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텀은 도망가고, 롱텀은 기다려라' - 골드만삭스 전 CEO의 관세 대책

2025-04-09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 CEO인 로이드 블랭크파인(Lloyd Blankfein)은 '너무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말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어제 미국의 독립언론 The Free Press와의 온라인 대담에 나와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개만 예로 들면,


  1. 주식시장: 단기 투자자라면 주식 팔고 도망가라. 그러나 장기 투자자라면 남아라.

  2. 미국사회: 3년 반 후 미국은 지금보다 더 좋은 나라가 되어있을 것이다.

  3. 정부예산 삭감: 트럼프는 일단 방 안에 수류탄을 까던져서 패닉을 일으킨 다음, 진짜 다급하게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만 구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런 방식으로 재정적자, 방위비, 무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상당히 놀라운 발언입니다. 블랭크파인이 민주당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2년간 골드만삭스 CEO를 지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뉴욕 출신인데다가 금융권 리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옳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담자들도 상당히 놀란 반응이었습니다.


어제 대담 영상은 The Free Press에 곧 올라올 예정입니다. 오호츠크 리포트는 대담 중 질의응답 부분을 일부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관심있으신 분은 더프리프레스에 회원가입 하시면 되겠습니다. 


(블랭크파인에 대한 소개 링크)




.... 앞부분 생략


Q: 미국은 이제 쇠퇴하는 걸까?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미국과 경쟁하게 될까?

미국의 파워는 2차대전 직후 정점이었고 이후로 내리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마샬플랜을 펼쳐서 그들이 미국을 따라잡도록 도와줬던 것이지, 따라잡힌 게 아니다. 전쟁에서 이긴 다음에 상대방의 부활을 도와주는 나라가 미국 말고 누가 있나? 그리고 지금처럼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대해 협박을 하고 협상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걸 말해준다.

지금부터 6개월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트럼프가 실제로 많은 목적을 달성했을 수도 있다. 경제뿐 아니라 국방이나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교 캠퍼스 내의 이념성이 잘못되었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고치지 못했는데 지금 그런 걸 망치로 때려 고치고 있지 않나. 이 나라 국민들의 좌우 이념 비율이 약 50:50인데 유독 대학교 교수들만 92% 진보성향이라니 그건 너무 편향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트럼프가 하는 일 중 상당수는 누군가가 했어야 하는 일이다. 다만 리스크가 큰 방식으로 진행할뿐이다.


Q: 설령 이런 식으로 모든 나라가 미국 앞에 굴복한다 해도, 그들이 앞으로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미국은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철수 등으로 세계를 실망시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늘상 있어왔다. 이런 일이 있어도 국가는 계속 작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을 것이고, 또 국제관계는 이념이 아니라 이익으로 움직인다. 트럼프가 3년 반 더 집권하면서 뭔가 문제를 만들더라도, 그 다음 미국 대통령은 "그건 트럼프가 한 짓이고 우리는 다르다"라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할 수 있다.


Q: 관세로 인해 금융시장이 혼란하다. 보통의 중산층 시민은 지금 뭘 해야 할까?

일반 투자자라면, 그러니까 곧 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주식시장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야를 가진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게 좋다. 미국 경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 미국은 가장 큰 경제이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였다. 여전히 그 핵심 경쟁력은 남아있다.

문제는 부의 불균형이다. 무역 덕분에 물가는 낮아졌고,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았지만, 그 대가로 중산층의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다. 미국 중산층이 베트남이나 멕시코 중산층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그런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건을 미국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 안보 측면의 이유도 있고, 사회 통합이라는 이유도 있다.


Q: 트럼프는 '미국의 자립', '강인함'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 미국이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내러티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트럼프의 내러티브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자였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 노동력과 재능을 이용해서 잘살았다...' 이런 불만 중심의 서사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미국처럼 엄청나게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나라가 할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솔직히 그렇게 억울한 처지는 아니다.

어느 정도는 관세가 사회적 불균형에 대한 해결책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 월마트에서 싸게 수입품을 살 수 있었다는 건 엘리트 계층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나 가구 산업 종사자들에겐 그게 곧 일자리 상실을 의미한다. 물론 기술의 발전도 일자리를 없앴다. 지금은 로봇이 차를 조립하는 시대다. 하지만 어쨌든 미국 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 기반은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진영의 무기 창고가 되려면 제조업이 있어야 한다.


Q: 그런데 백악관 안에서도 상충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관세가 그저 타국과의 협상 수단이라고 하고, 나바로 경제보좌관 같은 이는 관세 자체가 정책의 목적이라고 한다. 이 둘은 충돌하는 내용인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A: 관세가 진짜 협상용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에게 그걸 협상용이라 밝히면 안 된다. 내 생각에는 내부적으로는 협상 수단이지만, 바깥으로는 그런 의도를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트럼프가 누구 말을 듣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건 협상 전략이다" 쪽에 손을 든다.



대담 중인 TFP 편집장 바리 와이스(뉴욕타임스 출신). 퍼블리셔 데니스 버먼(월스트릿저널 출신). 오른쪽은 블랭크파인.



Q: 3년 반(트럼프 임기) 후, 트럼프의 관세 전략이 성공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주가는 떨어졌더라도 제조업이 커졌다면 그걸 성공으로 볼 수 있나?

일정 부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모든 나라와 양자 협정을 맺고, 국방비 부담도 줄이고, 기존 특권은 유지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역학 구조는 그대로인데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은 줄어들고 다른 나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누리는 강대국의 혜택은 그대로인채로 말이다.

사실 외국 화폐가 미국 달러에 대항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누가 위안화를 달러화 대안으로 쓰겠나. 중국은 명백한 독재국가이므로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러니 러시아나 중국이 덤비면 우리는 달러를 무기로 쓸 수 있다. 베트남이 지금 미국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을 봐라. 우리가 (베트남 전쟁 당시) 크리스마스날 하노이를 폭격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관세만 매겼으면 됐을텐데 (농담). 이런 것들이 미국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년 후, 혹은 3년 후에 뒤를 돌아보면 세계는 그대로인데 미국이 전 세계의 안정을 위해 부담하는 비용은 줄어들어있을 수 있다. 숫자로 봐도, 경제적으로 봐도 그렇다. 재정 적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때부터 정부의 채무를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매번 로비스트들에 막혀서 실패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 그는 일단 방 안에 수류탄을 던져넣는다. 수류탄이 꽝 하고 터져 모든 사람들이 콜록콜록 쓰러지게 만든 다음, 자기 혼자서 고글을 쓰고 방을 돌아다니며 연기 속에서 여기저기서 예산을 쳐내는 것이다.

만일 어떤 예산이 진짜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담당자는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 된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가 가서 그게 실제로 중요한 예산인지 살펴보고, 납득이 가면 다시 부활시켜주는 것이다. 반대자들은 이런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하겠지만 그 반대자들 본인들에게 기회가 있었을 때는 정부 예산을 전혀 줄이지 못했었다. 어쩌면 지금 이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방 안에 수류탄." 이것이 트럼프가 재정적자나 방위비나 무역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Q: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 않나. 어떤 놀라운 사건이 터져도 금융가는 금방 적응하는 것 같은데 일반인들에게는 그게 어렵다. 블랭크페인, 당신은 어떻게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나?

일종의 다윈주의(Darwinism)랄까? 우리에겐 그런 마인드가 있다. 우리(골드만삭스) 같은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늘 미래를 예측하지만, 미래를 누가 정확히 알겠나? 솔직히 말해 미래는커녕 현재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이유도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아닌가. 수조 달러를 투자하긴 했지만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같은 게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줄 누가 알았겠나.

물론 우리도 미래 예측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한다. 그런 예측에 따라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항상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바라본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미래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다만 '미래에 이런 일도 일어날 수가 있다'는 얘기가 듣고 싶다. 그런 시나리오들을 체크한 다음, 각각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대응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골드만삭스)가 미래를 예측한다거나 심지어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일들의 원인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떤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일뿐이다. 우리의 사고구조가 그런 식이다. 우리는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우리는 반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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