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가 동남아시아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겼다. 베트남에서 운동화 대부분을 생산해온 나이키의 고민이 시작됐다.
2025년 4월 6일
Gregory Meyer, A. Anantha Lakshmi, Florian Muller


뉴욕의 한 나이키 매장에 진열된 러닝화 ‘보메로 18’은 두툼한 밑창과 150달러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운동화의 혀 부분에는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는 라벨이 재봉되어 있다.
바로 그 마지막 문장이 나이키의 미래에 큰 암초로 떠올랐다. CEO 엘리엇 힐은 올해 ‘보메로 18’ 시리즈를 출시하며 타 브랜드로 넘어간 러너들을 다시 나이키로 끌어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은 전 세계 운동화 제조의 중심지이다. 그런데 이번 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에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는 러닝화를 제조할 수 있는 특수 설비도 없고, 그런 장비를 다룰 기술자들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운동화 수입 가격만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나이키는 1995년부터 베트남에서 위탁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다섯 개의 신발 공장에 외주 주문을 넣으며 시작했고, 이는 베트남의 초기 외국인 투자자로 꼽혔다. 나이키 같은 회사들 덕에 베트남은 수출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었다. 나이키는 이후 베트남에서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했다.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현재 나이키는 베트남에 신발, 의류, 장비를 제조하는 협력 공장을 130곳 두고 있다. 특히 나이키 신발의 절반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이에 비해 독일에 본사를 둔 경쟁사 아디다스는 자사 신발의 39퍼센트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미국 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트럼프가 새로 부과한 46퍼센트의 관세는 기존에 직물 운동화에 부과되고 있었던 20퍼센트의 관세 위에 추가로 얹혀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운동화의 원산지
(2022년 자료, 단위는 십억 달러)
물론 제조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일은 가능하지만, 그에 따르는 협력업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는 보통 2년이 걸린다고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공급망 연구 책임자 크리스 로저스는 말했다. 그래서 기업에서 이런 결정은 보통 5년 단위로 계획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애덤 코크레인은 베트남의 대안으로 멕시코, 브라질, 터키, 이집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지 공급업체와의 주문 계약이 장기로 체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공장 이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트럼프는 거의 모든 교역국에 최소 10퍼센트의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했다. 주요 신발 생산국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는 그보다도 3배 이상 높은 관세가 매겨졌다.
“지구를 떠나지 않고 값싼 시장을 찾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해요.” 컨설팅 회사 칸타의 유통 부문 수석부사장 데이비드 마콧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키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요일 증권시장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밝혔다. “지정학적 역학, 새로운 관세, 세금 규제, 변동성 있는 환율 등으로 운영 환경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에 타격 받는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의 생산시설 현황.
위에서부터 각 사가 (1) 관세 40% 이상 (2) 25~39% (3) 20% 미만 적용되는 지역 (4)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운영하는 공장의 수
나이키는 지난해 매출 부진을 겪었다. ‘On’과 ‘호카’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빼앗아간 탓이었다. 그래서 엘리엇 힐이 새로운 CEO로 선임됐다. 그는 나이키 인턴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평생 나이키에서만 일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지난 주 나이키 주가는 거의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증가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뿐입니다.” 투자사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딜런 카든은 이렇게 말했다. “공급업체에게 공급가를 깎으라고 하거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올리거나, 아니면 그냥 손실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죠.”
코크레인의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에 생산 기반을 둔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와 푸마가 이번 관세 이후에도 총이익률을 유지하려면 미국 내 가격을 약 20퍼센트 인상해야 한다. 다만 시장 점유율과 영업 이익에 가해질 타격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회사는 미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나이키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다.
메츨러 은행의 애널리스트 펠릭스 덴를은 아디다스가 “라이프스타일과 퍼포먼스(스포츠) 부문 모두에서 전반적인 브랜드 탄력이 좋아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디다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푸마는 비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훨씬 어려운 처지다. 프리미엄 신발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려는 시도가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푸마는 지난 목요일 CEO 아르네 프로인트를 교체했다. 푸마 측은 “우리는 다국적 생산 전략을 쓰고 있으며, 장기 협력업체들도 상당수가 여러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덴를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스포츠용품 제조사들이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단종될 수도 있다.

각 업체의 지역별 매출 변화.
나이키는 매출의 2/5 이상이 북미에서 나오는 반면, 푸마와 아디다스는 유럽 판매량이 더 높다.
트럼프의 지난 첫 임기 때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 들어가자 많은 회사들이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은 새로운 제조업 투자처로 급부상했었다. 나이키와 같은 신발 브랜드들은 베트남 현지 기업들에게만 주문을 주는 게 아니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며 나이키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제조시설이 베트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1235억 달러로 불어났다.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미국 백악관은 이 무역수지 차이를 토대로 각국의 ‘상호주의 관세’ 비율을 계산했다.
코크레인 애널리스트는 나이키 같은 운동화 브랜드들이 “주문 물량을 줄이고, 제품을 유럽, 중동, 중국 등으로 더 많이 우회 수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발의 99퍼센트가 수입된다. 카든은 이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구하려고 외국인에게 웃돈을 주던 옛 소련 사람들처럼 될 수도 있죠. 이제 미국은 철의 장막 뒤에 갇혔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 FT

© The Financial Times Limited 2025. All Rights Reserved. Not to be redistributed, copied or modified in any way. Okhotsk is solely responsible for providing this translation and the Financial Times Limited does not accept any liability for the accuracy or quality of the translation.
파이낸셜타임스와 라이센스 계약 하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번역에 대한 책임은 오호츠크리포트에게 있습니다.
사진: 나이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동남아시아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겼다. 베트남에서 운동화 대부분을 생산해온 나이키의 고민이 시작됐다.
2025년 4월 6일
Gregory Meyer, A. Anantha Lakshmi, Florian Muller
뉴욕의 한 나이키 매장에 진열된 러닝화 ‘보메로 18’은 두툼한 밑창과 150달러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운동화의 혀 부분에는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는 라벨이 재봉되어 있다.
바로 그 마지막 문장이 나이키의 미래에 큰 암초로 떠올랐다. CEO 엘리엇 힐은 올해 ‘보메로 18’ 시리즈를 출시하며 타 브랜드로 넘어간 러너들을 다시 나이키로 끌어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은 전 세계 운동화 제조의 중심지이다. 그런데 이번 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에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는 러닝화를 제조할 수 있는 특수 설비도 없고, 그런 장비를 다룰 기술자들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운동화 수입 가격만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나이키는 1995년부터 베트남에서 위탁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다섯 개의 신발 공장에 외주 주문을 넣으며 시작했고, 이는 베트남의 초기 외국인 투자자로 꼽혔다. 나이키 같은 회사들 덕에 베트남은 수출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었다. 나이키는 이후 베트남에서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했다.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현재 나이키는 베트남에 신발, 의류, 장비를 제조하는 협력 공장을 130곳 두고 있다. 특히 나이키 신발의 절반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이에 비해 독일에 본사를 둔 경쟁사 아디다스는 자사 신발의 39퍼센트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미국 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트럼프가 새로 부과한 46퍼센트의 관세는 기존에 직물 운동화에 부과되고 있었던 20퍼센트의 관세 위에 추가로 얹혀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운동화의 원산지
(2022년 자료, 단위는 십억 달러)
물론 제조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일은 가능하지만, 그에 따르는 협력업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는 보통 2년이 걸린다고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공급망 연구 책임자 크리스 로저스는 말했다. 그래서 기업에서 이런 결정은 보통 5년 단위로 계획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애덤 코크레인은 베트남의 대안으로 멕시코, 브라질, 터키, 이집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지 공급업체와의 주문 계약이 장기로 체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공장 이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트럼프는 거의 모든 교역국에 최소 10퍼센트의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했다. 주요 신발 생산국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는 그보다도 3배 이상 높은 관세가 매겨졌다.
“지구를 떠나지 않고 값싼 시장을 찾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해요.” 컨설팅 회사 칸타의 유통 부문 수석부사장 데이비드 마콧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키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요일 증권시장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밝혔다. “지정학적 역학, 새로운 관세, 세금 규제, 변동성 있는 환율 등으로 운영 환경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에 타격 받는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의 생산시설 현황.
위에서부터 각 사가 (1) 관세 40% 이상 (2) 25~39% (3) 20% 미만 적용되는 지역 (4)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운영하는 공장의 수
나이키는 지난해 매출 부진을 겪었다. ‘On’과 ‘호카’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빼앗아간 탓이었다. 그래서 엘리엇 힐이 새로운 CEO로 선임됐다. 그는 나이키 인턴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평생 나이키에서만 일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지난 주 나이키 주가는 거의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증가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뿐입니다.” 투자사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딜런 카든은 이렇게 말했다. “공급업체에게 공급가를 깎으라고 하거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올리거나, 아니면 그냥 손실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죠.”
코크레인의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에 생산 기반을 둔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와 푸마가 이번 관세 이후에도 총이익률을 유지하려면 미국 내 가격을 약 20퍼센트 인상해야 한다. 다만 시장 점유율과 영업 이익에 가해질 타격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회사는 미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나이키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다.
메츨러 은행의 애널리스트 펠릭스 덴를은 아디다스가 “라이프스타일과 퍼포먼스(스포츠) 부문 모두에서 전반적인 브랜드 탄력이 좋아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디다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푸마는 비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훨씬 어려운 처지다. 프리미엄 신발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려는 시도가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푸마는 지난 목요일 CEO 아르네 프로인트를 교체했다. 푸마 측은 “우리는 다국적 생산 전략을 쓰고 있으며, 장기 협력업체들도 상당수가 여러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덴를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스포츠용품 제조사들이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단종될 수도 있다.
각 업체의 지역별 매출 변화.
나이키는 매출의 2/5 이상이 북미에서 나오는 반면, 푸마와 아디다스는 유럽 판매량이 더 높다.
트럼프의 지난 첫 임기 때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 들어가자 많은 회사들이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은 새로운 제조업 투자처로 급부상했었다. 나이키와 같은 신발 브랜드들은 베트남 현지 기업들에게만 주문을 주는 게 아니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며 나이키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제조시설이 베트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1235억 달러로 불어났다.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미국 백악관은 이 무역수지 차이를 토대로 각국의 ‘상호주의 관세’ 비율을 계산했다.
코크레인 애널리스트는 나이키 같은 운동화 브랜드들이 “주문 물량을 줄이고, 제품을 유럽, 중동, 중국 등으로 더 많이 우회 수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발의 99퍼센트가 수입된다. 카든은 이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구하려고 외국인에게 웃돈을 주던 옛 소련 사람들처럼 될 수도 있죠. 이제 미국은 철의 장막 뒤에 갇혔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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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