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공짜다!" 조란 맘다니는 트럼프의 젊은 버전인가?

2025-06-27


33세 인도계 무슬림 정치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미국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미국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퀸즈 출신, 사회주의자, 그리고 틱톡의 정치 스타. 그의 이름 앞에는 지금까지 미국 정치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줄줄이 붙고 있습니다.


경선 승리를 자축하는 맘다니 


맘다니 후보는 노동운동과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자칭 사회주의자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명문 리버럴 칼리지(소수만 입학하는 사립대학)를 졸업하고 문화·예술계 명사들과 교류해온 엘리트 계층이기도 합니다. 대학 때 전공도 너무나 엘리트스러운 '아프리카학' 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뉴욕 컬럼비아대 문화인류학 교수이고 어머니는 유명 영화 제작자입니다.


금수저라고 해서 약자를 위한 사회운동을 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그의 세계관입니다. 그는 2020년 뉴욕 주 의회 의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1000여 명을 죽이고 200여 명을 납치했는데 바로 다음 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런 이력들 때문에 그는 ‘반이스라엘 진영의 대표 주자’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이는 무슬림 인구가 100만에 달하며 여러 대학을 중심으로 반 이스라엘, 친 팔레스타인 정서가 강한 뉴욕 시의 환경에서 그에게 정치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운동가로서의 입장과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으로서의 입장이 같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지명 소식에 뉴욕 토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100% 공산당 정신병자”, “뉴욕과 민주당이 갈 데까지 갔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투와 달리 속으로는 반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트럼프는 고향 뉴욕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 항상 부아가 나 있습니다. '뉴욕 사람들아, 맘다니와 함께 한 번 망해봐라...' 이런 심정도 약간 보입니다.


흥미로운 분석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대표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최근 칼럼에서 맘다니와 트럼프가 닮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야말로 맘다니 같은 사람이 정치판에 등장하게 한 롤모델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정치 성향이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등장 방식과 미디어 전략, 그리고 감성적 슬로건 중심의 정치 스타일이라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트럼프와 맘다니는 아래와 같은 점에서 비슷합니다.

  • 금수저.
  • 정당 내 기득권을 격파하겠다며 나타난 정치 신인.
  • 양복 잘 입음.
  • 연예인처럼 말이 많고 미디어 감각이 뛰어남.
  • 트럼프는 트위터의 왕자 / 맘다니는 틱톡의 왕자.
  • 상세한 공약을 설계하기보다는 감성적 슬로건을 던짐.
  • 트럼프 "Make America Great Again!" / 맘다니 "Make New York Affordable Again!"
  • 트럼프 "드릴, 베이비, 드릴!" / 맘다니 "버스는 공짜다!"


물론 차이점도 뚜렷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나이, 그리고 경력입니다. 트럼프는 노인이 되어서야 정치판에 등장했고 맘다니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또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고 맘다니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경력이 일천한만큼 약점 잡힐 건수도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WSJ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뉴요커답게 시니컬한 말투로 칼럼을 끝맺습니다. 이 신문이 뉴욕 금융가 부자들을 대표하는 매체이다보니 아무래도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될까봐 걱정이 되나 봅니다.


뉴욕은 과연 그를 견딜 수 있을까?

우리는 늘 말합니다. *"우린 뭐든 다 견뎌냈다"*고요.

이 칼럼에서는 오래전부터 애덤 스미스의 말을 인용하곤 했습니다.

*"위대한 나라가 몰락하기까지는 참 많은 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하지만 지난 5년을 겪고 나니, 이런 의문이 듭니다.

뉴욕은 이제 그 '몰락의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닐까?

우리 뉴요커들은 참 특이한 사람들입니다.

늘 이리저리 찔러보며, 그 한계가 어디쯤인지 시험해보려 하니까요.


현재 맘다니에 맞설 후보는 현 뉴욕 시장인 에릭 애덤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너무 인기가 없어서 후보를 아예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은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서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그는 흑인이고 노동계층 출신임을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지율이 너무 낮아 현재로서는 맘다니에 대적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맘다니에 대해 너무 비판만 한 것 같아 응원의 한 마디 덧붙입니다. 


'버스 공짜' '집세 동결'이라는 그의 공약이 미국에서는 급진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유럽이나 한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이 정도 공약을 가지고 우리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도시 전체에서 버스가 공짜인 곳도 여럿 있습니다. 한국도 시골 지역에 공짜 버스들이 다닙니다. 또 수도권에서는 65세 이상 노약자들에게 무료 탑승 혜택이 주어집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시민들에게 아묻따 현금을 퍼주자는 정치인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맘다니의 버스 공짜 공약은 좌파라고 하기엔 너무 귀여워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민생지원금 50만원 씩은 뿌려야 좌파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대중교통은 저소득층에게 있어 필수 공공재이므로 가격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적습니다. 즉 공짜로 해준다고 해서 안 타도 될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 왜곡이 적게 일어납니다. 특히 뉴욕시의 시내버스 경우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운행 속도가 느립니다. 블럭마다 정차하느라 도심 지역에서는 버스 운행 속도나 걸어가는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배차 간격도 깁니다. 그래서 노약자와 장애인, 은퇴자,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맘다니의 '버스 공짜' 공약이 복지정책으로서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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