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과 모사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이란 침투 성공 비결

2025-06-20

이스라엘은 전투기 200대를 보내 이란 영공을 날아다니며 폭격했다. 그러는 동안 전투기는 0대, 정찰용 드론은 딱 한 대만 잃었다. 그 비결은 바로 스파이 활동.


Mehul Srivastava in London, Neri Zilber in Tel Aviv and John Paul Rathbone in Istanbul

Jun 19 2025


작년, 유럽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통신업계 임원 한 사람은 텔아비브에 있는 오랜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값싼 안드로이드폰처럼 보이면서, 소셜미디어 트래픽처럼 보이게 해서 암호화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줄 수 있겠니?"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의 헬스 스타트업에 근무 중이던 예비군 한 명도 연락을 받았다. 연락처는 이스라엘군의 소규모 부서인 '유닛 9900'이었다. 유닛 9900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단서를 찾는 일을 한다. 그는 군복무 당시 개발했던 알고리즘을 조금만 수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특정 서버가 위성 사진 속의 유류 트럭을 분석해, 일반 휘발유 트럭과 미사일 연료를 실은 트럭을 구분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자신들의 작업이 지난주 이란 공습의 첫 일격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이 공습은 깊이와 정밀도 양면에서 이란을 충격에 빠뜨렸다. 10명이 넘는 보안 수장과 핵과학자들이 거의 동시에 암살됐다. 방공망 전체가 요격 한 번 못하고 파괴됐다. 다수의 미사일 발사 기지도 식별된 뒤 제거됐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이 어떻게 이 같은 작전을 병행하며 성공시켰는지는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작전은 군 정보기관 아만(Aman)과 해외 첩보기관 모사드(Mossad)의 협업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일부 단서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 기사에서 얘기하는 내용 일부는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을 당황하게 하려고 일부러 유출한 것이며, 일부는 익명을 조건으로 파이낸셜타임스와 접촉한 작전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Israel's spy agency Mossad claims it was able to attack Iran from ...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전은 수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공작이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이 동원됐다. 상업용 위성, 휴대폰 해킹, 현지에서 모집된 잠복 요원, 드론을 조립하는 비밀 창고, 일상 차량에 장착된 소형 무기 시스템까지 총망라됐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군사 작전 시작 첫 몇 시간 안에 제거할 수 있도록, 표적을 빽빽하게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를 “이스라엘식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미국의 다른 이는 “대담함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한 전직 관리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수백만 달러와 수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년간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어요. 휴민트, 오픈소스 정보, 자금 등 모든 걸 투자했죠. 그러다 보면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공습 직전,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 아만은 이른바 ‘중심축’이 될 목표 지점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타격 우선순위로는 무력 거점과 핵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아만은 수천 개의 정보원을 교차 검토했고, 올해 3월쯤부터는 실제 표적 데이터베이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 표적들이 어떻게 추적됐는지에 대한 힌트도 있다. 지난해 10월, 군의 기술팀은 하산 나스랄라의 동선을 추적한 방법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그는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로, 이스라엘은 며칠 전 그를 암살했다. 군의 첨단 시스템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었고, 하루에 한 번 그의 위치를 거의 확실하게 파악해냈다.

사실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습은 아직 궁극적인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목표는 이슬람 공화국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것이다. 추가 목표는 이란 정권을 붕괴 직전까지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 이뤄진 작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꾸준히 갱신해온 방대한 목표물 리스트의 규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공습의 첫 타격은 다음 네 가지 종류의 표적에 집중됐고 공습 개시 몇 분 안에 모두 실행됐다.


  1. 이란군 고위 인사들
  2. 전략적 요충지 주변의 방공망 
  3. 핵시설 2곳
  4.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 이란 서부의 미사일 발사 기지


이런 목표 설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기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번 초기 공격은 캠페인의 시작일 뿐이에요. 우리는 아직 끝내지 않았습니다.” 전직 고위 정보 장교 미리 아이신은 이렇게 말했다. “15명의 인물을 동시에 겨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의 의사결정자들을 제거하면, 그들의 대응이 지연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어요.”

이스라엘의 성공은 이란 안보 당국 내에 일정 수준의 공황 상태를 불러일으켰다. 모사드는 과거에도 이란을 여러 차례 당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그래서 이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부 외곽에 있는 모사드 본부를 반복적으로 탄도미사일로 노려왔다.

이번 주, 이란 혁명수비대 전직 고위 지휘관은 시민들에게 “옥상 위를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반정부 세력이 돈을 받고 마이크로 드론을 주요 도시에 밀반입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장 아흐마드 레자 라단은 “이스라엘을 위해 일한 첩자들은 자수하면 이슬람적 관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의 파르스통신은 최근 경고를 내보냈다. 휴대전화가 단순한 감시 도구를 넘어서 암살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경파 국회의원 하미드 라사이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이것입니다. 지휘관, 고위 관료, 핵 과학자들, 그 가족들이 쓰는 휴대폰까지 모두 치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란 내 작전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는 이런 조치가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앞서 언급된 통신업계 임원은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이란에서 실제로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동시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라고 자랑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 방공망의 잔여 요소를 사냥 중이다. 거의 완전한 공중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허르메스 900 정찰 드론 한 대를 이란 미사일에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외에 군사 장비의 손실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이스라엘 공군은 현재 이란 전역 어디든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비해 이란의 이스라엘 내 정보작전은 초라하다. 이란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몇몇 이스라엘 시민이 체포되고 기소되긴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란 해커들이 모사드 국장 데이비드 바르네아의 가족 중 한 명의 휴대전화에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 해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란의 방첩 당국은 이란 시민 몇 명이 이스라엘 스파이라며 체포했고 그 중 한 명을 처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포된 이스라엘 시민은 단 한 명도 알려진 바 없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 현지에서 협력자들을 대규모로 모집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현 정권에 반대하는 이란 국민이거나, 무의식중에 혹은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포섭된 사람들일 수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이란 핵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대담한 암살 작전을 여러 차례 수행해왔다. 2020년의 한 암살은 트럭에 설치된 원격조종 기관총으로 실행됐고, 작전 후 해당 장비는 자폭했다.

모사드는 이란의 핵개발 아카이브에서 수천 건의 문서를 밀반출해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생방송에서 공개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에는 마수드 페제쉬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한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를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암살했다.

모사드는 이번 작전을 더욱 신비화시켰다. 기관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 내부에서 작전 중인 요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영상에는 이들이 드론과 유도 미사일을 발사해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정보 작전 측면에서 보면, 이 전체 캠페인은 현대전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입니다. 완전한 정보 지배와 침투, 우리가 기억하는 최근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전직 미국 국방부 관료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쪽이 적의 비상계획과 지도부 동선을 이렇게 철저히 파악한 전쟁을 본 적이 없습니다.” 또 케임브리지 중동·북아프리카 포럼(Cambridge MENA Forum)의 선임 연구원이며 과거 이스라엘 총리실에서 근무한 가디 이샤야후는 이렇게 말했다. “에디슨의 말처럼, 이건 99퍼센트의 땀과 1퍼센트의 영감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이스라엘은 작년 헤즈볼라를 상대로도 비슷한 기습 작전을 벌여 성공을 거뒀고, 이번 이란과의 본격 충돌 초반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국경 침투 공격을 예측하거나 막지 못했던 실패 사례와는 뚜렷이 대조된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명백히 과소평가했었다.

전직 정보 장교 미리 아이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최근 작전은, 지휘 체계가 명확하고 자원이 충분할 때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군이 어떤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란의 이슬람 정권에 대한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전체 안보 커뮤니티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전체 안보·정보 인프라의 역량을 이 목표에 집중해 정보를 찾아내고, 그에 따라 행동에 나선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성공이 자만심을 불러올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참고>


🟦 아만(Aman)

정식 명칭: 아마눈트 하메이다 하치바이 (이스라엘 군 정보국)
소속: 이스라엘 방위군(IDF)
설립: 1950년대 초
주요 역할:

  • 군사 관련 정보 수집 및 분석

  • 위성·통신 감청, 전자전(EW), 사이버 정보작전 수행

  • 전장 정보 제공 및 타격 목표 식별

  • 하위 조직으로 유명한 **유닛 8200 (Signals Intelligence, 사이버 및 감청 부대)**와 유닛 9900 (지리·영상·위성 정보 분석 부대) 등이 있음

특징:

  • 철저히 군 내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스라엘의 전쟁계획 수립에 직접 관여

  • 국내외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 작전 지원을 제공


🟨 모사드 (Mossad)

정식 명칭: 모사드 레모디인 우레타피킴 메유하딤 (특수 임무 및 정보 수집 기관)
소속: 총리실 직속
설립: 1949년
주요 역할:

  • 해외 첩보 활동 및 간첩망 운영

  • 암살, 납치, 사이버 작전 등 비정규·비공식 임무

  • 이란 핵과학자 암살, 히즈볼라·하마스 지도부 타격 등 주로 해외 작전 수행

  • 이스라엘 시민 보호와 유대인 이민 촉진 활동 등도 포함됨

특징:

  • 미국 CIA나 영국 MI6에 해당하는 해외 공작 전문 기관

  • 이란·레바논·시리아 등 적대국 내부에 깊숙한 침투 역량 보유


아만은 군사정보와 작전 지원을 담당하는 군 부속 정보기관, 모사드는 해외에서의 첩보·암살·비밀공작을 맡는 대외 첩보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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