중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 내막은 미국 롤링스톤지에 보도됐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에 제보한 사람은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이라는 여성입니다. 공화당 소속으로 2026년 조지아 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분이고, 해병대 출신의 총기 교관입니다. 만만하지 않습니다.


브래넘과 롤링스톤지에 따르면, 조지아 현대차 공장은 완공 후에는 노조가 없는 공장이 될 예정이지만 공장 건설 현장에는 미국 건설업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도 일하고 있었답니다. 이들은 노조원이 아닌 한국인들이 섞여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습니다. 미국은 노조의 권리를 엄격하게 보장하는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노조와 계약된 직장에서 노조원이 아닌 사람이 책상 하나, 의자 하나만 움직여도 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노조원 입장에서 해외 불법 입국자들이 대거 일하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도 문제이고, 또 미국 수준에 맞는 안전규칙과 근무시간 등을 지키지 않는 것도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토리 브래넘은 사실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제기해왔습니다. 그의 페이스북 포스팅(7월 17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메가사이트에서? 👀

이것은 단순히 전기차 이야기가 아니다. 부패, 착취, 그리고 조지아 땅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문제다.

약속: 조지아 주민들에게 수천 개의 일자리 제공.
현실: 현지 노동자들은 90일 만에 해고되고, H-B 비자 노동자와 불법 노동으로 대체된다.

조지아 노동자들은 이렇게 증언했다. 자신들이 채용되어 교육을 받고, 90일이 지나자 해고됐으며, 외국인 노동자만 남았다고. 이것은 조지아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기만이자 속임수다.

3개월 동안 2명의 사망자 발생.
— 2025년 3월: 한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사망.
— 2025년 5월 20일: 27세 앨런 코왈스키, 떨어진 짐에 깔려 사망.
두 사건 모두 현장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공적 책임은 전혀 없다."


더 나아가 그는 한국인 노동자들도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들을 고용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라고도 말합니다. 

"합법적인 미국인을 고용하지 못해 불법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람이 200만 달러 짜리 저택에 산다면 문제 있는 것 아닌가?" 

그의 포스트 중에는 '좋아요' 수만 개가 찍힌 것도 있습니다.


이 사건을 보는 한국 언론과 미국인들의 견해는 크게 다릅니다. 

한국 언론은 '우리가 너희 요청에 따라 공장 지어준다는데 이럴 거냐? 못 믿을 사람들이네.'라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미국 현지인들은 '미국에서 장사하겠다고 해서 세금도 엄청 깎아줬는데 미국인이 아닌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그럴 거면 나가!' 이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사업하는 비용이 크게 올라갈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집중되게 될 것입니다.


그럼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단 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조지아 주 차원에서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공장 건설이 늦어지면 그만큼 현지인들의 일자리 창출도 늦어지고, 또 외국 기업의 신규 투자에도 하나의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 차원이나 전체 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불법 체류 노동자 단속은 너무도 당연히 정부가 해야할 일로 여겨질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보면 현대차는 수많은 외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일 뿐이고 조지아 주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든 말든 그건 아무런 이슈가 못 됩니다. '아쉬운 놈이 나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에 대해 미국 정부와 협상하고 새로운 비자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 우리도 일자리를 자국 내에 만드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즉 우리나라 정부도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게 아니라, 한국 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가 그렇게 하듯이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장기적으로 한국에게 잘 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비용이 늘어난다면 대신 한국에 남아있게 되는 유인이 되니까요.


-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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