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October 2025
Robert Armstrong
‘바퀴벌레는 절대 혼자 살지 않는다'는 위기론: 개별 사건인가, 시스템적 문제인가?
JP모건체이스는 2분기에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의 파산으로 인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손실 처리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이에 대해 이번 주 초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곧 다른 실수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일이 생기면 제 안테나가 곧바로 작동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만일 당신이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은 모두가 경계해야 합니다.”

제이미 다이언
‘바퀴벌레’라는 은유는 이미 익숙했지만, 다이먼이 이 표현을 쓰면서 이번 사태의 상징어가 되었다.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벌레’였다. 그리고 다이먼의 예측대로, 냉장고 밑에서 두 마리의 바퀴가 더 기어 나왔다.
수요일 오후,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최근 두 개의 기업 대출 차주로부터 '명백한 허위 진술과 계약 위반'이 있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은행의 후속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이언스는 해당 대출에 대해 5000만 달러의 평가손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또 다른 중형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가 지난 8월 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고객을 상대로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개했다. 은행 측은 담보 자산이 해당 대출을 충분히 보전한다고 믿는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부동산 감정 보고서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어제 모두 급락했다.
다른 시장들도 반응했다. 은행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전체 증시를 끌어내렸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급락, 달러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시장이 이번 ‘바퀴벌레’ 사건이 금융 시스템 또는 실물경제 전반의 더 큰 문제를 암시할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시장 불안감이 전적으로 신용 부실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목요일 한 개 혹은 복수의 은행이 '연준의 상설 레포 창구(standing repo facility)'를 이틀 연속 이용했는데, 이는 자금시장 내 유동성 부족을 시사하는 비교적 드문 사건으로, 이것이 시장을 더 긴장된 분위기로 몰고갔을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 위기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예측하는 금융 평론가는 일종의 ‘특수한 새디스트’다. 이런 종류의 예측이 틀리면 사람들이 오래 기억한다. 반대로 심각한 위기론을 주장하면 틀린다 해도 금세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증거를 따르려 한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보면, 최근의 사태들은 과열된 신용시장 속에서 발생한 개별적 사고들에 가깝지, 시스템적이거나 경제 전반의 심층 문제를 반영하는 징후는 아니다. 곤충학적 은유를 계속하자면, 앞으로도 바퀴벌레 몇 마리는 더 보일지 모르지만, 흰개미들이 건물의 기초를 갉아먹은 것 같지는 않다.
우선, 트라이컬러와 퍼스트브랜즈의 붕괴, 그리고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의 부실 대출 사례 모두 사기 혐의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사기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스템적인 현상은 아니다. 웰링턴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키라 펙토(Kyra Fecteau)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고, 너무 많은 자금이 너무 한정된 자산을 쫓다 보니, 부실한 심사가 늘어났습니다. ”아폴로(Apollo)의 마크 로완(Marc Rowan)도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고가 과도한 대출 경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경쟁 시장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이 때로는 위험한 ‘지름길’로 이어집니다.”
물론 사기는 더 큰 문제의 징후일 수도, 심지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차입자들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경우 사기에 의존할 수도 있고, 엔론급의 대형 사기 사건이라면 시장 전체를 흔들 만큼 자산 가격 조정을 일으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런 징후가 거의 없다. 무디스(Moody’s)에 따르면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과 하이일드 채권(high-yield bond)의 부도율은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사고들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3분기 실적에서 충당금과 대손상각 규모는 2분기보다 낮았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도 적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차입자 소송 사실을 공개한 뒤, 자사의 ‘문제자산’, 즉 손상되었거나 심사 중인 자산의 규모가 2분기 말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등 일부 특정 부문을 제외하면,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조하다. 고용 창출이 낮다는 점도, 이민정책과 인구구조 변화의 결과물로 본다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소비경제는 ‘K자형’으로, 부유층의 소비가 경기 부양의 주요 동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된 현실이다.
따라서 더 넓은 시스템적 문제나 경기 둔화의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나는 바퀴벌레 한두 마리가 보였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경계는 늦추지 않겠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17 October 2025
Robert Armstrong
‘바퀴벌레는 절대 혼자 살지 않는다'는 위기론: 개별 사건인가, 시스템적 문제인가?
JP모건체이스는 2분기에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의 파산으로 인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손실 처리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이에 대해 이번 주 초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곧 다른 실수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일이 생기면 제 안테나가 곧바로 작동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만일 당신이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은 모두가 경계해야 합니다.”
제이미 다이언
‘바퀴벌레’라는 은유는 이미 익숙했지만, 다이먼이 이 표현을 쓰면서 이번 사태의 상징어가 되었다.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벌레’였다. 그리고 다이먼의 예측대로, 냉장고 밑에서 두 마리의 바퀴가 더 기어 나왔다.
수요일 오후,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최근 두 개의 기업 대출 차주로부터 '명백한 허위 진술과 계약 위반'이 있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은행의 후속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이언스는 해당 대출에 대해 5000만 달러의 평가손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또 다른 중형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가 지난 8월 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고객을 상대로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개했다. 은행 측은 담보 자산이 해당 대출을 충분히 보전한다고 믿는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부동산 감정 보고서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어제 모두 급락했다.
다른 시장들도 반응했다. 은행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전체 증시를 끌어내렸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급락, 달러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시장이 이번 ‘바퀴벌레’ 사건이 금융 시스템 또는 실물경제 전반의 더 큰 문제를 암시할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시장 불안감이 전적으로 신용 부실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목요일 한 개 혹은 복수의 은행이 '연준의 상설 레포 창구(standing repo facility)'를 이틀 연속 이용했는데, 이는 자금시장 내 유동성 부족을 시사하는 비교적 드문 사건으로, 이것이 시장을 더 긴장된 분위기로 몰고갔을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 위기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예측하는 금융 평론가는 일종의 ‘특수한 새디스트’다. 이런 종류의 예측이 틀리면 사람들이 오래 기억한다. 반대로 심각한 위기론을 주장하면 틀린다 해도 금세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증거를 따르려 한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보면, 최근의 사태들은 과열된 신용시장 속에서 발생한 개별적 사고들에 가깝지, 시스템적이거나 경제 전반의 심층 문제를 반영하는 징후는 아니다. 곤충학적 은유를 계속하자면, 앞으로도 바퀴벌레 몇 마리는 더 보일지 모르지만, 흰개미들이 건물의 기초를 갉아먹은 것 같지는 않다.
우선, 트라이컬러와 퍼스트브랜즈의 붕괴, 그리고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의 부실 대출 사례 모두 사기 혐의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사기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스템적인 현상은 아니다. 웰링턴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키라 펙토(Kyra Fecteau)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고, 너무 많은 자금이 너무 한정된 자산을 쫓다 보니, 부실한 심사가 늘어났습니다. ”아폴로(Apollo)의 마크 로완(Marc Rowan)도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고가 과도한 대출 경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경쟁 시장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이 때로는 위험한 ‘지름길’로 이어집니다.”
물론 사기는 더 큰 문제의 징후일 수도, 심지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차입자들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경우 사기에 의존할 수도 있고, 엔론급의 대형 사기 사건이라면 시장 전체를 흔들 만큼 자산 가격 조정을 일으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런 징후가 거의 없다. 무디스(Moody’s)에 따르면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과 하이일드 채권(high-yield bond)의 부도율은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사고들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3분기 실적에서 충당금과 대손상각 규모는 2분기보다 낮았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도 적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차입자 소송 사실을 공개한 뒤, 자사의 ‘문제자산’, 즉 손상되었거나 심사 중인 자산의 규모가 2분기 말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등 일부 특정 부문을 제외하면,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조하다. 고용 창출이 낮다는 점도, 이민정책과 인구구조 변화의 결과물로 본다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소비경제는 ‘K자형’으로, 부유층의 소비가 경기 부양의 주요 동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된 현실이다.
따라서 더 넓은 시스템적 문제나 경기 둔화의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나는 바퀴벌레 한두 마리가 보였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경계는 늦추지 않겠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