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의 1조 보너스 패키지에 찬성해야 할까? (의견 + FT 기사)

2025-10-24


오늘 오호츠크 편집자에게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저보러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합니다. 내가 테슬라 주주였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올해 한두 번 샀다 팔았다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 기간 중에 주주총회 명부가 확정되었나 봅니다.


핸드폰 문자는 미국에 있는 테슬라 회사로부터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증권사로부터 왔습니다. 링크로 연결되는 페이지 역시 한국 증권사입니다. 아마 증권사에서 취합해서 주주총회 전까지 테슬라측에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질문이 너무 많아서 답변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공부할 시간도 없고, 어차피 현재 주주도 아니고요.


아무튼 이번 주주 제안의 핵심은 4번 문항. 즉 CEO 일론 머스크에게 주는 성과보상안입니다.


머스크의 성과보상안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2035년까지 최대 1조달러(1400조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12번에 나눠 지급하는 파격적 패키지로, 인류 역사상 기업 CEO에게 주어지는 최대 보상안입니다. 2025년 11월 6일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며, 한국 주주들은 증권사를 통해 위와 같이 미리 온라인 투표(proxy voting)를 하는 것입니다.


머스크가 1400조원이나 되는(우리나라 정부의 2년치 예산에 해당합니다) 큰 금액을 그냥 받는 건 아니고, 경영자로서 미리 정해진 목표를 달성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총 12개의 목표가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35년까지 차량 총 2000만대 판매 (연평균 120만대 판매)
  • FSD(자율주행) 서비스 유료구독 고객 1000만명 달성
  • 로봇 100만대 판매
  • 시가총액 최소 2조달러 달성, 최대 8.5조달러까지 점진적으로 보너스 증가. (현재 1.5조 달러)

또한 머스크가 CEO 후계자를 정하는 것도 조건으로 들어가있습니다. 

만일 이 목표들을 모두 달성하게 되면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율은 현재 13%에서 25%로 크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그가 회사를 완전 장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돈만 따지자면 머스크는 이미 세계 최고 부자입니다. 돈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 최고 부자라도 개인 1명이 테슬라처럼 덩치가 큰 회사를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 회사들은 이사회의 힘이 막강해 창업자나 회장을 쫓아내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그렇게 쫓겨났었습니다. 머스크도 올 초 해임설이 돌았었지요. 지분이 25% 정도는 되어야 안심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현재로서는 각종 연기금이나 펀드회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어마어마합니다. 연기금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에 머스크처럼 좌충우돌하는 CEO가 있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10배 100배 수익율을 올리기보다는 연 5%, 10%의 안정적 수익율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주총회 투표에 대해 조언을 하는 전문 기관들(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 같다고도 비판합니다. 즉, 친 민주당 성향이라는 것이지요.

 


"기본적인 문제는 상장 주식의 절반이 패시브 지수 펀드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이 펀드들은 대부분 주주 투표를 ISS와 Glass Lewis 같은 고문 회사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SS와 Glass Lewis는 스스로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 종종 주주들의 이익과 무관한 무작위 정치적 노선에 따라 투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테슬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우리의 뛰어난 이사인 이라 에런프라이스(Ira Ehrenpreis)의 재선임에 "성별 다양성 부족"을 이유로 반대 투표를 권고하지만, 동시에 캐슬린 윌슨-톰슨(Kathleen Wilson-Thompson, 여성)의 재선임에도 반대 투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연기금들이 일론 머스크의 성과 보상안에 찬성표를 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머스크에게 주식을 주는 만큼 자신들의 지분이 희석될테니까요. 반면 우리 한국인 주주들 중에는 머스크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가만 올려준다면야, 1400조원이든 140000조원이든 '머스크 너 갖고 싶은 대로 다 가져'라고 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테슬라의 주요 주주입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개미투자자들의 테슬라 지분 보유액은 약 40조원으로, 전체 지분의 1.85%에 달하는 양입니다. 머스크 본인과 기관투자자에 이어 6대 주주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습니다. 머스크도 이걸 알기에, 생각날 때마다 트위터에서 '한국 BBQ는 최고야' '한국인들은 똑똑해' 등 한국 국뽕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FT 기사를 소개합니다. FT 역시 머스크의 성과보상안에 주주들이 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1월 6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진진합니다. 만일 보상안이 주총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머스크가 또 어떤 심통을 부를까요? 그러면 테슬라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감사합니다.




일론 머스크, 1조 달러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

FT Lex 칼럼

23 Oct 2025


경영진의 보수가 과도하다는 판단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단서는 ‘총액’ 그 자체가 아닐 때가 많다. 투자자가 보상을 지나치다고 판단할 때 더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그 보상을 얼마나 쉽게, 혹은 어렵게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는 CEO 일론 머스크는 그 점을 연구하기 좋은 사례로 보인다.


테슬라가 수요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적은 매출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AI 및 기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 때문에 이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동차 부문 매출은 210억 달러로, 세액공제 종료 전에 전기차를 서둘러 구매하려는 ‘미니 붐’이 반영된 수치였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매출은 44% 증가했지만,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했다.



연도별 테슬라 차량 인도량


앞날이 불확실하고, 올해 테슬라 주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왜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3자리 숫자의 보상안을 승인해야 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10년에 걸쳐 주식으로 지급되는 이 조건부 인센티브는 지금의 테슬라에 꼭 필요한 장치다.

우선, 이 보너스를 실제로 받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머스크가 전체 금액을 받으려면 테슬라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를 4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2026년 EBITDA를 16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년간 대폭 하향된 수치다. 보너스 설계안에 포함된 8단계의 EBITDA 목표 중 가장 낮은 단계조차 500억 달러다.

증권가의 2026년 테슬라 EBITDA 예상치 변화



게다가 머스크의 보상안에서 자동차 판매와 관련된 목표는 하나뿐이며, 나머지 세 가지는 모두 인공지능(AI)이 구동하는 로봇, 로보택시, 그리고 자율주행과 관련돼 있다. 마지막 항목에서는 1000만 건의 자율주행 구독을 달성해야 한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자율주행 구독자가 50만 명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머스크는 CEO 승계 계획까지 제시해야만 전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이건 결코 ‘공짜 돈’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은 수년간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그러나 훨씬 더 문제적인 보상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GE는 2018년 CEO 래리 컬프에게 2억32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약속했었는데, 그 기준은 오직 주가뿐이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뒤흔들렸을 때 GE는 그 목표치를 낮췄지만,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테슬라는 절대 이런 전례를 따라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문제에 있어선 ‘얼마냐’보다 ‘어떻게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테슬라의 보상안에 붙은 숫자들은 비현실적으로 거대하다. 그러나 현재 시가총액 1조5000억 달러 역시 비현실적으로 큰 것은 마찬가지다. RBC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향후 차량 판매로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는 현재 시가총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사실상 로봇과 소프트웨어의 영역이다. 테슬라의 자동차 사업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공상을 수익성 있는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라면 왕 대접을 해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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