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인기 하락, '여자 아베' 다카이치가 해결할 수 있을까 (FT)

2025-10-01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도 있는 보수 강경파, 베테랑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침체된 집권당을 되살리기 위해 ‘아베노믹스’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Leo Lewis in Tokyo


“왜 총리가 되고 싶나요?”

“저는 일본을 정말로 사랑합니다. 제 목표는 ‘철의 여인’이 되는 것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이제 며칠 안에 자신의 우상 마거릿 대처처럼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 전직 방송 앵커이자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 다카이치는 지난 주말 학생들에게, 자신이 24세였을 때부터 일본의 총리가 되는 꿈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영국 정치에서 대처가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이다. 철의 여인은 대처의 별명이었다.

현재 64세인 다카이치는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곧 열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대 시절 헤비메탈 밴드 드러머로 활동하기도 했던 다카이치는 자신의 특기로 '밤을 새워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꼽는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며, 저금리와 적극적 재정지출을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 경제 노선을 계승하려 한다. 정계에 입문한 지는 32년이 됐으며 그동안 경제안전보장담당상, 사이버 보안 정책 책임자, 2010년대 ‘쿨 재팬’ 소프트파워 전략 총괄 등 핵심 직책을 두루 맡아왔다.

와세다대의 정치학자 나카바야시 미에코는 다카이치에 대한 풀뿌리 지지세가 일본 사람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 실질임금 하락, 지정학적 불안 심화 속에서 정치적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잘 모르지만 여성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낀다. 미국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와 비슷하다. 나라가 변했다는 것을 상징해 사람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또 그는 “새로운 것을 바라는 마음은 곧 위기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의 직장 여성들은 다카이치를 자신들의 대표로 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또 나카바야시는, 일부 지지자들이 과거 다카이치가 보였던 강경한 모습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는 예전에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로부터 ‘탈레반 다카이치’라 불리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2016년 총무상으로 일하던 시절 방송사가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경우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성평등 담당 장관으로 일할 때는 남성만 황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한 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난주에도 동성 결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그녀는 일본 전몰자, 일부 전범까지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한다. 스승인 아베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도 지지한다. “다카이치에게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짧다”고 나카바야시는 말한다. 

그러나 최근 다카이치가 발언 수위를 낮추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분열된 당을 통합해야 한다는 걸 의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주 다카이치는 내각 내의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중의원의 여성 의원 비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이번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기로 한 뒤 치러지고 있다. 자민당이 포함된 연립여당은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상실했으며, 아베 전 총리 파벌을 둘러싼 정치자금 스캔들 때문에 당의 명성이 손상된 상태다.

자민당은 지난 70년 대부분 동안 일본을 지배해왔지만 젊은 유권자들이 신흥 포퓰리스트 정당 지지로 이동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은 자민당을 ‘현상 유지 세력’으로 본다.

이처럼 약화된 자민당의 입지 때문에 일본의 차기 지도자가 될 자민당 총재는 새로운 정치적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또한 자민당 내부의 큰 분열도 봉합해야 한다. 당 내 우파는 보수 DNA와 아베노믹스 계승을 원하지만, 좌파는 그러한 노선이 유권자 이탈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선거는 현역 의원 295표와 약 91만6000명의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295표, 총 590표로 결정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이즈미가 약 2대1 비율로 앞서 있지만, 당원 전체에서는 근소하게 다카이치가 우세하다.



사실 지난주 선거전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다카이치는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뒤처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고이즈미는 전 총리의 아들이자 카리스마 있는 44세 정치인이다. 그러나 월요일 교도통신의 자민당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가 다카이치에게 약 4%포인트 뒤처졌다. 또 고이즈미는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댓글을 동원해 열기를 조작하려 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도쿄의 템플대학교 정치학자 제프 킹스턴은 다카이치의 재정지출 선호를 제외하면 주요 후보들 간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도파의 판단이 옳다면, 그들은 고이즈미라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 다카이치가 옳다면, 당은 다시 우파로 이동해 아베의 이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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