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고백 - "기후위기로 인류 멸망 안 온다" (게이츠 블로그 전문 요약)

2025-10-31

요즘 서구 사회에서는 트럼프의 등장 이후 기후변화 재앙론에 대한 회의적인 의심이 퍼지고 있습니다.


"진짜 기온 상승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까? 인류가 멸종할까? 아직까진 살 만한데?"
"우리나라가 아무리 탄소 배출 줄여봐야 중국과 미국이 줄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잖아? 손해를 감수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지?"


전기차 판매도 정체되고 있고 친환경 에너지 보조금 지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게이츠 재단의 리더인 빌 게이츠가 놀라운 발표를 했습니다.


게이츠는 월요일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노트(GatesNotes)’에 ‘기후에 관한 터프한 진실 3가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시작부터 그는 "기후변화 재앙론은 틀렸더라"라고 말하면서, 탄소배출량이나 지구 기온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삶에 실질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변화들을 모색하자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저탄소 에너지를 만든답시고 멀쩡한 숲을 베어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친환경 비료 사용을 강요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굶기는 일 따위를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게이츠는 미국 고학력 엘리트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며, 반대로 얘기하면 고학력 엘리트층의 정서를 반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게이츠가 기후변화에 대해 보이고 있는 입장 변화는 앞으로 미국과 전 세계 환경 정책에 불어닥칠 전반적 변화의 징조입니다. 한국의 환경부도 그간 상당히 강력하고 교조적이기까지 한 탄소배출 저감정책을 펼쳐왔는데, 앞으로는 게이츠의 말처럼 현명하게 국제사회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이츠 블로그 전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긴 글이므로, 오호츠크가 핵심만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게이츠의 자화자찬은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또 여러분의 빠른 이해를 위해 편집자가 많이 의역했으니 정확한 표현이 궁금하신 분은 꼭 원문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Three tough truths about climate

기후에 대한 3가지 불편한 진실



빌 게이츠 (미국 시애틀, 70)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른바 '기후변화 재앙론'이란 거 다 들어보셨죠? '수십 년 내에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이런 주장은 틀렸어요. 기후가 변화해도 우리 인류는 안 망합니다. 인류는 어떻게든지 바뀐 날씨에 적응할 거에요. 


안타깝게도 이런 기후변화 재앙론 때문에 우리 세계 각국 정부가 지금까지 단기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만 집착해왔어요. 그러다보니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측면에는 제대로 돈을 쓰지 못했더라고요.


여러분, 이제는 '탄소 배출량'이 아니라 '인간 삶의 개선'을 우리의 KPI로 삼아야 합니다. 사실 못 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기후변화보다 가난이나 질병이 더 직접적으로 와 닿는 이슈에요.  


"탄소배출 걱정 마시고 에어콘 펑펑 트세요"


제가 지난 25년간 내 돈을 들여가면서 게이츠재단을 운영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지금까지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해 쓴 돈은 잘못 쓰였어요.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최대한의 효과를 내도록 돈을 써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요.


자, 그럼 제가 이제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3가지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불편한 진실 1: 기후위기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인류는 안 망한다


그래요. 인류는 망하지 않습니다. 우선 아래 그래프를 보세요.


 


우리가 처음에 잡았던 목표는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 상승을 1.9도 이내로 막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잘 되겠습니까? 택도 없죠. 이대로 가면 2.9도 상승할 게 뻔해요. 왜냐? 인류의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커녕 늘고 있거든요. 2050년이 되면 에너지 소비량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날 거에요. 



그런데 그게 꼭 나쁜 것이냐? 그렇지는 않아요. 위 그래프를 보세요. 사람들이 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납니다. 그거 자체는 좋은 거에요. 왜냐고요? 에너지를 더 쓴다는 얘기는 경제가 성장한다는 얘기이고, 경제가 성장해야 시민들의 삶이 개선되니까요. 여러분도 집에서 전기 쓰잖아요? 에너지는 경제 성장의 핵심이에요. 


다만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점진적 위도 이주(latitude creep)'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북미 지역의 예를 들자면 아이오와가 텍사스처럼 더워지고, 텍사스가 멕시코처럼 더워지는 거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좀 더 시원한 지역으로 위도 이동을 하겠죠. 그런데 적도 지방 가난한 나라들에선 이사갈 여력이 없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도와줘야죠. 더위에 적응할 수 있게 건축기법을 바꿔주고, 산불 예방 조치도 해주고, 태풍이나 폭우에 대비할 수 있게 도시의 인프라도 정비해야 돼요. 그런데 여지껏 그런 측면에는 투자가 덜 되어왔어요. 



불편한 진실 2: 기온 상승 자체를 정책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지구 기온 상승을 막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들 하지만, 사실 기온 그 자체만 가지고 인간 삶의 질을 논할 수는 없어요. 

예를 들어보죠. 가뭄이 닥쳐서 여러분이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해보세요. 그런데 뭐 다른 방법으로 먹고살 수도 있잖아요? 또 올해 역대급 폭염이 닥쳤다 해도 집과 사무실에 에어콘이 빵빵 나온다면 여러분의 삶의 질에는 별 영향이 없잖아요? 또 홍수로 인해 전염병이 퍼졌다 해도 여러분 동네의 의료시설이 그 환자들을 다 감당해낼 수도 있잖아요? 즉, 기후가 이상해져도 대처할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몇 년 전에 어떤 저개발 국가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답시고 농부들이 저렴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비료값이 오르니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식량 가격은 크게 올랐죠. 결과적으로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저탄소 정책 때문에 나빠졌어요. 또 어떤 저개발 국가에서는 부유한 나라의 샴페인 좌파 주주들의 압력을 받은 기관들이 탄소배출을 줄인답시고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겠어요? 그 가난한 나라는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가정에서도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거죠. 


이게 뭡니까?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기후 위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거에요.



불편한 진실 3: 경제 성장과 보건이야말로 최고의 기후위기 대응책이다


몇 년 전에 시카고대의 기후 임팩트 연구소에서 분석을 해봤어요. 경제성장을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 수가 50% 줄어드는 거에요. 그러니까 경제성장을 잘 하면, 기후가 좀 변화하더라고 사람들의 삶은 계속 개선되는 거죠! 


또 시민들이 건강할수록 경제도 빠르게 성장해요. 그러니까 공공 보건도 중요하죠.


농업의 예를 들어볼게요.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농부들에게 다짜고짜 저탄소 비료만 사용하라고 강요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굶주리게 될 거에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농업 생산성을 올릴 수 있죠. 인도에서는 위성과 핸드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4000만 명의 농부들에게 강우량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요. SMS 문자 하나로 수백만 에이커의 곡물을 살릴 수 있는 거에요.


또 케냐에서는 과학자들이 20년 전부터 더위와 가뭄에 강한 옥수수 품종을 도입해왔어요. 그 결과 수확량이 66% 늘었어요. 이런 기술 개발이 진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거죠.


기후정책도 결국 다같이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니에요?


기후변화는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여러분들이 들으면 놀라시겠지만, 사실 인간은 원래 추위보다 더위에 더 강해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위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위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거의 10배 더 많아요. 놀랍죠? 그러니까 미래에 지구가 뜨거워지면 더위로 죽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추위로 죽는 사람은 줄어들 거에요. 다만, 더운 지방일수록 인구는 많고 돈은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추가 사망자는 그런 나라들에 집중되겠죠.


자연재해도 마찬가지에요. 기후변화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재해가 늘어났을 수는 있지만, 인류의 재해 대처법은 그 이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사실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홍수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는 90% 감소했어요. 놀랍죠? 다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피해는 돈 없는 저개발 국가에 집중된다는 게 문제죠.


냉난방이 잘 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동네에 살면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중요한 겁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을 막는답시고 사람들을 가난하게 살게 하면 안 되어요. 기온 상승은 기온 상승대로 막고, 경제 성장은 경제 성장대로 하게 해줘야 합니다.


교육도 중요해요. 저개발 국가에서 교육을 잘 받은 애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애를 적게 낳아요. 인구폭발이 멈추면 해당 국가는 교육이나 인프라에 돈을 쓸 여력이 생깁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30년 전에 제가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운영할 때 직원들에게 "전략적 피봇(방향전환)"을 하자면서 긴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뭐라고 했냐 하면 '인터넷 시대를 받아들이자. 모든 제품에 인터넷을 넣자'라고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땐 인터넷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다행히 회사라는 것은 저 혼자 결정하면 되는 구조니까 그렇게 갑자기 전략을 피봇하는 게 어렵지 않았죠.


이에 비해 글로벌 기후정책은 누구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피봇이 훨씬 더 힘듭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모두 제 생각에 동참해주세요. 이제 우리 모두 함께 전략적 피봇을 해야할 때입니다.


  • 기후 관련 정책은 '기온'이나 '탄소배출량'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주는 실제 임팩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세요.


  • 인류 모두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어디에서 태어나든, 기후가 어떻게 되든지간에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영원한 귀염둥이 빌 게이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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