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9일로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한을 앞두고, 아시아 제조업 강국들이 초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 주요국 수출업체들의 대응은 어떨까?
Jun 29 2025
FT reporters
미국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수출업체들은 주문을 앞당기고, 가격을 낮추고, 새로운 고객을 찾는 등 분주히 대응에 나섰다. 동시에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예고한 일률적인 10% 관세는 이미 미국 수출에 의존해 성장과 고용, 외화를 유지해온 국가들에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더해 그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섬유, 전자,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직접 만나 혼란에 빠진 시장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한국: 관세 25%
삼성·中스마트폰 양쪽에 낀 동운아나텍… “이젠 미국 비중 줄일 때”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의 동운아나텍(Dongwoon Anatech)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플과 삼성에 대해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수출업체들 또한 높은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동운아나텍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손떨림 보정(OIS) 및 자동 초점(AF)용 칩을 생산하는 선도 기업이다. 김동철 대표는 “아직 삼성 측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면 그런 요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노동법이 매우 엄격해 인건비 절감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줄일 수 있는 비용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동운아나텍은 중국 내수 시장과 동남아·유럽 등 미국 의존도가 낮은 지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물론 중국에도 경쟁사가 있지만, 김 대표는 “우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고객 대응 측면에서 여전히 한발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압박은 삼성뿐 아니라 자동차 고객사에서도 불어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결국 해법은 미국 관세 영향을 덜 받는 시장, 고객사로 수출 비중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세 55%
“우리는 조급하지 않다”… 美 관세에도 끄떡없는 중국 LED 업체
중국 조명업체 차밍LED(Charming LED)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당선된 2016년, 미국 시장 수요가 워낙 커지자 로스앤젤레스에 판매 사무소를 열었다. 이 회사는 투광등, LED 스크린, 조명 제어장치 등을 수출하며 급성장 중이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은 LED 조명 공급망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LED 램프 수입 중 약 95%가 중국산이다. 차밍LED의 마케팅 책임자 왕청밍(Wang Chengming)은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합니다. 초조해할 이유가 저희에겐 없습니다.”
그는 또 “인도 같은 경쟁국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하고, 미국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국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 제품은 싸고 품질도 좋다. 굳이 다른 나라로 눈 돌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중 양국은 14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90일 간의 휴전에 합의했는데, 이 조치 덕분에 미국 바이어 일부는 다시 주문을 재개했다. 다만 이 초기 협상은 완전히 결실을 맺지 못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총 관세율을 55%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왕청밍에 따르면 차밍LED의 미국 고객들은 FOB(Free On Board, 본선 인도조건)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즉, 중국 항구에서 배에 실리는 순간부터는 물류비와 관세를 구매자가 모두 부담한다. 일부 고객들은 제품의 중국산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제3국을 경유시키는 방식(소위 ‘원산지 세탁’)을 택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는 물건이 항구에 도착하고 출항하는 것까지만 책임집니다. 그 이후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차밍LED는 현재 16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왕청밍은 앞으로 미국은 중국 제조업체들에 점점 덜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젠 유럽, 아시아, 중국 내수 시장이 더 중요합니다. 예전엔 미국이 핵심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대표하는 건 아니니까요.”

일본: 관세 25% (자동차)
“우리는 메뉴판을 준다”… 美·中·EU에 맞춰 움직이는 일본 부품사 NOK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 NOK는 전 세계 15개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관세와 공급망 혼란 속에서 고객에게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아예 ‘조달 옵션 메뉴판’을 제시하며 맞춤형 공급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는 경쟁사들은 일본,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서 수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미국 내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강조하고 있으며, 덕분에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사오 쓰루(Masao Tsuru) 최고경영자의 설명이다.
물론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규 부품에 대해 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급처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그럼에도 NOK는 글로벌 공장 네트워크와 다양한 고객 기반 덕분에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부품업체 중에서도 드물게 자국 완성차 업체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유럽, 미국, 중국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관련 품목엔 25%, 기타 품목엔 24%의 고율 관세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NOK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미래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중장비, 반도체 부품, 에너지 분야로의 다각화와 함께, 중국 전기차(EV)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쓰루 대표는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공급업체들을 인수해 자사 미국 공급망에 통합하거나, 자동차 외 사업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베트남: 관세 46%
“미국 시장은 품질 인증서일 뿐”… 베트남 커피 수출업체의 생존 전략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 재배한 유기농 원두와 분쇄 커피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던 부엉 탄 콩 홀딩(Vuong Thanh Cong Holding)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트남산 수출품에 46% 관세를 전격 부과한 날, 마침 미국행 선적이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고객의 주문 취소를 우려한 회사는 큰 폭의 할인에 나섰고, 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의 일환으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으로 생산거점을 옮겨왔다. 하지만 베트남은 커피, 고무, 쌀 등 원자재 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커피는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며, 부엉탄콩의 수출량 중 거의 절반이 미국으로 향한다.
응우옌 반 히엡(Nguyen Van Hiep) 최고경영자는 앞으로도 미국 바이어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할인과 손실 감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에 ‘품질 인증’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이 시장 진입 자체를 발판 삼아 다른 국가들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물론 손실이 영구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히엡 대표는 “향후 미국에서 민주당이나 다른 정권이 들어선다면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6%의 관세가 유지된다면, 회사의 월간 이익은 약 15% 감소하게 된다. 히엡 대표는 결국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미국 시장은 앞으로도 중요한 시장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파키스탄: 관세 29%
“나이키 양말의 40%”… 파키스탄 수출 대기업도 관세 쇼크
나이키 로고가 찍힌 양말 한 켤레를 구입하면, 그 중 상당수는 파키스탄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 최대 섬유 수출업체 중 하나인 인터루프(Interloop)는 매년 약 2억2천만 달러어치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며, 나이키 양말의 약 40%,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의 자체 브랜드 의류도 비슷한 비중으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10%의 일괄 관세 조치 이후, 인터루프는 타깃 측에 제품 단가를 낮춰줘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판매 제품에 대해 최대 29%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루프의 최고경영자 무사닥 줄카르낸(Musadaq Zulqarnain)은 이를 “치명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충성도 높은 장기 고객들이 12~18개월 정도는 버텨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걱정스럽습니다.”
이 생산기지들이 파키스탄에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국과 어떤 협상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이슬라마바드 정부뿐 아니라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등 경쟁국들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만약 방글라데시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낮은 관세율을 확보한다면, 인터루프는 현지에서 중단했던 공장 운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과 스리랑카에도 공장을 두고 있는 인터루프는, 10% 관세만 적용되는 이집트 공장 설립을 앞당기는 중이다.
이와 동시에 인터루프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고 있지만,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줄카르낸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잠재적으로 더 높은 관세를 감당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보다 생산비가 낮다”고 우려했다.
그는 덧붙였다. “관세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다면 직원들을 두세 달 정도 쉬게 하는 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해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파이낸셜타임스와 라이센스 계약 하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번역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오호츠크에게 있습니다.
7월 9일로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한을 앞두고, 아시아 제조업 강국들이 초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 주요국 수출업체들의 대응은 어떨까?
Jun 29 2025
FT reporters
미국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수출업체들은 주문을 앞당기고, 가격을 낮추고, 새로운 고객을 찾는 등 분주히 대응에 나섰다. 동시에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예고한 일률적인 10% 관세는 이미 미국 수출에 의존해 성장과 고용, 외화를 유지해온 국가들에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더해 그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섬유, 전자,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직접 만나 혼란에 빠진 시장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한국: 관세 25%
삼성·中스마트폰 양쪽에 낀 동운아나텍… “이젠 미국 비중 줄일 때”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의 동운아나텍(Dongwoon Anatech)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플과 삼성에 대해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수출업체들 또한 높은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동운아나텍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손떨림 보정(OIS) 및 자동 초점(AF)용 칩을 생산하는 선도 기업이다. 김동철 대표는 “아직 삼성 측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면 그런 요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노동법이 매우 엄격해 인건비 절감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줄일 수 있는 비용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동운아나텍은 중국 내수 시장과 동남아·유럽 등 미국 의존도가 낮은 지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물론 중국에도 경쟁사가 있지만, 김 대표는 “우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고객 대응 측면에서 여전히 한발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압박은 삼성뿐 아니라 자동차 고객사에서도 불어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결국 해법은 미국 관세 영향을 덜 받는 시장, 고객사로 수출 비중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세 55%
“우리는 조급하지 않다”… 美 관세에도 끄떡없는 중국 LED 업체
중국 조명업체 차밍LED(Charming LED)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당선된 2016년, 미국 시장 수요가 워낙 커지자 로스앤젤레스에 판매 사무소를 열었다. 이 회사는 투광등, LED 스크린, 조명 제어장치 등을 수출하며 급성장 중이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은 LED 조명 공급망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LED 램프 수입 중 약 95%가 중국산이다. 차밍LED의 마케팅 책임자 왕청밍(Wang Chengming)은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합니다. 초조해할 이유가 저희에겐 없습니다.”
그는 또 “인도 같은 경쟁국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하고, 미국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국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 제품은 싸고 품질도 좋다. 굳이 다른 나라로 눈 돌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중 양국은 14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90일 간의 휴전에 합의했는데, 이 조치 덕분에 미국 바이어 일부는 다시 주문을 재개했다. 다만 이 초기 협상은 완전히 결실을 맺지 못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총 관세율을 55%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왕청밍에 따르면 차밍LED의 미국 고객들은 FOB(Free On Board, 본선 인도조건)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즉, 중국 항구에서 배에 실리는 순간부터는 물류비와 관세를 구매자가 모두 부담한다. 일부 고객들은 제품의 중국산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제3국을 경유시키는 방식(소위 ‘원산지 세탁’)을 택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는 물건이 항구에 도착하고 출항하는 것까지만 책임집니다. 그 이후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차밍LED는 현재 16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왕청밍은 앞으로 미국은 중국 제조업체들에 점점 덜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젠 유럽, 아시아, 중국 내수 시장이 더 중요합니다. 예전엔 미국이 핵심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대표하는 건 아니니까요.”
일본: 관세 25% (자동차)
“우리는 메뉴판을 준다”… 美·中·EU에 맞춰 움직이는 일본 부품사 NOK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 NOK는 전 세계 15개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관세와 공급망 혼란 속에서 고객에게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아예 ‘조달 옵션 메뉴판’을 제시하며 맞춤형 공급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는 경쟁사들은 일본,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서 수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미국 내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강조하고 있으며, 덕분에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사오 쓰루(Masao Tsuru) 최고경영자의 설명이다.
물론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규 부품에 대해 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급처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그럼에도 NOK는 글로벌 공장 네트워크와 다양한 고객 기반 덕분에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부품업체 중에서도 드물게 자국 완성차 업체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유럽, 미국, 중국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관련 품목엔 25%, 기타 품목엔 24%의 고율 관세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NOK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미래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중장비, 반도체 부품, 에너지 분야로의 다각화와 함께, 중국 전기차(EV)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쓰루 대표는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공급업체들을 인수해 자사 미국 공급망에 통합하거나, 자동차 외 사업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베트남: 관세 46%
“미국 시장은 품질 인증서일 뿐”… 베트남 커피 수출업체의 생존 전략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 재배한 유기농 원두와 분쇄 커피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던 부엉 탄 콩 홀딩(Vuong Thanh Cong Holding)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트남산 수출품에 46% 관세를 전격 부과한 날, 마침 미국행 선적이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고객의 주문 취소를 우려한 회사는 큰 폭의 할인에 나섰고, 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의 일환으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으로 생산거점을 옮겨왔다. 하지만 베트남은 커피, 고무, 쌀 등 원자재 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커피는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며, 부엉탄콩의 수출량 중 거의 절반이 미국으로 향한다.
응우옌 반 히엡(Nguyen Van Hiep) 최고경영자는 앞으로도 미국 바이어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할인과 손실 감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에 ‘품질 인증’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이 시장 진입 자체를 발판 삼아 다른 국가들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물론 손실이 영구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히엡 대표는 “향후 미국에서 민주당이나 다른 정권이 들어선다면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6%의 관세가 유지된다면, 회사의 월간 이익은 약 15% 감소하게 된다. 히엡 대표는 결국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미국 시장은 앞으로도 중요한 시장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파키스탄: 관세 29%
“나이키 양말의 40%”… 파키스탄 수출 대기업도 관세 쇼크
나이키 로고가 찍힌 양말 한 켤레를 구입하면, 그 중 상당수는 파키스탄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 최대 섬유 수출업체 중 하나인 인터루프(Interloop)는 매년 약 2억2천만 달러어치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며, 나이키 양말의 약 40%,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의 자체 브랜드 의류도 비슷한 비중으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10%의 일괄 관세 조치 이후, 인터루프는 타깃 측에 제품 단가를 낮춰줘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판매 제품에 대해 최대 29%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루프의 최고경영자 무사닥 줄카르낸(Musadaq Zulqarnain)은 이를 “치명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충성도 높은 장기 고객들이 12~18개월 정도는 버텨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걱정스럽습니다.”
이 생산기지들이 파키스탄에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국과 어떤 협상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이슬라마바드 정부뿐 아니라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등 경쟁국들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만약 방글라데시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낮은 관세율을 확보한다면, 인터루프는 현지에서 중단했던 공장 운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과 스리랑카에도 공장을 두고 있는 인터루프는, 10% 관세만 적용되는 이집트 공장 설립을 앞당기는 중이다.
이와 동시에 인터루프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고 있지만,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줄카르낸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잠재적으로 더 높은 관세를 감당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보다 생산비가 낮다”고 우려했다.
그는 덧붙였다. “관세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다면 직원들을 두세 달 정도 쉬게 하는 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해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파이낸셜타임스와 라이센스 계약 하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번역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오호츠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