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죽은 리스본 '푸니쿨라' 사고

2025-09-05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푸니쿨라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2명을 포함 총 1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미지: 구글어스, 텔레그래프


사고 차량은 리스본의 로시오(Rossio) 기차역에서 관광 중심지인 바리오알토(Barrio Alto)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글로리아' 라인의 차량이었습니다. 경사가 심하고 짧은 구간이며 양 옆으로 벽화와 볼거리도 많습니다.


저녁 6시 8분. 이 글로리아 라인의 케이블이 끊어지며 언덕 윗쪽에 있던 차량이 그대로 아래로 굴러가기 시작, 275미터를 그대로 내려가다가 커브길에서 옆 건물에 충돌해 멈췄습니다.


차량에는 제동장치도 없고 내부는 나무 벤치 형태이므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습니다. 차량이 심하게 파손되며 탑승자 38명 중 16명이 사망했고 2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리스본은 언덕이 많은 도시라서 푸니쿨라가 많이 운행합니다. 관광 가서 많이들 타보셨겠죠. 설마 이게 사고가 날 거라고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고가 왜 일어났을까요? 우리나라도 트램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는데 위험할까요? 보통 트램은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여겨지는데 말입니다. 



푸니쿨라


푸니쿨라는 트램(노면전차)처럼 생겼는데, 트램은 아닙니다. 트램은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지만 푸니쿨라는 머리 위의 케이블을 딱 물고 있습니다. 그 케이블이 움직이면서 푸니쿨라도 같이 움직이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까 바퀴가 있다 해도 케이블카라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가속과 감속은 케이블을 움직여서 이뤄지고, 푸니쿨라 차량 자체는 가속도 감속도 하지 못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경사가 아주 심한 지역에서 많이 쓰입니다. (예: 스키장) 리스본 외에도 세계 여러 도시에서 푸니쿨라를 운영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홍콩 빅토리아피크의 트램 역시 푸니쿨라입니다. 전 세계 푸니쿨라 리스트는 여기 있습니다.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할까요?

무거운 차량이 자체 동력으로만 급한 경사로를 올라가려면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위험하기도 하죠. 하지만 케이블에 차량이 고정되어 있을 경우, 내려가는 차량과 올라가는 차량을 케이블로 연결해 서로의 무게를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무게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고 사고 위험도 적습니다.


 원래는 1~3처럼 움직여야 하지만, 4처럼 케이블이 끊어져버렸음. (텔레그래프)



그런데 이번 사고의 경우, 그 케이블이 끊어져버린 것입니다. 이러면 답이 없습니다.

무게추 역할을 해줘야 할 다른 차량과의 연결이 끊겨 버렸으니, 경사로 위에 있던 트램은 자유낙하 하듯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필 이 차량은 언덕에 거의 다 올라갔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한 내리막을 275미터나 굴러내려갔습니다.


반대편에서 무게추 역할을 하던 차량은 겨우 1.5미터 정도 올라간 상황이라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리스본 시 당국은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하며 글로리아라인 등 푸니쿨라 4개 라인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사고 노선은 99년째 운행 중이었으며 최근 외주업체에게 수리보수가 맡겨졌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사고이나, 푸니쿨라가 너무 위험하다고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연간 약 300만 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글로리아 푸니쿨라 라인을 사용하며, 푸니쿨라의 전체적인 사고율은 자동차보다 훨씬 낮습니다. 리스본에서는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번 사고 때문에 사라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포르투갈은 목요일 하루를 추모의 날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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