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브(vibe)': 그래프로 보는 1년차의 경제 효과

2025-11-04


지난 주말, 파이낸셜타임스가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했습니다. 

"The upsides of Trump", 즉 트럼프의 긍정적 효과라는 제목입니다. 세계 경제가 트럼프 당선 이후 1년 동안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경제 선임기자 테즈 파리크의 글입니다.

파리크는 여러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트럼프의 관세 등 여러 정책들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왔다고 말합니다. 대체로 트럼프 안티가 많은 파이낸셜타임스 독자층을 고려할 때 그리 기쁘게 들리지 않을 소식이라고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트럼프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거라는 이야기는 한국 언론과 이른바 '전문가'들도 되풀이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언론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뉴욕타임스, CNN을 보고 베낄뿐 자신들만의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외신을 볼 때도 다양한 관점을 직접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럼 파리크의 원문과 그래프들을 하나씩 보겠습니다.




게재일: 2025년 11월 2일
테즈 파리크
출처: FT.com

 

다음 주면 2024년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 1년이 되는 만큼, 한 독자의 제안을 받아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역(逆)합의 분석(counter-consensus analysis)”을 시도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즉, 의도했든 아니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간과된 경제적 긍정효과’ 몇 가지를 살펴보자는 뜻이다. 다소 논쟁적일 수 있지만,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세계를 움직인 ‘미국 우선주의’

우선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의제는 전 세계 지도자들로 하여금 지출을 늘리고, 개혁을 시행하며, 새로운 무역 관계를 구축하도록 자극했다.

예컨대 그의 행정부가 나토(NATO) 기금 삭감을 경고한 이후, 유럽 각국은 방위비 지출 약속을 상향했다. 이로 인해 올해 유럽 지역의 주식시장과 제조업체들이 활기를 띠었다.

또한 무역과 안보 양면에서의 고립주의적 정책은 독일 의회가 헌법에 규정된 ‘부채 제한 규정(debt brake)’을 완화하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긴축 재정에서 벗어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해방의 날' (트럼프 취임일) 이후 유럽과 이머징마켓 주가지수가 미국을 따라오기 시작



각국 정책 입안자들도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캐나다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계기가 되어 주간(州間) 무역 장벽 완화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고, 마크 카니 총리는 내수시장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보복성 관세 정책이 세제 개혁을 앞당겼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다른 나라들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 이후, EU는 메르코수르, 멕시코, 인도네시아와 FTA를 체결했으며, 인도와의 협상도 가속화 중이다. 지난 화요일에는 중국과 아세안(ASEAN)이 확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BCA리서치의 수석전략가 마르코 파픽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이제 미국의 소비와 지출에 무임승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개혁과 탈(脫)미국 의존으로 가는 촉매제가 생긴 셈이며, 이는 장기적 성장과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빠르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긍정 효과’는 달러 약세다.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도미닉 화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달러 약세는 전 세계에, 특히 신흥국에게 유익하다. 달러 표시 부채를 진 나라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교역 조건이 완화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연준 독립성 공격, 불확실성의 무기화가 모두 달러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 이 결과, 올해 세계 경제 활동과 무역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었다. 이는 관세 선제 대응과 달러 약세에 따른 정책 대응의 결과이기도 하다. 초기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가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글로벌 경제활동은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2. 미국 내의 ‘관세 효과’


백악관이 자랑할 만한 또 다른 요인은 미국 국내 제조업 회복 조짐이다.
예일대 예산연구소(YBL)는 7월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관세의 영향을 받는 산업군의 생산이 올해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YBL의 마사 김벨 전무는 이 상승이 지난해 말의 하락에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기저효과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일부 미국 제조업체들이 실제로 관세에 대응해 생산을 늘린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렇게 요약한다.

“관세는 미국 경제 전체에 순손실이지만, 일부 기업에게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외부 투입재가 적은 단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미 관세의 수혜를 보고 있다.”

6월 웨스트 먼로(West Monroe) 컨설팅의 조사에서도 미국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관세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 관세 영향을 받는 산업의 생산은 트럼프 임기 시작 후 크게 증가


게다가 관세 수입이 재정적자 완화에 기여했다. 2025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소폭 감소했는데, 관세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이 2조3000억 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8월 S&P글로벌은 “탄탄한 관세 수입”을 근거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다만, 트럼프 관세의 합법성을 둘러싼 연방대법원의 검토가 예정되어 있어, 이 수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3. 미국 경제의 단기적 회복력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 미국 경제는 이미 피로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의 일부 정책은 단기적인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연방 세제 정책 부대표 에리카 요크는 이렇게 말한다.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는 흠이 많은 법이지만, 단기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전액·즉시·영구 공제 조항은 지금까지 서명된 법 중 기업의 비용 회복(cost recovery)에 가장 유리한 법안이다.”

요크는 이어서 말한다.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본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향후 리쇼어링(onshoring)과 AI 관련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OBBBA에 포함된 각종 투자 인센티브가 2026년 S&P500 기업의 현금흐름을 약 5% 증가시키고, 설비·혁신 부문 지출을 추가적으로 자극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조세재단은 설비·기계 투자에 대한 영구적인 세제 혜택이 미국의 장기 GDP를 0.6%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싱크탱크의 분석에 따르면 이 광범위한 세제 패키지는 미국의 자본비용 회수세제를 OECD 회원국 중 21위에서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적극적인 글로벌 거래 전략은 외국인직접투자(FDI), 특히 반도체 분야 투자 약속의 급증을 이끌었다. 물론 지난 6월 8일자에서 내가 지적했듯, “투자 약속(pledges)”이라는 것은 실제 실행 여부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집행된(realised) FDI는 2분기에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는 상승했으며, 트럼프는 해외 자본의 미국 투자를 크게 늘렸다.



미국 행정부의 인공지능·암호화폐·금융 부문에 대한 완화된 규제 접근은 안정성에 대한 위험을 수반하지만, 시장과 민간 부문 일부의 활력을 유지시켰다.

YBL(예일 예산 연구소)의 마사 김벨은 말한다.

“투자자들에게 분위기(vibes)는 중요하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의 탈규제 시그널은 투자심리의 과열을 불러왔을 것이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분석은 이렇게 지적한다.

“다른 요인들이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아, 대통령의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 이후 S&P500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미국 증시의 급등은 부유층의 소비를 자극했지만, 저소득층은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트럼프 백악관의 여러 조치들이 경제활동을 끌어올렸으며, 특히 기술투자의 붐을 부추기며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게 만든 셈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 또한 존재한다.


트럼프의 관세 쇼크(하늘색)는 다른 요인들(푸른색)로 인해 상쇄되고도 남았다



생산성 급등의 배경


이와 연관된 또 하나의 현상은 미국의 생산성 급등이다.BCA리서치의 후안 마누엘 코레아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내구재 부문에서 노동시간당 산출량이 연율 기준 4.9% 증가했다. 이는 경기 회복기를 제외하면 거의 20년 만의 최고치다.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약 4%로 추정하며, 노동시장은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다.

코레아는 “미국의 산업생산량 대비 노동시간 분석 결과, 생산성 향상이 컴퓨터·전기장비·항공우주 등 첨단 하드웨어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들 산업은 연산능력,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생산하는 광범위한 ‘컴퓨팅 파워 구축’ 노력의 일부이며, 본질적으로 노동집약적이지 않다.”

그는 이어서 덧붙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인센티브, 탈규제, 관세 예외 조치를 통해 이런 고급 기술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합법 이민을 모두 억제하는 강경 정책이, 기계 중심·비노동집약적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고 그는 분석한다.

요컨대, 트럼프가 약속했던 “일자리 풍부한 제조업 르네상스”와는 다르지만, 미국에는 좁은 범위의 산업생산성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산업용 고부가 기술 부문 중심의 생산성 상승이며, 고용 창출보다는 효율 개선에 더 가깝다.



트럼프 취임 이후 튀어오른 미국의 노동생산성 (왼쪽 그래프)

IT 섹터(하늘색)의 생산성이 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그래프)


결론 — 내겐 불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이 분석 작업은 쉽지 않았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층(MAGA 진영)과, 그에게 어떤 긍정적인 결과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대편 진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에 반하는 데이터”를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일은 편향을 줄이고, 보다 완전한 경제적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혹시 내가 놓친 ‘긍정적 측면’이 있을까? freelunch@ft.com 또는 X(@tejparikh90)로 보내주시기 바란다.

물론, 필자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순효과와 장기 경제적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본다. 또한 일부 긍정 효과는 트럼프가 없었어도 일어났을 것이며, 기술 발전이나 금리 하락 같은 우연한 호재 덕도 봤다. 일부는 의도치 않은 결과이고, 일부는 부정적 정책의 피해를 상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이 부정적 영향이 전체를 압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작업은 가치 있었다. 우리의 확증편향을 시험하고,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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