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초부유층 감세 특권, 단두대에 올려야 할 때 (FT)

2025-10-20


세금을 올리면 부자들이 프랑스를 떠난다고? 그럼 떠나라고 해라!





Simon Kuper

Oct 16 2025


프랑스를 놀리기는 쉽다. 나 역시 그랬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국가가 자신들의 은퇴 생활 25년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책임져주길 기대한다. 그러다가 정부 예산 적자가 GDP의 5.8퍼센트에 달해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면, 프랑스인들은 “신자유주의다!”라고 불평하며 파업에 나선다. 정부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말이다. 야당들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에마뉘엘 마크롱과 어떤 타협도 거부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프랑스인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 정당하다고 느낀다. 오늘날의 프랑스는 재정이 부족한 사회민주주의와 과두제 정경유착의 혼합체다. 서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억만장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며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프랑스가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동의한다. 다만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대다수는 이렇게 말한다 — “슈퍼리치부터.”


올리가르흐(oligarch, 재벌, 과두귀족)란 부와 권력을 동시에 소유하며, 부를 이용해 권력을 얻고 권력을 이용해 부를 얻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은 21세기 들어 프랑스에서 특히 많아졌다. 특히 럭셔리 기업들이 성장한 덕분이다. EU 전체에서 시가총액 상위 7대 기업에는 프랑스의 3개 럭셔리 기업, 즉 LVMH, 에르메스, 그리고 로레알이 포함된다. LVMH은 프랑스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끄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수출액은 이제 프랑스 농업 분야 전체의 수출액을 넘어섰다.


이런 구조의 가장 큰 수혜자는 프랑스 상위 500대 부자 가문이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은 곧 출간될 저서에서 이들 500대 부자의 자산이 1996년에는 프랑스 GDP의 6퍼센트였지만 2024년에는 42퍼센트로 불어났다고 썼다. (주크만의 책 제목을 번역하자면 “억만장자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우리는 그걸 멈추게 할 것이다”다.) EU에 따르면 프랑스는 현재 147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해 EU 국가 중 1위다. 이들 대부분은 능력으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싱크탱트 장 조레스 재단에 따르면 프랑스 상위 100대 부자 가구 중 60 가구가 상속 재벌이다.


올리가르흐들은 대체로 지주회사에 재산을 넣어둔다. 마크롱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인하해 소득세율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올리가르흐들의 실질 세율은 프랑스인 평균의 절반 수준인 2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주크만은 계산한다. 그는 1억 유로 이상 자산을 가진 부자 1800명에게 2퍼센트의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의 조사에서 응답자 86퍼센트가 이 ‘주크만세(la taxe Zucman)’ 도입을 지지했다.


LVMH의 아르노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계획을 “프랑스 경제를 파괴하겠다는 노골적 의지”라고 말했다. 마크롱은 과두 귀족들의 편에 섰다.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마크롱주의의 논리적 결과다. 거대한 국가와 부유층 감세의 결합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두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아르노, 마르탱 부이그, 극우 성향의 뱅상 볼로레 같은 인물들은 프랑스 언론매체들의 상당수를 소유하고 있으며, 모든 역대 대통령들과 직접 연락한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생의 마지막을 재벌 프랑수아 피노가 소유한 파리의 저택에서 보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밤, 그는 샹젤리제의 포케 레스토랑에서 억만장자 친구들과 축하 파티를 열었다.


마크롱은 정기적으로 올리가르흐들과 만난다. 그들은 기분이 내킬 때 대통령의 프로젝트에 돈을 기부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복구 기금의 상당 부분은 아르노, 피노, 로레알 상속가 베탕쿠르 가문이 냈다. LVMH는 파리 올림픽의 “프리미엄 파트너”였다.


파리 곳곳에는 과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는 10월 25일 루브르 맞은편에 새 건물을 여는 까르띠에 재단은 기존에 존재하는 루이비통 미술관(Fondation LVMH)과 피노의 부르스 미술관과 함께 파리를 억만장자 미술관의 도시로 만들게 된다. 내가 일하는 파리 11구는 전통적으로 중하층 거주지이지만 여기도 한 낡은 건물이 에르메스 매장으로 개조되고 있다. 파리는 점점 럭셔리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고소득층과 외국인들이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으며, 일부 동네의 주민 10퍼센트는 귀족 출신이다. 마치 1789년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상황은 많은 프랑스인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프랑스는 미국이 아니다. 부자를 선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마크롱의 복지혜택 삭감 이후 국민 여섯 명 중 한 명이 빈곤 상태에 처한 상황이라 금권정치는 더욱 불쾌하게 느껴진다. 이는 1996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지금 내 사무실 근처에서는 6유로짜리 ‘말차 토닉’을 파는 카페가 푸드뱅크 맞은편에 있다.


프랑스의 중산층도 고전하고 있다. 장 조레스 재단에 따르면 주택 보유율은 20년째 인구의 57퍼센트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단두대 없는 1789년'을 원한다. 주크만은 자신의 부유세가 연간 200억 유로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게 다소 낙관적인 예측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어느 프랑스 정권이든 억만장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적자 감축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면, 누가 희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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