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간 목요일 낮, 한국시간으로는 목요일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가 크게 한 판 붙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스크가 트위터 상에서 트럼프에게 계속 싸움을 걸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트럼프가 앱스테인 (성매매) 파일에 포함되어있다'라고 폭로 비스무리한 얘기까지 했고(사실확인은 안 됨), 트럼프는 머스크에게 '화성에 가지 말고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면박을 주었다는 가짜뉴스까지 돌았습니다.
한 때 절친으로 여겨진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전개
트럼프 당선 이후 DOGE 일을 열심히 한 약 4개월 동안 일론 머스크는 거의 백악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xAI 등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체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됐습니다. 주주들과 이사회들이 우려를 보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대주주 회장님이라 하더라도 이사회가 반대하면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를 대신할 CEO를 찾을 헤드헌팅 업체까지 고용했다는 말이 들리자, 뜨끔한 머스크는 DOGE를 떠나고 기업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해피하게 헤어지는 줄 알았던 머스크의 백악관 탈출은 조금 묘한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우선 머스크가 밀어줬던 인물이 NASA 국장 직에 임명됐다가 철회된 것입니다. 트럼프 측에서는 이 인물이 과거 민주당에 여러 번 기부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충성도에 의구심을 표했다 합니다.
5월 28일.
머스크가 백악관을 떠났습니다.트럼프와 마지막 인사를 자리에 나온 그의 눈에 누런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본인은 '어린 아들과 장난치다가 맞았다'라고 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 설이 있었지만 백악관 내 누군가 다툰 게 아니냐는 설명이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또 우울증 약(케타민)을 과다 복용해서 다쳤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6월 1일.
머스크가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법안을 '재앙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BBB (Big, beautiful bill)이라 불리는 감세 법안을 상하원 의회에서 통과시키려 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트럼프가 요즘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인데 이걸 공격했으니, 트럼프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6월 3일.
머스크는 X(트위터)에서 BBB 법안을 "역겨운 괴물"이라고 또 비난했습니다. 마치 트럼프 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BBB는 뭐가 문제일까요? 2017년 트럼프 1기 때 만들었던 부자감세 조항들이 있습니다. 원래 2025년에 만료되게 되어있었는데, BBB에서는 이것을 무기한 연장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아래의 3가지가 쟁점입니다.
(1) 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
(2) 상속세 면제 한도를 549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올림. (즉 1120만 달러 이하는 자식에게 물려줘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음)
(3) 연방 소득세 공제액을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림. (소득 상위 20%에 혜택 집중)
미국 의회 예산처는 트럼프의 뜻대로 감세 혜택을 연장한다면 세수가 줄어들어 향후 10년 간 미국의 국가 부채가 2.4조 달러 늘어날 거라고 추정합니다.
6월 5일 운명의 날.
둘이서 너무 많은 비난을 주고 받아서, 유튜브 영상을 먼저 겁니다.
머스크의 주장:
트럼프는 내 덕에 이겼는데 고마운 줄도 모른다.
트럼프는 무모하게 재정적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 예산을 아끼겠다던 사람은 어디 갔나?
트럼프는 미성년자 성매매에 연루되어 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아닌 제 3당이 필요하다. (즉석 설문조사 실시. 450만명 참여. 80%가 찬성.)
트럼프가 날 열 받게 했으니 NASA에 스페이스X의 드래곤 유인우주선을 제공하지 않겠다.
트럼프를 탄핵시키고 JD밴스가 대통령 대신하게 하자.
트럼프의 주장:
난 저런 사람 많이 겪어봤다. 백악관에 있다가 쫓겨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앙심을 품게 된다.
일론이 우울증 약 케타민을 많이 먹어서 늘 high한 상태다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한다니까 갑자기 그가 미쳤다.
일론이 나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 없다. BBB는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법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이 올라올 때마다 뚝뚝 떨어져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몇몇 사람들이 둘에게 화해를 권했고, 머스크가 이에 대해 약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테슬라 주가도 간밤에 많이 회복됐습니다. 물론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져봅니다. 답은 모두 편집자의 뇌피셜입니다.
Q. 머스크는 왜 트럼프에게 급발진한 걸까요? 트럼프가 무슨 법안을 내든 말든 이제 자연인인 머스크가 상관할 일은 아닌데?
트럼프 말마따나 케타민 같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정신이 혼란한 상황일 수도 있고, 백악관을 떠날 때 누군가에게 눈탱이를 맞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좀 조울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십 개의 트윗을 날리는 동안 주변에서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혼자 어디 짱박혀서 트윗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트라우마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머스크는 친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학대하다가 버리고 떠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머스크는 트럼프를 마치 새아버지처럼 생각했고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백악관에서 쫓겨나며 또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는가 싶어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트럼프는 머스크의 반대에도 왜 BBB 법안을 강행하는 걸까요? 미국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요?
일단 트럼프가 보기에 이것은 정치인들의 일이지, 일개 기업인인 머스크가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트럼프는 본인의 친구들을 위한 감세 법안을 꼭 추진하고 싶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부자 친구들은 머스크나 저커버그 같은 조만장자가 아니라, 플로리다 멤버십 컨트리클럽에서 골프나 치고 개인 요트나 타는 고만고만한 부자들(재산 100억~1000억) 부자들입니다.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트럼프 친구들에게는 상속세와 소득세가 큰 이슈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때 도움을 줬던 이런 친구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할 겁니다.
트럼프는 진심으로 이 법안이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조만장자들은 상속세나 소득세 조금 깎아준다 해도 소비를 늘리지 않습니다만 고만고만한 부자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엔 이 정도 재산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 부자들이 정말정말 많습니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세수가 들어올 수 있다고 트럼프는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건 그 누구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gut feeling의 영역입니다.
설령 BBB 법안의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아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세수가 늘지 않아 미국 재정이 파탄이 난다고 해도, 트럼프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는 현재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Truth Social 회사를 앞세워 가상화폐 사업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하는 세상이 오면 지금까지 고만고만한 부자였던 트럼프 패밀리는 조만장자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인 것이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 경쟁력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달러 패권을 놓게 되더라도 그게 장기적으로 미국이란 나라의 산업 경쟁력에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트럼프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Q. 둘 사이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테슬라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장 6월 12일로 예정된 로보택시 런칭의 규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고봐야 알겠지만, 가뜩이나 민주당 지지자들도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데 이제 MAGA 지지자들까지 구매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머스크는 자동차 판매에선 관심을 접고 자율주행과 로봇에 올인하고 있어서 상관 안 할 겁니다.
머스크가 기괴한 행동을 하는 게 처음도 아니고, 설령 약물 복용 때문이라 할지라도 미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게 그의 스타일인만큼 이렇게 정치에서 확실하게 손을 떼는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로 보나 스타일로 보나, 트럼프와 머스크는 원래 잘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었습니다. 덮어두었을 뿐이지 원래부터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트럼프는 이민자를 싫어하지만 머스크는 좋아합니다. 본인부터 이민자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싫어하지만 머스크는 중국을 좋아합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좋아하지만 머스크는 관세를 싫어합니다.
어차피 언젠간 헤어질 두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권력자와 세계 최고의 부자가 서로 경계하는 관계가 되는 건 전 인류에게 바람직한 일입니다. 미래에 또 있을 수 있는 정경유착에 대한 경고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의 싸움을 웃으며 지켜본 사람이 있습니다. 머스크의 아이 엄마 중 하나인 애슐리 생클레어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트럼프에 한 마디 남겼습니다. 그는 머스크와 아이 양육권을 두고 오래 다퉈왔습니다.
어젯밤엔 난 네가 미워졌어~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
미국시간 목요일 낮, 한국시간으로는 목요일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가 크게 한 판 붙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스크가 트위터 상에서 트럼프에게 계속 싸움을 걸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트럼프가 앱스테인 (성매매) 파일에 포함되어있다'라고 폭로 비스무리한 얘기까지 했고(사실확인은 안 됨), 트럼프는
머스크에게 '화성에 가지 말고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면박을 주었다는 가짜뉴스까지 돌았습니다.한 때 절친으로 여겨진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전개
트럼프 당선 이후 DOGE 일을 열심히 한 약 4개월 동안 일론 머스크는 거의 백악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xAI 등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체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됐습니다. 주주들과 이사회들이 우려를 보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대주주 회장님이라 하더라도 이사회가 반대하면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를 대신할 CEO를 찾을 헤드헌팅 업체까지 고용했다는 말이 들리자, 뜨끔한 머스크는 DOGE를 떠나고 기업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해피하게 헤어지는 줄 알았던 머스크의 백악관 탈출은 조금 묘한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우선 머스크가 밀어줬던 인물이 NASA 국장 직에 임명됐다가 철회된 것입니다. 트럼프 측에서는 이 인물이 과거 민주당에 여러 번 기부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충성도에 의구심을 표했다 합니다.
5월 28일.
머스크가 백악관을 떠났습니다.트럼프와 마지막 인사를 자리에 나온 그의 눈에 누런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본인은 '어린 아들과 장난치다가 맞았다'라고 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 설이 있었지만 백악관 내 누군가 다툰 게 아니냐는 설명이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또 우울증 약(케타민)을 과다 복용해서 다쳤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6월 1일.
머스크가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법안을 '재앙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BBB (Big, beautiful bill)이라 불리는 감세 법안을 상하원 의회에서 통과시키려 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트럼프가 요즘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인데 이걸 공격했으니, 트럼프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6월 3일.
머스크는 X(트위터)에서 BBB 법안을 "역겨운 괴물"이라고 또 비난했습니다. 마치 트럼프 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BBB는 뭐가 문제일까요? 2017년 트럼프 1기 때 만들었던 부자감세 조항들이 있습니다. 원래 2025년에 만료되게 되어있었는데, BBB에서는 이것을 무기한 연장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아래의 3가지가 쟁점입니다.
(1) 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
(2) 상속세 면제 한도를 549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올림. (즉 1120만 달러 이하는 자식에게 물려줘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음)
(3) 연방 소득세 공제액을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림. (소득 상위 20%에 혜택 집중)
미국 의회 예산처는 트럼프의 뜻대로 감세 혜택을 연장한다면 세수가 줄어들어 향후 10년 간 미국의 국가 부채가 2.4조 달러 늘어날 거라고 추정합니다.
6월 5일 운명의 날.
둘이서 너무 많은 비난을 주고 받아서, 유튜브 영상을 먼저 겁니다.
머스크의 주장:
트럼프의 주장: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이 올라올 때마다 뚝뚝 떨어져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몇몇 사람들이 둘에게 화해를 권했고, 머스크가 이에 대해 약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테슬라 주가도 간밤에 많이 회복됐습니다. 물론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져봅니다. 답은 모두 편집자의 뇌피셜입니다.
Q. 머스크는 왜 트럼프에게 급발진한 걸까요? 트럼프가 무슨 법안을 내든 말든 이제 자연인인 머스크가 상관할 일은 아닌데?
Q. 트럼프는 머스크의 반대에도 왜 BBB 법안을 강행하는 걸까요? 미국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요?
Q. 둘 사이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의 싸움을 웃으며 지켜본 사람이 있습니다. 머스크의 아이 엄마 중 하나인 애슐리 생클레어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트럼프에 한 마디 남겼습니다. 그는 머스크와 아이 양육권을 두고 오래 다퉈왔습니다.
"헤이 트럼프, 헤어지는 법에 대해 조언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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