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다카이치 트레이드’ 시작하다

2025-10-06

헤비메탈 드러머 다카이치의 당선 이후 첫 거래일인 월요일 니케이 주가는 5% 솟았다. 앞으로 일본 경제에 걸림돌은 없을까?


Leo Lewis in Tokyo

Oct 5 2025



보수 강경파 다카이치 사나에, ‘아베노믹스’ 부활 예고.

니케이 주가도 UP, 환율 변동성도 UP 예상


일본과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다카이치 트레이드(Takaichi trade)’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부양과 강경 민족주의(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되면서다.

지난 토요일 실시된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다카이치는 승리했고, 이달 말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공식 선출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돈 풀기)과 매파적 외교노선이 강화될 신호로 읽힌다.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부르는 다카이치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주식시장과, 3년 넘게 일본은행의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는 물가상승률, 그리고 미국과 체결한 불리한 무역협정을 함께 물려받게 된다. 이 협정은 일본의 주요 수출산업에 관세를 부과하고,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의무를 부과한다.

다카이치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이전에는 관세 재협상 의사를 시사한 적이 있었지만 토요일 승리 연설에서는 “관세 협정을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학시절 오토바이 전국일주도 했다고 함


정치: 기세는 좋지만, 소수의석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64세의 다카이치는 일본의 고대 수도인 나라(奈良)시 출신으로,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과 한신 타이거스 야구팀의 열성 팬이다. 그녀는 자신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빗대기도 했고, 생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열렬한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이번 경선의 라이벌이었던 고이즈미 신지로(44)는 온건한 개혁파였다. 

다카이치는 승리 직후 자민당 총재실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자민당이 첫 여성 총재를 맞았으니, 일본의 풍경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가 분열된 자민당을 다시 통합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민당은 지난 70년 중 거의 대부분 집권했지만,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 체제에서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의 과반을 잃었다. 더 넓게 보면, 산세이토·국민민주당(DPP) 등 신흥 포퓰리즘 정당에 보수층의 지지를 빼앗겨왔다. 따라서 다카이치는 이들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

정치분석가들은 “국민민주당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라는 큰 방향에서 다카이치와 공통점이 있다”며, “일부 감세 정책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카이치는 산세이토의 강경보수층을 다시 자민당으로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쿄 템플대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엔저, 이민 확대, 물가 상승 등 자민당의 지지율을 깎아먹은 바로 그 정책들이 모두 아베노믹스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는 실패한 현상유지 세력의 상징이며, 자민당은 이제 아베노믹스의 나쁜 유산을 짊어지게 됐다고도 분석했다.

일본 정치 분석가 토비어스 해리스(일본 포어사이트 대표)는 다카이치의 보수 강경 노선 때문에 자민당의 오랜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公明党)과의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될 경우 다카이치는 야당과의 일시적 연합을 통해 예산안과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의회 운영을 감수해야 한다.

해리스는 자민당이 “소수 의석만으로 정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다카이치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주가엔 호재, 엔화엔 악재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첫 ‘아이언 레이디’가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정권이 많은 불확실성을 동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식시장 트레이더들은 '아베노믹스'의 귀환이 엔화 약세, 주가 상승, 장기 국채금리(JGB)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번 주 도쿄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월요일 니케이 지수는 4.75% 상승 마감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브로커는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주가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재정 부양이 예상되는 만큼 국채와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카이치가 일본의 ‘리즈 트러스 사태’를 만들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당분간 시장은 꽤 불안정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리즈 트러스는 2022년 임명된 영국의 전 총리이며 다이이치와 비슷한 내용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들고나왔지만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며 재임 50일만에 물러난 바 있다)

다카이치는 2024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정책 노선을 다소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두고 “멍청한 짓”이라고 발언했던 전례를 볼 때, 10월 내에는 금리인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전략가는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이 국채 발행 확대로 이어진다면, 안전장치 없이 일본 국채 시장에 매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초장기물 발행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채권 발행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발행이 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


외교: 문밖에 나가면 다른 세상일지도

전문가들은 다카이치의 강한 민족주의 성향이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방비 증액 방침은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2013~2020년 아베 신조 총리 재임 시절에도 한일 관계와 일중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그가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중국 전역에서 반일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다카이치 역시 총리로서 신사를 참배할 뜻을 밝힌 바 있으나, 선거 기간 중엔 다소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도쿄 국제기독교대 스티븐 나기 교수는 “다카이치의 정치적 생명력과 일본의 외교적 위상은 과거 전쟁사 인식과 대중 강경노선의 완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만 방어 문제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어 일본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의 외교력은 곧 두 가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월 말 방일, 또 하나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이 두 행사에서 다카이치는 미국과 중국 정상을 모두 대면하게 된다.

나기 교수는 “다카이치에게는 정말 즉각적인 ‘불의 시험’이 될 것"이라며,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그녀가 실용주의자인지, 아니면 이념적 강경파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스쿠니 같은 상징 문제에서 유연하지 못하다면, 관계는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월요일 금융시장의 추가 코멘트

(월요일 니케이 4.75% 상승, 달러 대비 엔화가치 1.8% 하락)


다카이치 트레이드(Takaichi trade)’란 일본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 약한 엔화, 그리고 가파른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 확대)으로 향하고 있다는 데 거는 베팅입니다. 오늘 아침 시장에서는 바로 그 시나리오에 맞춰 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도쿄 금융시장의 한 브로커

“다카이치의 승리로 인해 일본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증권 Kiyong Seong

“자민당 내부의 정치적 세력 균형과 일본의 대미 관계를 고려할 때, 차기 총리가 제시한 리플레이션(reflation, 경기재부양) 정책들을 실제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미즈호증권 오모리 쇼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Publishing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다카이치가 방송에서 추천한 곡: 아이언 메이든(철의 여인) - Aces High



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