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사장 팀 데이비(Tim Davie, 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연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편집 논란 등 보도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끝에 사임했다.
BBC 뉴스국장 데버러 터니스(Deborah Turness, 왼쪽)도 일요일에 사임했다. 두 고위 인사의 동시 퇴진은 직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이 방송국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BBC는 월요일 트럼프와 관련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조작에 대해 영국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사과할 예정이었다. 미국 백악관도 BBC를 “좌파 선전 기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데이비는 일요일 저녁 BBC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BBC 뉴스와 관련된 논쟁이 분명히 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BBC는 전반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실수가 있었고, 총책임자인 사장으로서 제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합니다."
뉴스국장 터니스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파노라마’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BBC에 피해를 줄 정도로 커졌습니다...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습니다.”
BBC 최고경영진은 /BBC의 편집 지침을 정하는 윤리위원회의 전 고문이었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이사회에 보낸 보고서가 지난 주 공개되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처음 보도한 이 보고서는, BBC가 트럼프, 가자지구 전쟁, 트랜스젠더 인권 보도에서 일련의 실패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프레스콧은 또 BBC 경영진이 자신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스콧은 특히 2024년 10월 방영된 BBC ‘파노라마(Panorama)’ 프로그램을 문제 삼았다. 이 프로그램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에서 트럼프가 한 선동적인 연설의 여러 부분을 잘라붙여 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한 결과를 의회가 인증하던 중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날이었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라고 말한 후 “지옥처럼 싸워야 한다(fight like hell)”고 말하는 것으로 편집되어 보여졌지만, 실제로는 “의사당으로 걸어가서 용감한 상·하원의원들을 응원하자”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트럼프 연설
"We're going to walk down, and I'll be there with you. We're going to walk down and we're going to cheer on our brave senators and congressmen and women. And we're probably not going to be cheering so much for some of them."
(우리는 걸어갈 겁니다. 나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가 우리의 용감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응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영방송" BBC가 짜깁기한 버전
"We're going to walk down to the Capitol, and I'll be there with you. And we fight. We fight like hell."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입니다. 나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린 싸울 것입니다. 지옥처럼 싸울 것입니다.)
데이비와 터니스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BBC의 수장 팀 데이비를 포함한 BBC의 최고 간부들이 전부 사퇴하거나 해고됐다. 그들은 내 훌륭한 (완벽한!) 1월 6일 연설을 ‘조작한’ 것이 들켰기 때문이다”라고 올렸다. 그는 이들을 “부패하고 매우 부정직한 사람들”이라 부르며 “대통령 선거의 저울추를 조작하려 한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한 BBC 임원에 따르면, 프레스콧이 BBC 이사회에 보냈던 편지는 경영진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뜨렸으며, 일부 내부에서는 방송국과 뉴스 의제를 흔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사회에 가까운 인사들은 이번 주말에도 논란의 심각성을 낮춰 말하려 했다고 한다. 프레스콧의 편지가 공개되며 보리스 존슨 전 총리(아래)와 보수당 대표 케미 바데노크 등이 BBC와 데이비를 비판했음에도 말이다.
...지난 목요일 프레스콧의 메모가 외부로 유출된 이후 비판이 확산되자 BBC는 긴급 이사회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만 해도 데이비가 사임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조짐은 거의 없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데이비는 며칠간 숙고 끝에 토요일 밤 결심을 굳혔으며, 일요일 오후 BBC 이사회에 자신의 사임 결정을 통보했다.
“완전한 충격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올 여름 내내 위태로운 위치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당시 BBC는 글래스톤베리 축제 보도에서 한 가수가 BBC 아이플레이어로 생중계되는 도중 “Death, death to the IDF!(죽어라, 이스라엘 방위군은 죽어라!)”라는 구호를 선창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팀 데이비는 2020년 BBC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의 위기와 스캔들을 견뎌냈고, 그로 인해 ‘테플론 팀(Teflon Tim)’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일요일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에 이 직책을 맡으면서, 개인적·직업적으로 겪은 강도 높은 부담을 되돌아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이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라고 덧붙이며, “나의 재임 기간 전체에 걸쳐, 최근 며칠까지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샤 의장과 BBC 이사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는 이사회가 후임자를 임명할 때까지 BBC 사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데이비와 데버러 터니스의 사임은 BBC가 2027년 만료되는 운영 근거인 왕립 헌장(Royal Charter)의 갱신을 정부와 협의 중인 중요한 시점에 나왔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BBC의 향후 방향에 대한 선택지를 담은 ‘그린페이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재원 조달 방식과 시청자 접근성 같은 주제도 포함될 예정이다.
보수당 대표 케미 바데노크은 프레스콧의 메모가 BBC의 “제도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새로운 BBC 경영진은 이제 조직 문화를 진정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개혁당(Reform UK)의 부대표 리처드 타이스는 BBC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며, BBC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민주당 대표 에드 데이비 경은 BBC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영국의 가치와 트럼프식 포퓰리즘 정치가 우리 정치 체제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주는 몇 안 되는 제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영국 BBC의 비리를 폭로한지 일주일째. 드디어 BBC가 굴복했습니다. '공영방송'이란 가치가 결국은 정파적 목적에 이용당했음이 밝혀졌습니다.
Date published: 09 November 2025
Daniel Thomas and Jim Pickard in London
Source: FT.com
BBC
BBC 사장 팀 데이비(Tim Davie, 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연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편집 논란 등 보도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끝에 사임했다.
BBC 뉴스국장 데버러 터니스(Deborah Turness, 왼쪽)도 일요일에 사임했다. 두 고위 인사의 동시 퇴진은 직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이 방송국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BBC는 월요일 트럼프와 관련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조작에 대해 영국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사과할 예정이었다. 미국 백악관도 BBC를 “좌파 선전 기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데이비는 일요일 저녁 BBC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스국장 터니스는 이렇게 말했다.
BBC 최고경영진은 /BBC의 편집 지침을 정하는 윤리위원회의 전 고문이었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이사회에 보낸 보고서가 지난 주 공개되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처음 보도한 이 보고서는, BBC가 트럼프, 가자지구 전쟁, 트랜스젠더 인권 보도에서 일련의 실패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프레스콧은 또 BBC 경영진이 자신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스콧은 특히 2024년 10월 방영된 BBC ‘파노라마(Panorama)’ 프로그램을 문제 삼았다. 이 프로그램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에서 트럼프가 한 선동적인 연설의 여러 부분을 잘라붙여 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한 결과를 의회가 인증하던 중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날이었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라고 말한 후 “지옥처럼 싸워야 한다(fight like hell)”고 말하는 것으로 편집되어 보여졌지만, 실제로는 “의사당으로 걸어가서 용감한 상·하원의원들을 응원하자”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트럼프 연설
"공영방송" BBC가 짜깁기한 버전
데이비와 터니스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BBC의 수장 팀 데이비를 포함한 BBC의 최고 간부들이 전부 사퇴하거나 해고됐다. 그들은 내 훌륭한 (완벽한!) 1월 6일 연설을 ‘조작한’ 것이 들켰기 때문이다”라고 올렸다. 그는 이들을 “부패하고 매우 부정직한 사람들”이라 부르며 “대통령 선거의 저울추를 조작하려 한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한 BBC 임원에 따르면, 프레스콧이 BBC 이사회에 보냈던 편지는 경영진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뜨렸으며, 일부 내부에서는 방송국과 뉴스 의제를 흔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사회에 가까운 인사들은 이번 주말에도 논란의 심각성을 낮춰 말하려 했다고 한다. 프레스콧의 편지가 공개되며 보리스 존슨 전 총리(아래)와 보수당 대표 케미 바데노크 등이 BBC와 데이비를 비판했음에도 말이다.
...지난 목요일 프레스콧의 메모가 외부로 유출된 이후 비판이 확산되자 BBC는 긴급 이사회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만 해도 데이비가 사임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조짐은 거의 없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데이비는 며칠간 숙고 끝에 토요일 밤 결심을 굳혔으며, 일요일 오후 BBC 이사회에 자신의 사임 결정을 통보했다.
“완전한 충격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올 여름 내내 위태로운 위치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당시 BBC는 글래스톤베리 축제 보도에서 한 가수가 BBC 아이플레이어로 생중계되는 도중 “Death, death to the IDF!(죽어라, 이스라엘 방위군은 죽어라!)”라는 구호를 선창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팀 데이비는 2020년 BBC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의 위기와 스캔들을 견뎌냈고, 그로 인해 ‘테플론 팀(Teflon Tim)’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일요일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에 이 직책을 맡으면서, 개인적·직업적으로 겪은 강도 높은 부담을 되돌아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이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라고 덧붙이며, “나의 재임 기간 전체에 걸쳐, 최근 며칠까지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샤 의장과 BBC 이사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는 이사회가 후임자를 임명할 때까지 BBC 사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데이비와 데버러 터니스의 사임은 BBC가 2027년 만료되는 운영 근거인 왕립 헌장(Royal Charter)의 갱신을 정부와 협의 중인 중요한 시점에 나왔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BBC의 향후 방향에 대한 선택지를 담은 ‘그린페이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재원 조달 방식과 시청자 접근성 같은 주제도 포함될 예정이다.
보수당 대표 케미 바데노크은 프레스콧의 메모가 BBC의 “제도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새로운 BBC 경영진은 이제 조직 문화를 진정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개혁당(Reform UK)의 부대표 리처드 타이스는 BBC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며, BBC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민주당 대표 에드 데이비 경은 BBC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영국의 가치와 트럼프식 포퓰리즘 정치가 우리 정치 체제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주는 몇 안 되는 제도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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