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도로가 조용해지고 있다 (FT)

2025-11-25

전기차 보급, 저소음 도로 포장, 경적 금지 구간 확대의 효과로 인해 북경 등 대도시의 소음 레벨이 급격히 줄고 있다


24 November 2025
Eleanor Olcott


몇 달 전 베이징으로 이사한 뒤 저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몇 년 만에 잠을 푹 자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의외였습니다.

제가 살아온 다른 여러 도시에서는 아침 일찍 휘발유 차량이나 디젤 차량이 내는 굉음 때문에 잠에서 깨는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는 집 앞의 자갈길에 쓰레기차가 후진해 들어오며 내는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와 삐삐 거리는 경고음이 밤마다 들렸습니다. 타이베이에서는 녹슨 보수센터 밴이 골목을 덜컹거리며 지나가면서 광고를 큰 소리로 틀었습니다. 홍콩에서는 근처 시장에 마른 생선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거리에 짐을 쏟아부었습니다.

베이징은 다릅니다. 제가 사는 곳이 주거 지역의 고층 아파트이기때문만도 아닙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 처음 베이징을 방문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현재 베이징을 비롯해 여러 중국 도시에서 거리 전체의 소음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사진: x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기차의 보급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조용합니다. 전기차는 특히 도시처럼 속도가 제한된 주행 환경에서 휘발유차보다 소음을 더 적게 냅니다. (고속 주행시엔 타이어 소리가 커져 엔진/모터 소리를 덮기 때문에 이런 장점은 사라집니다.) 최근의 연구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운전할 때 가속과 제동을 더 부드럽게 한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조용한 실내 공간이 주는 차분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이 소음 공해가 마침내 해결되는 미래를 살짝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새롭게 찾아온 고요함은 실제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까. 즉, 시민들의 수면 환경을 개선해 생산성과 건강이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 생태환경부가 매년 내놓는 소음 공해 보고서는 이에 대한 몇 가지 답을 제공합니다. 이달 초 공개된 최신 보고서는 꾸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전체 소음 공해 준수율은, 주거지 소음과 산업 소음, 교통 소음을 모두 포함해, 낮 동안 95.8퍼센트, 밤에는 88.2퍼센트였습니다. 도로 소음만 보면 준수율은 2016년 낮 92.6퍼센트에서 99.4퍼센트로 올랐고 밤에는 50.5퍼센트에서 76.3퍼센트로 상승했습니다.


중국 주요 도로변의 소음 공해 준수율 변화


전기차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요 도시 중 선전과 상하이는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고 소음 준수율도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음 준수율의 상승 궤적은 전기차 붐이 시작된 2020년 이전부터 이미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건설 소음의 감소입니다. 한때 미친 속도로 진행됐던 중국 도시 개발은 2021년 부동산 위기 이후 급격히 둔화됐고, 여러 지역에서는 아예 멈췄습니다. 과거 방문객들은 갈 때마다 바뀌는 스카이라인에 놀랐습니다. 이제는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도시가 얼마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지가 놀랍습니다.

중국의 도시 계획가들은 소음을 줄이는 작업을 조용히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3200만 제곱미터의 소음 저감 도로 포장을 시공했고 83만3000 미터 길이의 방음벽을 설치했습니다. 각 지방정부는 자동차 경적 금지 구역을 확대했고, 대형 화물차의 도심 진입을 막았으며, 공원에 소음 감지 장치를 설치해 지나치게 시끄러운 활동이 발생하면 관리자가 즉시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시의 교통이 조용해지자 또 다른 소음 요인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소음 민원이 거의 600만 건에 달했는데 그중 71퍼센트가 “사회 활동”과 관련됐습니다. 즉, 고성, 음악, 시끄러운 이웃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도 당국은 대응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술집과 클럽이 문을 닫거나 이전됐습니다. 지난해 장시성 정부는 KTV 시설의 소음 공해를 통제하기 위한 “합동 단속 캠페인”을 시작해, 손님들의 노랫소리가 거리에서 들리면 즉시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저는 지난 수 년 동안 시끄러운 운전자들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게 싫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귀마개 컬렉션을 갖게 됐습니다. 최대한 소음을 차단하도록 최적화된 귀마개들입니다. 여행할 때는 여전히 귀마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제 집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어 제 서랍 속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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