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도심의 호프가르텐 공원을 지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 날씨는 눈부시고 맑았다. 뮌헨은 독일 바이에른 주의 수도인데 때때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불릴 정도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사람들이 호프가르텐의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이보다 더 잘 반영한 풍경도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명인 토르스텐 라일을 인터뷰한다는 것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전쟁에 대해 고민하며 보낸다. 독일이 또다시 전쟁으로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군사력을 재건해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국방 기술 회사 헬싱(Helsing)의 모토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인공지능"이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에 HX-2 타격 드론 6000대를 제공할 예정이다.
헬싱은 최근 독일 남부에 첫 번째 ‘레질리언스 팩토리’를 개소했다. 이 공장은 매달 1000대 이상의 인공지능 기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초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공장을 열 계획이다.
라일이 이번 인터뷰 장소로 택한 곳은 뮌헨의 주거 지역에 위치한 소박한 이탈리아 식당 ‘트라토리아 자이츠’다. 안으로 들어서니 쇼핑과 비즈니스에 관한 다국어 대화가 오가는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붉은 차양 아래 창가에 놓인 좁은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라일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앞으로 10년간 유럽의 운명을 좌우할 세 가지 상호 연결된 요인(지정학, 인공지능, 경제)에 대해 생각했다. 라일은 이 세 원이 겹치는 벤 다이어그램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이다.
내 앞에 앉은 라일은 전형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의 복장을 하고 있다. 운동화, 청바지,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지퍼가 달린 스웨터 차림이다. 검은 수염에는 회색이 섞여 있다.
라일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공격적인 민족주의가 마침내 유럽을 깨어나게 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비관적인 게 이성적입니다. 나쁜 일들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억지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음식이 나온다. 라일은 토마토와 양파가 들어간 단순한 샐러드를 주문했고, 나는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간 미네스트로네 수프를 선택했다. 나는 부주의하게 냅킨 한 귀퉁이를 수프에 담그고, 셔츠에 묻히고 만다. 그 순간, 재빠른 웨이터가 얼룩진 냅킨을 가져가고 조용히 새 냅킨을 건네준다.
올해 51세인 토르스텐 라일의 인생은 여러 번 급격한 방향 전환을 겪었다. 나는 먼저 그가 어떻게 지금 하는 일(전투 드론 생산)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는 완벽한 영어로 답한다.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중요한 관심사는 19세 때 고향인 독일 북부의 올덴부르크 시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막사에서 생물학 책을 읽으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과 『이기적 유전자』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책 날개에서 도킨스가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순진하게도 옥스퍼드에 지원했죠. 고등학교 때 생물학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그 책들에서 알게 된 것들이 전부였거든요”라고 회상한다.
놀랍게도 옥스퍼드에 합격했고, 그곳에서 “정말 놀라운” 학부과정 3년을 보냈다. 도킨스에게 직접 수업을 듣지는 못했고, 처음에는 외국어(영어)로 감수분열과 유사분열 같은 주제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진화 생물학 쪽이 좋았고, 동물을 해부하는 일에는 그렇게 큰 애정을 느끼지 못했어요.” 생물학적 시스템의 복잡성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시작하긴 했지만 끝내지는 못했다. 한때 꿈꿨던 기타리스트의 길도 미뤄두었다.
연구의 일환으로, 라일은 아타리 ST 컴퓨터를 구입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도킨스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생물학적 진화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재현하는 진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이 기술을 통해 그는 두 발 또는 네 발로 걷는 디지털 생물을 생성해낼 수 있었다. “꽤 잘 작동했어요. 이게 제 박사과정 연구의 핵심이었고, 나중에 제가 창업한 내추럴모션(NaturalMotion) 사의 기반이 되었죠.”
2001년 내추럴모션을 창업하고 보니, 라일은 자신이 개발한 3D 시뮬레이션 기술이 인터랙티브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이 기술을 게임용으로 쓰면 게이머들이 마치 현실처럼 애니메이션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순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당시 게임 플랫폼의 성능이 그런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너무 순진한 열정이 제 인생에서 반복되는 주제이지요.” 그는 농담처럼 말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 애니메이션 기술은 영화의 특수효과를 만들 때 딱 적절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전투 장면 등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의 기술이 쓰였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 등의 고성능 게임 콘솔이 출시되면서 게임에서도 내추럴모션의 시뮬레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라일은 여러 게임 회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그의 애니메이션 기술은 『레드 데드 리뎀션』, 『스타워즈』, 『그랜드 테프트 오토』 시리즈와 같은 게임들에 적용됐다.
게다가 아이폰 출시와 함께 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내추럴모션은 자체적으로 게임 개발에 나섰고 그때 만든 게임이 'CSR Racing'이다. “제가 아는 한, 이 게임은 여전히 역대 최대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회사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 게임회사 징가의 관심을 끌었다. 2014년 징가는 내추럴모션을 5억2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40세였던 라일은 단숨에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3년 더 회사에 남아 두 기업의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힘을 보탰다. “저는 게임이 성공하길 정말 바랐고, 회사 합병이 제대로 되고, 모두가 만족하길 원했어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떠나면서 라일은 큰 성취감과 동시에 심한 탈진감을 느꼈다고 한다. 오랫동안 바쁘게 지내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자기 집 부엌에 있는 가전제품들의 석회질 제거를 하며 처음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충분히 재충전을 한 뒤, 그는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유럽 전역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저는 유럽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유럽의 아이디어를 믿어요. 우리는 공통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창업자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만약 과거의 자신에게 더 많은 경험이 있었다면 내추럴모션을 훨씬 더 잘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그의 생각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밀도 높은 창업자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로에게서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연쇄 창업자들도 많다.
실리콘밸리에 비추어보니 자신이 창업했을 때에도 채용과 성과 관리에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어야 했으며 회사의 ‘사람’ 문제를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삼았어야 했다고 그는 말한다. 내추럴모션은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너무 많은 인력을 채용했다. “팀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성과가 낮은 직원들과 어떻게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조직에 맞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이죠. 내추럴모션을 나름 잘 경영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우연에 기대는 운영이었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제가 얼마나 많은 걸 잘못했는지 깨닫게 되어 참 겸손해집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지정학과 테크에 큰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 유럽의 안보 상황이 점점 더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이 유럽에서 멀어졌고 유럽 자체적인 재무장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두 번째로, 그는 유럽의 방위산업이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었다. 방위산업체들과 정치인들은 여전히 탱크, 전투기, 전함 같은 하드웨어 제작에 집착하고 있었으며, 기술이 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팔란티어와 같은 국방 기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매우 심각한 취약점이라고 느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일은 2021년 독일 국방부 관료 출신이자 맥킨지 파트너였던 귄트베르트 셰르프, 그리고 AI 연구자이자 기업가인 니클라스 쾰러와 손을 잡고 국방기술 스타트업 헬싱을 뮌헨에서 창업했다. 이 회사의 초기 목표는, AI 기반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전장의 데이터를 종합·분석하고 군사적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국방 기업을 시작했지요.”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유럽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방위산업을 멀리했다. 당시 유행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는 사람을 죽이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스포티파이 공동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자신이 설립한 투자사 프리마 마테리아를 통해 헬싱에 1억 유로를 투자했다. 에크의 헬싱 투자는 당시 스포티파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스포티파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그런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특히 독일 내 여론이 급격히 변했다. 그때까지 3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온 헬싱에게 급속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들은 런던과 파리에 지사를 열었다. 라일은 특히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투자자들 역시 생각을 바꿨다. 헬싱은 지난해 약 50억 유로의 기업가치로 4억 5000만 유로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라일은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의 '군중 심리'를 비판한다. “처음엔 모두가 방위산업에 반대했죠. 그런데 지금은 다 찬성입니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국방 관련 스타트업들에게도 미숙한 자금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어요.” 그는 방산 분야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해줄 만큼의 금액을 지불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VC 투자자들이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라일도 트럼프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느끼며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계산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예측 불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펜타곤도 드론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캘리포니아의 국방 테크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가 14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15억 달러를 조달해 오하이오에 아스날-1이라는 거대한 드론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우리가 있는 식당은 이제 최대 수용 인원에 도달했고, 웅성거리는 소리 때문에 서로 대화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라일은 루꼴라가 얹어진 쇠고기 카르파초를 먹기 시작했고, 나는 살팀보카 알라 로마나(송아지 요리)에 도전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우리 대화의 주제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무미건조한 톤으로, 라일은 전장이 점점 더 "정밀 자율 기계(precise autonomous mass)"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치명적인 폭발물을 전달할 수 있는 인공지능 드론 무리 때문에 살과 피를 가진 병사들은 전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바다든 육지든 하늘이든 미래의 전쟁은 기계 대 기계의 전투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헬싱의 최신 HX-2 드론이 있었다면 202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향해 진격했던 러시아 탱크 부대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잠수 드론들도 중요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순찰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헬싱은 현재 개발 중인 AI 전투기 조종사가 시뮬레이션 공중전에서 인간 조종사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물자의 전투입니다"라고 라일은 말한다. "디스토피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인간을 전쟁터로 보내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한편 인권 운동가들은 킬러 로봇의 등장이 인간의 통제권을 빼앗고 승인 없이 표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런 종류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권위주의 정부들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권위주의는 양심의 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싱이라는 회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라일은 말한다. 이 회사는 사람의 생사가 달린 결정에 있어 "인간을 의사결정 체인 안에" 유지하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직원 윤리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드론 조종사들이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양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도전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몰입 상태에 빠지며, 의사결정에 기여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아마도 이 일이 너무 흥분되거나 너뮤 지루해져서 인공지능의 자동화된 추천을 그대로 수용하게 될 것이다.
라일은 또 헬싱 사가 자사의 기술을 민주주의 국가에만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물었다. 최근 독일 의회 선거에서 21퍼센트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오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다음 선거에서 1등을 해 집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헬싱은 이렇게 합법적으로 구성된 자국 정부에 드론 판매를 거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라일은 일단 AfD가 독일에서 권력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진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인정한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며 라일은 유럽에 대한 낙관적인 해석도 말해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국방 부문에 돈을 충분히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그 비판은 정당하다고 그는 본다. 또 그런 비판 때문에 마침내 유럽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한다. 유럽의 국가지도자들은 이제 기술적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AI, 반도체, 에너지, 핵융합과 같은 중요한 테크 산업에 대한 더 강력한 지원을 가져올 것이다. 헬싱 자체도 현재 유럽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과 협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의 국방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라일은 예상한다.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유럽은 엔지니어 인재 풀이 깊고 세계적 수준의 제조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라일은 유럽이 방위 기술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한때 게임과 영화에 들어가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의 커리어를 고려할 때, 나는 그가 왜 하필 무기 회사를 설립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헬싱의 사명을 믿기 때문이라며, 또 거기에 따르는 사업적 기회에서도 활력을 얻었다고 대답한다. "헬싱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가 딱 맞았던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라일은 살상용 군사 드론을 개발하는 데에 도덕적 고뇌도 따름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민주주의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확신한다. 로마의 옛 속담처럼,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Lunch with FT: 토르스텐 라일, 독일 국방 테크 기업 헬싱(Helsing) 창업자와의 점심 인터뷰
2025년 3월 21일
John Thornhill
뮌헨 도심의 호프가르텐 공원을 지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 날씨는 눈부시고 맑았다. 뮌헨은 독일 바이에른 주의 수도인데 때때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불릴 정도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사람들이 호프가르텐의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이보다 더 잘 반영한 풍경도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명인 토르스텐 라일을 인터뷰한다는 것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전쟁에 대해 고민하며 보낸다. 독일이 또다시 전쟁으로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군사력을 재건해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국방 기술 회사 헬싱(Helsing)의 모토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인공지능"이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에 HX-2 타격 드론 6000대를 제공할 예정이다.
헬싱은 최근 독일 남부에 첫 번째 ‘레질리언스 팩토리’를 개소했다. 이 공장은 매달 1000대 이상의 인공지능 기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초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공장을 열 계획이다.
라일이 이번 인터뷰 장소로 택한 곳은 뮌헨의 주거 지역에 위치한 소박한 이탈리아 식당 ‘트라토리아 자이츠’다. 안으로 들어서니 쇼핑과 비즈니스에 관한 다국어 대화가 오가는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붉은 차양 아래 창가에 놓인 좁은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라일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앞으로 10년간 유럽의 운명을 좌우할 세 가지 상호 연결된 요인(지정학, 인공지능, 경제)에 대해 생각했다. 라일은 이 세 원이 겹치는 벤 다이어그램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이다.
내 앞에 앉은 라일은 전형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의 복장을 하고 있다. 운동화, 청바지,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지퍼가 달린 스웨터 차림이다. 검은 수염에는 회색이 섞여 있다.
라일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공격적인 민족주의가 마침내 유럽을 깨어나게 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비관적인 게 이성적입니다. 나쁜 일들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억지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음식이 나온다. 라일은 토마토와 양파가 들어간 단순한 샐러드를 주문했고, 나는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간 미네스트로네 수프를 선택했다. 나는 부주의하게 냅킨 한 귀퉁이를 수프에 담그고, 셔츠에 묻히고 만다. 그 순간, 재빠른 웨이터가 얼룩진 냅킨을 가져가고 조용히 새 냅킨을 건네준다.
올해 51세인 토르스텐 라일의 인생은 여러 번 급격한 방향 전환을 겪었다. 나는 먼저 그가 어떻게 지금 하는 일(전투 드론 생산)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는 완벽한 영어로 답한다.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중요한 관심사는 19세 때 고향인 독일 북부의 올덴부르크 시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막사에서 생물학 책을 읽으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과 『이기적 유전자』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책 날개에서 도킨스가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순진하게도 옥스퍼드에 지원했죠. 고등학교 때 생물학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그 책들에서 알게 된 것들이 전부였거든요”라고 회상한다.
놀랍게도 옥스퍼드에 합격했고, 그곳에서 “정말 놀라운” 학부과정 3년을 보냈다. 도킨스에게 직접 수업을 듣지는 못했고, 처음에는 외국어(영어)로 감수분열과 유사분열 같은 주제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진화 생물학 쪽이 좋았고, 동물을 해부하는 일에는 그렇게 큰 애정을 느끼지 못했어요.” 생물학적 시스템의 복잡성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시작하긴 했지만 끝내지는 못했다. 한때 꿈꿨던 기타리스트의 길도 미뤄두었다.
연구의 일환으로, 라일은 아타리 ST 컴퓨터를 구입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도킨스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생물학적 진화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재현하는 진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이 기술을 통해 그는 두 발 또는 네 발로 걷는 디지털 생물을 생성해낼 수 있었다. “꽤 잘 작동했어요. 이게 제 박사과정 연구의 핵심이었고, 나중에 제가 창업한 내추럴모션(NaturalMotion) 사의 기반이 되었죠.”
2001년 내추럴모션을 창업하고 보니, 라일은 자신이 개발한 3D 시뮬레이션 기술이 인터랙티브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이 기술을 게임용으로 쓰면 게이머들이 마치 현실처럼 애니메이션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순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당시 게임 플랫폼의 성능이 그런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너무 순진한 열정이 제 인생에서 반복되는 주제이지요.” 그는 농담처럼 말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 애니메이션 기술은 영화의 특수효과를 만들 때 딱 적절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전투 장면 등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의 기술이 쓰였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 등의 고성능 게임 콘솔이 출시되면서 게임에서도 내추럴모션의 시뮬레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라일은 여러 게임 회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그의 애니메이션 기술은 『레드 데드 리뎀션』, 『스타워즈』, 『그랜드 테프트 오토』 시리즈와 같은 게임들에 적용됐다.
게다가 아이폰 출시와 함께 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내추럴모션은 자체적으로 게임 개발에 나섰고 그때 만든 게임이 'CSR Racing'이다. “제가 아는 한, 이 게임은 여전히 역대 최대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회사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 게임회사 징가의 관심을 끌었다. 2014년 징가는 내추럴모션을 5억2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40세였던 라일은 단숨에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3년 더 회사에 남아 두 기업의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힘을 보탰다. “저는 게임이 성공하길 정말 바랐고, 회사 합병이 제대로 되고, 모두가 만족하길 원했어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떠나면서 라일은 큰 성취감과 동시에 심한 탈진감을 느꼈다고 한다. 오랫동안 바쁘게 지내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자기 집 부엌에 있는 가전제품들의 석회질 제거를 하며 처음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충분히 재충전을 한 뒤, 그는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유럽 전역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저는 유럽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유럽의 아이디어를 믿어요. 우리는 공통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창업자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만약 과거의 자신에게 더 많은 경험이 있었다면 내추럴모션을 훨씬 더 잘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그의 생각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밀도 높은 창업자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로에게서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연쇄 창업자들도 많다.
실리콘밸리에 비추어보니 자신이 창업했을 때에도 채용과 성과 관리에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어야 했으며 회사의 ‘사람’ 문제를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삼았어야 했다고 그는 말한다. 내추럴모션은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너무 많은 인력을 채용했다. “팀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성과가 낮은 직원들과 어떻게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조직에 맞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이죠. 내추럴모션을 나름 잘 경영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우연에 기대는 운영이었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제가 얼마나 많은 걸 잘못했는지 깨닫게 되어 참 겸손해집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지정학과 테크에 큰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 유럽의 안보 상황이 점점 더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이 유럽에서 멀어졌고 유럽 자체적인 재무장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두 번째로, 그는 유럽의 방위산업이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었다. 방위산업체들과 정치인들은 여전히 탱크, 전투기, 전함 같은 하드웨어 제작에 집착하고 있었으며, 기술이 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팔란티어와 같은 국방 기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매우 심각한 취약점이라고 느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일은 2021년 독일 국방부 관료 출신이자 맥킨지 파트너였던 귄트베르트 셰르프, 그리고 AI 연구자이자 기업가인 니클라스 쾰러와 손을 잡고 국방기술 스타트업 헬싱을 뮌헨에서 창업했다. 이 회사의 초기 목표는, AI 기반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전장의 데이터를 종합·분석하고 군사적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국방 기업을 시작했지요.”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유럽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방위산업을 멀리했다. 당시 유행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는 사람을 죽이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스포티파이 공동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자신이 설립한 투자사 프리마 마테리아를 통해 헬싱에 1억 유로를 투자했다. 에크의 헬싱 투자는 당시 스포티파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스포티파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그런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특히 독일 내 여론이 급격히 변했다. 그때까지 3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온 헬싱에게 급속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들은 런던과 파리에 지사를 열었다. 라일은 특히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투자자들 역시 생각을 바꿨다. 헬싱은 지난해 약 50억 유로의 기업가치로 4억 5000만 유로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라일은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의 '군중 심리'를 비판한다. “처음엔 모두가 방위산업에 반대했죠. 그런데 지금은 다 찬성입니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국방 관련 스타트업들에게도 미숙한 자금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어요.” 그는 방산 분야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해줄 만큼의 금액을 지불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VC 투자자들이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라일도 트럼프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느끼며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계산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예측 불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펜타곤도 드론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캘리포니아의 국방 테크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가 14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15억 달러를 조달해 오하이오에 아스날-1이라는 거대한 드론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우리가 있는 식당은 이제 최대 수용 인원에 도달했고, 웅성거리는 소리 때문에 서로 대화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라일은 루꼴라가 얹어진 쇠고기 카르파초를 먹기 시작했고, 나는 살팀보카 알라 로마나(송아지 요리)에 도전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우리 대화의 주제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무미건조한 톤으로, 라일은 전장이 점점 더 "정밀 자율 기계(precise autonomous mass)"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치명적인 폭발물을 전달할 수 있는 인공지능 드론 무리 때문에 살과 피를 가진 병사들은 전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바다든 육지든 하늘이든 미래의 전쟁은 기계 대 기계의 전투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헬싱의 최신 HX-2 드론이 있었다면 202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향해 진격했던 러시아 탱크 부대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잠수 드론들도 중요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순찰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헬싱은 현재 개발 중인 AI 전투기 조종사가 시뮬레이션 공중전에서 인간 조종사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물자의 전투입니다"라고 라일은 말한다. "디스토피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인간을 전쟁터로 보내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한편 인권 운동가들은 킬러 로봇의 등장이 인간의 통제권을 빼앗고 승인 없이 표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런 종류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권위주의 정부들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권위주의는 양심의 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싱이라는 회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라일은 말한다. 이 회사는 사람의 생사가 달린 결정에 있어 "인간을 의사결정 체인 안에" 유지하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직원 윤리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드론 조종사들이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양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도전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몰입 상태에 빠지며, 의사결정에 기여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아마도 이 일이 너무 흥분되거나 너뮤 지루해져서 인공지능의 자동화된 추천을 그대로 수용하게 될 것이다.
라일은 또 헬싱 사가 자사의 기술을 민주주의 국가에만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물었다. 최근 독일 의회 선거에서 21퍼센트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오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다음 선거에서 1등을 해 집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헬싱은 이렇게 합법적으로 구성된 자국 정부에 드론 판매를 거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라일은 일단 AfD가 독일에서 권력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진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인정한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며 라일은 유럽에 대한 낙관적인 해석도 말해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국방 부문에 돈을 충분히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그 비판은 정당하다고 그는 본다. 또 그런 비판 때문에 마침내 유럽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한다. 유럽의 국가지도자들은 이제 기술적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AI, 반도체, 에너지, 핵융합과 같은 중요한 테크 산업에 대한 더 강력한 지원을 가져올 것이다. 헬싱 자체도 현재 유럽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과 협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의 국방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라일은 예상한다.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유럽은 엔지니어 인재 풀이 깊고 세계적 수준의 제조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라일은 유럽이 방위 기술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한때 게임과 영화에 들어가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의 커리어를 고려할 때, 나는 그가 왜 하필 무기 회사를 설립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헬싱의 사명을 믿기 때문이라며, 또 거기에 따르는 사업적 기회에서도 활력을 얻었다고 대답한다. "헬싱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가 딱 맞았던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라일은 살상용 군사 드론을 개발하는 데에 도덕적 고뇌도 따름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민주주의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확신한다. 로마의 옛 속담처럼,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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