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있어서 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세 가지 가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
Robert Armstrong
May 14 2025

배우 폴 뉴먼, 1958년. 알라미 사진.
나는 늙었고, 그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나는 50대 중반이 좋다. 젊었을 때 나를 괴롭혔던 불안감은 매일 희미해진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에 장점은 거의 없지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게 더 쉬워진다.
그러나 낡아가는 내 옷들을 보면 내 마음은 복잡해진다. 오해 마시길. 낡은 옷은 멋져 보일 수 있다. 사실 최고의 옷은 최고의 건물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티나*가 생겨 새것에선 바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내 옷장을 둘러보면 내가 입는 옷 대부분이 최소 10년은 되었고, 훨씬 더 오래된 경우도 많다. 최근에 추가된 건 대부분 중고로 샀다. 나는 왜 새 물건 구입을 멈췄을까?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깨달았다. 내 아이들이다. 쌍둥이가 어렸을 때는 내 옷 사는데 썼던 돈을, 이제는 아이들의 옷이나 교육 혹은 다른 끝없는 십 대의 필요 충족에 쓴다. 깨달으니 화가 치민다. 나는 초라한 부모의 삶으로 조용히 사라지지 않겠다. 나는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새 옷을 사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대부분의 가처분 소득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관세가 유지된다면 모든 게 더 비싸질 것이다. 내 옷장을 업데이트하려면 가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옷에 있어서 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세 가지 가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기준: 가치 있는 물건은 수리할 가치가 있다. 데님의 가치가 큰 이유다. 수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종 수선했을 때 더 좋아 보인다. 신발도 좋은 예다. 고급 운동화는 가죽 신발처럼 밑창을 갈 수 없으니까 본질적으로 가치가 낮다. 요는 이거다. 어떤 물건을 사려 할 때 생각해보시길. 이 물건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고치기 위해 돈을 쓰겠는가, 아니면 버리겠는가?
둘째 기준: 아무리 매력적인 물건이라도, 활용도가 낮으면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니까. 청바지가 그래서 1승 추가다. 특히 블랙 진, 어디서나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 튼튼한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는 포멀하거나 캐주얼할 수 있고, 직장이나 주말에도 어울리며, 잘 닦아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 중간 두께 정도의 베이지색 램스울 터틀넥 스웨터는 어떤가? 이 옷과 어울리지 않는 걸 생각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가장 활용도가 높고 따라서 가장 가치 있는 색상은 검정색, 회색, 갈색, 파란색이다.

램스울 스웨터. 바버샵의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니트. 20만8000원.
물론 마지막 기준은 그런 물건을 살 여유다. 그렇다. 나는 앤더슨 & 셰퍼드의 맞춤 스포츠 재킷***을 갖고 싶다. 그렇다. 그 옷은 세심한 수선을 통해 무한히 새로 태어날 것이다. 그렇다. 내가 입는 거의 모든 옷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엄청나게 자주 입을 테니) 사용횟수 당 비용으로 따지면 내가 가진 대부분의 물건보다 아마 더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나는 6000달러가 없다. 있다 해도 재킷에 그 돈을 쓸 순 없다. 어떤 중산층 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는가?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다.
가치(가성비)가 큰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한다. 레드 윙 목(Red Wing Moc) 부츠는 멋있어 보일 뿐 아니라 걸을 때도 일할 때도 기능적이고, 밑창을 교체할 수 있고, 가격은 약 300달러다. 사바(Sabah)는 터키식 신발과 슬리퍼를 혼합한 형태다. 색상 선택은 거의 무한하고, 약 200달러부터 시작한다. 정말 잘 어울리는 재킷. 두꺼운 플란넬 바지, 샴브레이와 마드라스 셔츠도 가치가 높다.
가치가 낮은 아이템도 있냐고? 이렇게 쓰면 곤란해질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캐시미어, 심지어 메리노 니트웨어는 가격만큼의 가치가 없다. 너무 섬세하고, 기대만큼 예쁘게 닳지 않으며, 형태는 흐트러지고, 세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실제로 램스울보다 활용도가 낮다. 비슷한 이야기는 최고급 직물로 만든 정장에도 해당된다. "수퍼 180수"는 엄청 비싸고 엄청 섬세해서, 일반적인 상황에서 입기는 엄청 어렵다.
나는 좋은 턱시도 역시 가치가 낮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충분히 괜찮은 턱시도를 구할 수 있다. 신발, 셔츠, 타이에 약간 더 투자하고 멋진 스터드****를 몇 개 추가하면 턱시도 자체는 아무도 못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턱시도를 얼마나 자주 입길래?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옷을 입고 대단한 밤을 보내는 짜릿한 기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치 평가에도 한계는 있다.
번역/편집: 박찬용
*파티나: 직역하면 청동의 녹청. 일반적으로는 구리 제품을 손으로 매만질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더께를 말한다. 청동이나 구리를 넘어 비유적으로 오래된 물건에 쌓이는 자연스러운 사용감과 광채 전반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브로그: 남자 구두의 한 장르. ‘브로그’는 남자 구두에 가죽을 덧대고 각 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어 장식한 개념이다. 영화 <킹스맨 1>의 콜린 퍼스가 말하는 “옥스포드, 브로그 말고(Oxfords not brogues)”에서의 ‘브로그’가 그 브로그다. 옥스포드는 ‘브로그 말고’인 만큼 여러 겹의 가죽을 겹쳐 만들되 구멍 장식이 없다.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에 대한 기자의 정의는 적확하지만 한국에서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를 신으면 상대적으로 꽤 튀어 보인다. 2020년대 한국 사람들은 대도시 화이트칼라 직장인도 일상 생활에서 구두를 잘 신지 않기 때문이다.
*** 앤더슨 & 셰퍼드의 맞춤 스포츠 재킷: 앤더슨 & 셰퍼드는 1906년 창업한 런던의 고급 양복 브랜드. 영국 왕실 인증 ‘로얄 워런트’를 받았다. 전통적인 영국 신사복 개념의 스포츠 재킷은 요즘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다. 트위드 재킷 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스터드: 턱시도 셔츠의 단추 구멍에 끼우는 쇠 단추. 전통적인 드레스 셔츠에는 소매 단추가 없고 구멍만 두 개 있어서 ‘커프스 링크’라는 쇠 단추를 끼운다. 스터드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 문단은 턱시도를 입고 파티를 할 일이 있는 영국/유럽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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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있어서 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세 가지 가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
Robert Armstrong
May 14 2025
배우 폴 뉴먼, 1958년. 알라미 사진.
나는 늙었고, 그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나는 50대 중반이 좋다. 젊었을 때 나를 괴롭혔던 불안감은 매일 희미해진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에 장점은 거의 없지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게 더 쉬워진다.
그러나 낡아가는 내 옷들을 보면 내 마음은 복잡해진다. 오해 마시길. 낡은 옷은 멋져 보일 수 있다. 사실 최고의 옷은 최고의 건물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티나*가 생겨 새것에선 바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내 옷장을 둘러보면 내가 입는 옷 대부분이 최소 10년은 되었고, 훨씬 더 오래된 경우도 많다. 최근에 추가된 건 대부분 중고로 샀다. 나는 왜 새 물건 구입을 멈췄을까?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깨달았다. 내 아이들이다. 쌍둥이가 어렸을 때는 내 옷 사는데 썼던 돈을, 이제는 아이들의 옷이나 교육 혹은 다른 끝없는 십 대의 필요 충족에 쓴다. 깨달으니 화가 치민다. 나는 초라한 부모의 삶으로 조용히 사라지지 않겠다. 나는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새 옷을 사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대부분의 가처분 소득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관세가 유지된다면 모든 게 더 비싸질 것이다. 내 옷장을 업데이트하려면 가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옷에 있어서 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세 가지 가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기준: 가치 있는 물건은 수리할 가치가 있다. 데님의 가치가 큰 이유다. 수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종 수선했을 때 더 좋아 보인다. 신발도 좋은 예다. 고급 운동화는 가죽 신발처럼 밑창을 갈 수 없으니까 본질적으로 가치가 낮다. 요는 이거다. 어떤 물건을 사려 할 때 생각해보시길. 이 물건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고치기 위해 돈을 쓰겠는가, 아니면 버리겠는가?
둘째 기준: 아무리 매력적인 물건이라도, 활용도가 낮으면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니까. 청바지가 그래서 1승 추가다. 특히 블랙 진, 어디서나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 튼튼한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는 포멀하거나 캐주얼할 수 있고, 직장이나 주말에도 어울리며, 잘 닦아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 중간 두께 정도의 베이지색 램스울 터틀넥 스웨터는 어떤가? 이 옷과 어울리지 않는 걸 생각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가장 활용도가 높고 따라서 가장 가치 있는 색상은 검정색, 회색, 갈색, 파란색이다.
램스울 스웨터. 바버샵의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니트. 20만8000원.
물론 마지막 기준은 그런 물건을 살 여유다. 그렇다. 나는 앤더슨 & 셰퍼드의 맞춤 스포츠 재킷***을 갖고 싶다. 그렇다. 그 옷은 세심한 수선을 통해 무한히 새로 태어날 것이다. 그렇다. 내가 입는 거의 모든 옷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엄청나게 자주 입을 테니) 사용횟수 당 비용으로 따지면 내가 가진 대부분의 물건보다 아마 더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나는 6000달러가 없다. 있다 해도 재킷에 그 돈을 쓸 순 없다. 어떤 중산층 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는가?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다.
가치(가성비)가 큰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한다. 레드 윙 목(Red Wing Moc) 부츠는 멋있어 보일 뿐 아니라 걸을 때도 일할 때도 기능적이고, 밑창을 교체할 수 있고, 가격은 약 300달러다. 사바(Sabah)는 터키식 신발과 슬리퍼를 혼합한 형태다. 색상 선택은 거의 무한하고, 약 200달러부터 시작한다. 정말 잘 어울리는 재킷. 두꺼운 플란넬 바지, 샴브레이와 마드라스 셔츠도 가치가 높다.
가치가 낮은 아이템도 있냐고? 이렇게 쓰면 곤란해질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캐시미어, 심지어 메리노 니트웨어는 가격만큼의 가치가 없다. 너무 섬세하고, 기대만큼 예쁘게 닳지 않으며, 형태는 흐트러지고, 세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실제로 램스울보다 활용도가 낮다. 비슷한 이야기는 최고급 직물로 만든 정장에도 해당된다. "수퍼 180수"는 엄청 비싸고 엄청 섬세해서, 일반적인 상황에서 입기는 엄청 어렵다.
나는 좋은 턱시도 역시 가치가 낮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충분히 괜찮은 턱시도를 구할 수 있다. 신발, 셔츠, 타이에 약간 더 투자하고 멋진 스터드****를 몇 개 추가하면 턱시도 자체는 아무도 못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턱시도를 얼마나 자주 입길래?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옷을 입고 대단한 밤을 보내는 짜릿한 기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치 평가에도 한계는 있다.
번역/편집: 박찬용
*파티나: 직역하면 청동의 녹청. 일반적으로는 구리 제품을 손으로 매만질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더께를 말한다. 청동이나 구리를 넘어 비유적으로 오래된 물건에 쌓이는 자연스러운 사용감과 광채 전반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브로그: 남자 구두의 한 장르. ‘브로그’는 남자 구두에 가죽을 덧대고 각 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어 장식한 개념이다. 영화 <킹스맨 1>의 콜린 퍼스가 말하는 “옥스포드, 브로그 말고(Oxfords not brogues)”에서의 ‘브로그’가 그 브로그다. 옥스포드는 ‘브로그 말고’인 만큼 여러 겹의 가죽을 겹쳐 만들되 구멍 장식이 없다.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에 대한 기자의 정의는 적확하지만 한국에서 진갈색 잉글리시 브로그를 신으면 상대적으로 꽤 튀어 보인다. 2020년대 한국 사람들은 대도시 화이트칼라 직장인도 일상 생활에서 구두를 잘 신지 않기 때문이다.
*** 앤더슨 & 셰퍼드의 맞춤 스포츠 재킷: 앤더슨 & 셰퍼드는 1906년 창업한 런던의 고급 양복 브랜드. 영국 왕실 인증 ‘로얄 워런트’를 받았다. 전통적인 영국 신사복 개념의 스포츠 재킷은 요즘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다. 트위드 재킷 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스터드: 턱시도 셔츠의 단추 구멍에 끼우는 쇠 단추. 전통적인 드레스 셔츠에는 소매 단추가 없고 구멍만 두 개 있어서 ‘커프스 링크’라는 쇠 단추를 끼운다. 스터드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 문단은 턱시도를 입고 파티를 할 일이 있는 영국/유럽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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