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상징이었던 전기차가 이젠 대중 소비재가 되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 역시 이에 맞게 재정의되어야 한다.

테슬라
June Yoon
15 Oct. 2025
BYD가 글로벌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쳤을 때에도 사람들이 두 회사의 전기차를 직접 비교하는 일은 그동안 드물었다. 테슬라는 ‘혁신가’로, BYD는 ‘모방자’로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의 95% 이상이 모델 3과 모델 Y 등 두 차종에서 나왔다. 이 두 모델이 거의 10년 가까이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쟁사들은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대응 중이다. 판매량을 늘려 수익률 하락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델 Y 스탠더드’는 이러한 전략 변화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에 미국 기준 3만9990달러, 독일 기준 3만9990유로에 출시된 모델이다. 테슬라가 핵심 모델인 Y 시리즈를 이렇게 낮은 가격대에 내놓은 것은 방어적인 조치다. 한때 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무적인 것처럼 보였던 테슬라는 이제 BYD와 직접 맞붙고 있다.
BYD의 ‘씨라이언 7(Sealion 7)’은 모델 Y와 직접적인 경쟁하는 모델이다. 주행 성능과 실용성 면에서 모델Y에 밀리지 않는다.
- BYD 씨라이언 7: 최대 주행거리 456km / 제로백(0→100kph) 4.5초 / 미니멀한 고급 인테리어.
- 테슬라 모델 Y 스탠더드: 최대 주행거리 약 516km / 제로백 6.8초 / 슈퍼차저 네트워크 이용 가능.

BYD 씨라이언7
해외 시장에서는 씨라이언 7이 오히려 더 비싸다. 영국에서 약 6만 달러부터 시작하며, 이는 테슬라 신형 모델 Y보다 최소 30% 이상 비싼 수준이다.
두 회사의 역할이 극적으로 뒤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테슬라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았고 BYD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따라오는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BYD가 테슬라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다. BYD는 원가 경쟁력과 수직 통합된 공급망, 리튬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를 통해 소재 측면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BYD 배터리의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52달러까지 떨어졌다.
단, BYD는 해상 운송비와 각국의 규제에 적응하는 비용, 복잡한 배터리 패키징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테슬라가 원가 격차를 좁혀가면서 가격 주도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2023년 가격 인하 이후 테슬라의 인도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해 181만 대에 달했다.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논란으로 최근 몇 년간 브랜드가 겪은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테슬라는 가격 인하로 연간 판매량을 약 30만 대가량 늘릴 수 있다. 향상된 공장 효율성에서 나오는 생산성 상승 덕분이다. 반면 BYD는 시장점유율과 가격 결정력 모두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와 BYD의 주가 추이(%).
2024년 1월이 기준. 테슬라는 달러, BYD는 위안화 기준.
BYD는 중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왔지만 이번 시점은 다소 불안하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응하려면 BYD의 주력 차종인 씨라이언 라인 전체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이다. 씨라이언은 지난달 BYD의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 라인업이기도 하다. BYD의 수직 통합 구조가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하지만, 시장 전반의 압박을 완전히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테슬라는 더 큰 글로벌 판매 규모와 폭넓은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러한 가격 압력을 훨씬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단,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테슬라의 기업가치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4천억 달러(약 1700조원)로, BYD의 10배 이상이다. 이런 주가는 테슬라가 ‘특별한 이익율’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 필연적으로 이익율이 떨어진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총이익률은 약 17%이며, 매출의 4분의 3가 자동차 판매에서 나왔다. 이는 2021년 4분기(규제 크레딧 제외 시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 약 30%)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물론 테슬라의 가치는 단순 전기차 제조를 넘어선다. 테슬라는 AI 기업이고, 에너지 공급업체이며, 로보틱스 혁신 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서사가 주가를 선행이익 기준 200배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미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현재 테슬라의 현금흐름 대부분은 여전히 전기차 단 2개 모델의 판매에서 나온다. 게다가 두 차종 모두 이제는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경쟁사 모델들과 충돌하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여전히 이 회사가 전기차 산업의 기준을 셋팅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현 사업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때 ‘전기차 소유 = 엘리트’라는 지위의 상징을 만든 회사가, 이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를 대중적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런 새로운 현실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엘리트의 상징이었던 전기차가 이젠 대중 소비재가 되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 역시 이에 맞게 재정의되어야 한다.
테슬라
June Yoon
15 Oct. 2025
BYD가 글로벌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쳤을 때에도 사람들이 두 회사의 전기차를 직접 비교하는 일은 그동안 드물었다. 테슬라는 ‘혁신가’로, BYD는 ‘모방자’로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의 95% 이상이 모델 3과 모델 Y 등 두 차종에서 나왔다. 이 두 모델이 거의 10년 가까이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쟁사들은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대응 중이다. 판매량을 늘려 수익률 하락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델 Y 스탠더드’는 이러한 전략 변화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에 미국 기준 3만9990달러, 독일 기준 3만9990유로에 출시된 모델이다. 테슬라가 핵심 모델인 Y 시리즈를 이렇게 낮은 가격대에 내놓은 것은 방어적인 조치다. 한때 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무적인 것처럼 보였던 테슬라는 이제 BYD와 직접 맞붙고 있다.
BYD의 ‘씨라이언 7(Sealion 7)’은 모델 Y와 직접적인 경쟁하는 모델이다. 주행 성능과 실용성 면에서 모델Y에 밀리지 않는다.
BYD 씨라이언7
해외 시장에서는 씨라이언 7이 오히려 더 비싸다. 영국에서 약 6만 달러부터 시작하며, 이는 테슬라 신형 모델 Y보다 최소 30% 이상 비싼 수준이다.
두 회사의 역할이 극적으로 뒤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테슬라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았고 BYD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따라오는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BYD가 테슬라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다. BYD는 원가 경쟁력과 수직 통합된 공급망, 리튬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를 통해 소재 측면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BYD 배터리의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52달러까지 떨어졌다.
단, BYD는 해상 운송비와 각국의 규제에 적응하는 비용, 복잡한 배터리 패키징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테슬라가 원가 격차를 좁혀가면서 가격 주도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2023년 가격 인하 이후 테슬라의 인도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해 181만 대에 달했다.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논란으로 최근 몇 년간 브랜드가 겪은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테슬라는 가격 인하로 연간 판매량을 약 30만 대가량 늘릴 수 있다. 향상된 공장 효율성에서 나오는 생산성 상승 덕분이다. 반면 BYD는 시장점유율과 가격 결정력 모두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와 BYD의 주가 추이(%).
2024년 1월이 기준. 테슬라는 달러, BYD는 위안화 기준.
BYD는 중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왔지만 이번 시점은 다소 불안하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응하려면 BYD의 주력 차종인 씨라이언 라인 전체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이다. 씨라이언은 지난달 BYD의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 라인업이기도 하다. BYD의 수직 통합 구조가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하지만, 시장 전반의 압박을 완전히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테슬라는 더 큰 글로벌 판매 규모와 폭넓은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러한 가격 압력을 훨씬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단,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테슬라의 기업가치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4천억 달러(약 1700조원)로, BYD의 10배 이상이다. 이런 주가는 테슬라가 ‘특별한 이익율’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 필연적으로 이익율이 떨어진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총이익률은 약 17%이며, 매출의 4분의 3가 자동차 판매에서 나왔다. 이는 2021년 4분기(규제 크레딧 제외 시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 약 30%)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물론 테슬라의 가치는 단순 전기차 제조를 넘어선다. 테슬라는 AI 기업이고, 에너지 공급업체이며, 로보틱스 혁신 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서사가 주가를 선행이익 기준 200배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미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현재 테슬라의 현금흐름 대부분은 여전히 전기차 단 2개 모델의 판매에서 나온다. 게다가 두 차종 모두 이제는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경쟁사 모델들과 충돌하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여전히 이 회사가 전기차 산업의 기준을 셋팅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현 사업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때 ‘전기차 소유 = 엘리트’라는 지위의 상징을 만든 회사가, 이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를 대중적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런 새로운 현실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