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말을 한다 해도, 사람들이 그걸 들어줄까?

2025-05-22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어워드가 신설됐다. 이 상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꿀지도 모른다.



Anjana Ahuja

22 May, 2025


'닥터 두리틀'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면, 레슬리 브리커스가 작곡하고 렉스 해리슨이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동물들과 말할 수 있다면 무슨 뜻일까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침팬지에게 침팬지어로 말을 걸고, 호랑이와 대화하고 치타와 잡담하는 모습.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되겠죠.”


이 영화의 콘셉트에 맞게, 이제 종(種) 간 의사소통이라는 난제를 풀려는 과학상이 탄생했다. 상금도 크다. 지난주에 열린 첫 시상에서 10만 달러가 미국 연구팀에 돌아갔다. 이 팀은 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를 연구한다.


궁극적으로는 1000만 달러의 지분 투자(혹은 50만 달러의 현금)가 기다린다. 다른 종의 언어를 해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동물로부터 실제 응답까지 끌어내는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 된다.


‘콜러 두리틀 챌린지’ 상은 투자자 제러미 콜러가 설립한 자선재단이 자금을 대고 있다. 콜러는 비건이자 동물 애호가이다. 그는 현재 우리의 식품 시스템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대회는 20세기에 제정돼 인공지능 발전의 이정표가 된 ‘튜링 테스트’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과 대화하는 듯 보이는 기계를 만들도록 장려한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 진화의 마중물이 되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기계가 인간을 속이고 심지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다른 생물 종과 대화하는 능력 역시 이렇게 불편한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동물을 속여 의사소통에 응하게 만드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정당할까?


만약 우리가 동물의 수다를 해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지식은 동물을 애완용이나 노동력으로, 혹은 식재료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게 될까? 결국 이 상은 순수 과학을 넘어 도덕적 도전을 제시한다. 우리는 다른 종과 어떤 관계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번 1차 시상식에 우승한 돌고래 연구는 매사추세츠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라일라 사이그와 피터 타이액이 이끌었다. 이들은 플로리다에서 병코돌고래 무리가 내는 소리를 수십 년간 기록했다. 그 결과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사용되는 뚜렷이 구분되는 휘파람 약 20가지를 찾아냈다.


그들은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세 팀과 경쟁했다. 독일 팀은 밤꾀꼬리의 휘파람을 분석해 다시 들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연구진은 새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프랑스 팀은 갑오징어가 팔 동작으로 서로에게 몸짓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마모셋원숭이가 서로를 특정 소리로 부르며 이름을 갖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과학 심사위원단은 텔아비브대 박쥐 전문가 요시 요벨 교수가 이끌었다.


철학자 조너선 버치는 심사위원이자 LSE 제러미 콜러 동물 감각 센터 소장이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반려동물과 주고받는 의사소통이나, 농부가 양치기견과 나누는 몸짓 소통을 넘어서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번엔 정말 다른 종과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요.”


버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개와 나누는 소통은 신호와 행동 반응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동물들간에 서로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알려주지 못합니다. 이 상은 우리가 그 방식을 완전히 이해해서, 결국 그들의 대화에 직접 끼어들 수 있을 만큼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어요.”


그는 가장 큰 난관으로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 후보 연구팀들은 데이터를 모으는 데 기발한 방법을 선보였다. 대회 규정 상 연구자가 동물의 대화에 불편하게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버치는 또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대상이 나올 때까지 매년 최고 성과에 10만 달러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버치는 어느 종이 언제 처음으로 비밀을 털어놓을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상 규정은 “동물이 인간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의사소통할 때” 우승자를 발표한다고 명시했다.


연구진이 속임수를 쓰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속임수는 논란을 부를 것이 확실하다. 버치는 이러한 도덕적 논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된 우려는, 예컨대 농장 노동자를 AI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동물 의사소통 기술이 오용될 가능성이다.


나는 현실판 ‘두리틀리즘’이 등장하면 우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박쥐가 시인으로 변신하고, 원숭이가 마키아벨리처럼 술수를 부리며, 앵무새가 철학자처럼 깊은 말을 던진다면 우리는 탄성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토록 다채로운 동물들의 휘파람 소리, 지저귐, 괴성, 몸짓들이 고작 생존을 위한 빈약한 본능이었음이 밝혀질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엔 실망이 뒤따를 것이다.


이 상을 만든 콜러는 자신의 투자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길 바다. 그러나 깜짝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와도 동물 복지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현실은 여전하다.


최근 두족류(오징어)의 감각과 지능을 밝힌 연구가 발표됐다. 그럼에도 두족류를 대량 양식하려는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다. 언젠가 우리는 동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말을 실제로 귀 기울여 들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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