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게이트': 백악관 전쟁 단톡방 대화내용은? (업데이트)

2025-03-26

* 26일 수요일 애틀랜틱 지가 공개한 추가 대화 내용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미국의 시사매거진 '애틀랜틱(The Atlantic)'이 대특종 보도를 했습니다. 사실 이걸 특종이라고 봐야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기자의 의도는 상관 없이 강제로 초대된 단톡방에서 국가기밀 사항들이 줄줄 나왔기 때문입니다.


애틀랜틱 기사는 여기 있고 채팅방 대화내용은 수요일에 추가로 (회원) 공개됐습니다. 한국어 배경 설명은 여기 조선일보 기사에 잘 나와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이 실수로 내게 전쟁 계획을 보냈다"


간단히 요약드리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월츠라는 사람이 예맨에 있는 후티 반군을 폭격하는 건을 두고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실수로 애틀랜틱 지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를 초대한 것입니다. 골드버그는 3일 동안 가만히 앉아서 장관들과 대통령 보좌관들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이들은 골드버그 기자가 단톡방에 들어와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대화명이 이름의 약자인 JG로 표기되었는데 아마 같은 이니셜을 지닌 다른 누군가와 혼동했나봅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며칠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챗방에서 예고한 대로 3월 15일 미군이 후티반군을 폭격하는 걸 보고 '아 피싱 아니구나...'라고 깨닫고 기사를 썼습니다. 하필 15일은 토요일이었기에 그는 차를 몰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주차장에서 폭격 뉴스를 봤다고 합니다.


기사가 나간 후 미 국방부는 단톡방 초대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방장인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야당 민주당의 사의 압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에서 배우면 됐지 뭐'라면서 방어를 해줬습니다. 또 백악관은 이 단톡방에 올라간 내용 중에 국가기밀 사항은 없었으며 시그널이라는 앱도 민간앱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대화에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단톡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정부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트럼프가 딱히 싫어할만한 내용도 없습니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는 대목은 트럼프가 아주 흡족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내용은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는 슈퍼파워 미국이 어떻게 국방정책을 집행하는지 그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일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들이 어떤 점들을 고려하는지, 또 최종 의사결정자인 대통령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 내용을 번역합니다.



*** 후티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3월 13일 목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월츠: "여러분 - 후티 관련 조율을 위한 원칙 그룹을 설립합니다. 특히 앞으로 72시간 동안의 계획에 관해서입니다. 제 부보좌관 알렉스 웡이 차관/기관 참모장 수준의 특별팀을 구성 중이며, 오늘 아침 상황실 회의에서 나온 조치 사항들을 후속 처리할 예정입니다. 관련 내용은 오늘 저녁 늦게 전달될 겁니

앞으로 며칠간 그리고 주말 동안 우리와 조율할 각 부서의 담당자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MAR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국무부는 마이크 니덤입니다."

JD 밴스[부통령]: "부통령실은 앤디 베이커입니다."

TG [국가정보국 국장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은 조 켄트입니다."

재무장관 스콧 B [베센트]: "재무부는 댄 카츠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국방부는 댄 콜드웰입니다."

브라이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장 브라이언 맥코맥]: "NSC는 브라이언 맥코맥입니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 "******* 입니다"  (기사에서 이름 삭제)



3월 14일 금요일


마이클 월츠: "여러분, 오늘 아침 대통령의 지침에 따른 결론문과 업무 분담 내용이 여러분의 보안 메일함에 도착했을 겁니다. 

국무부와 국방부는 우리가 통보해줘야 할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국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가 오늘 오전 앞으로 며칠간의 구체적 일정을 보낼 예정이며, 국방부와 협력하여 비서실장, 부통령실, 그리고 대통령께 브리핑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겠습니다."


JD 밴스: "여러분, 저는 오늘 미시간에서 경제 관련 행사에 참석해야 해서 자리를 비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무역량 3%가 수에즈운하를 통화합니다. 유럽은 40퍼센트입니다. 대중이 왜 [미국이] 이 공격을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만, 현재 우리가 유럽에게 보내고 있는 메시지와 이번 조치가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를 대통령께서 인지하고 계신지 확신이 없습니다. 또한 유가가 중간이나 심각한 수준으로 급등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걱정이고 저는 이 방에서 합의되는 내용을 따르겠습니다. 다만 이것을 한 달 정도 미루고,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징(홍보) 작업을 하고,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조 켄트 [대테러센터 국장]: "타이밍에 민감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 달 뒤에도 우리의 옵션은 똑같을 겁니다. 이스라엘은 아마도 후티에 대해 공격을 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에게 무기를 더 달라고 할 겁니다. 그러나 그건 사소한 이유입니다. 무역량 정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게 있는데 보내드리겠습니다."


존 래트클리프: "CIA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바로 공격하도록 지원을 해드리고 있지만 공격을 늦춘다고 해도 악영향은 없을 것이고 남는 시간은 후티 리더들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쓰일 수 있을 겁니다."


피트 헤그세스: "부통령님: 우려 사항 이해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 그런 말씀을 전하시는 것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중요한 고려사항들이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경제, 우크라이나 평화, 가자 이슈 등). 제 생각에는 어떤 경우든 메시징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후티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1) 바이든의 실패. (2) 이란의 자금 지원.

몇 주나 한 달을 기다린다고 해서 근본적인 계산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더 기다릴 경우 2가지 즉각적인 위험이 있습니다: (1) 정보가 유출되어 우리가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고; (2) 가자 휴전이 무너지는 등 이스라엘이 먼저 행동을 취하거나 하면 우리가 우리 방식대로 시작할 수 없게 됩니다. 둘 다 관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제가 최종 결정권이 있다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후티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두 가지로 봅니다: (1) 국가 핵심 이익인 항해의 자유 회복; (2) 바이든이 무너뜨린 억제력 재확립. 물론 일시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시 중단한다면, 저는 100% 작전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마이클 월츠: "무역량 수치를 보면 (수에즈 운하는) 글로벌 해운의 15%에 해당하고 컨테이너선의 30%가 됩니다. 미국에 대한 수치만 따로 뽑기는 어렵습니다. 홍해를 지나거나 희망봉을 지나는 배에 실린 미국 부품들이 유럽에서 완제품이 되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오늘 공격을 시행하든 나중에 하든, 후티 반군이 보유한 대함 공격 자원, 크루즈 미사일, 드론 같은 첨단 무기에 대항할 능력이 유럽 해군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든 몇 주 후에 하든, 이 해상항로를 다시 열어야 하는 주체는 미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우리는 국방부 및 국무부와 협력하여 관련 비용을 산정하고 유럽에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소모임에서 우리가 얘기했듯이 항로가 계속 닫혀있게 놔둘 것인지 아니면 다시 열 것인지, 지금 할 것인지 나중에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불행하게도요.

메시징 관점에서 보면 유럽인들이 왜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끔찍한 이유 중 하나로 이걸 꼭 넣어야 합니다.


JD 밴스: "@헤그세스,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진행하십시다. 저는 단지 유럽을 또 구해줘야 한다는 게 싫을 뿐입니다. 

메시징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합니다."



헤그세스: "부통령님: 유럽의 무임승차를 혐오하시는 거 저도 완전 공감합니다. 정말 한심하죠.

하지만 마이크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우리 편에서는) 지구상에서 우리뿐입니다. 그 어떤 누구도 이렇게 못 합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해상항로를 재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으니,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여전히 24시간의 시간을 갖고 계십니다."


SM [스티븐 밀러 정책보좌관]: "제가 들은 바로는, 대통령께서는 입장이 클리어하십니다. 그린 라이트이지만, 우리는 곧 이집트와 유럽에 무엇을 대가로 요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또한 그 요구사항들을 어떻게 강제할 지에 대해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이 우리에게 보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 큰 비용을 들여 항행의 자유를 성공적으로 회복한다면 미국은 그 대가로 추가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어야 합니다."


피트 헤그세스: "동의합니다."



3월 15일 토요일


헤그세스: "팀 업데이트:

현재시각 (1144et): 기상상황 좋음. CENTCOM(미 중동 사령부)에게 방금 출격 허가 확인."

1215et: F-18 출격 (1번째 타격대)"

1345: 공격 가능 시간 시작. F-18 수동조작으로 첫번째 타격. 목표물인 테러리스트가 해당 장소에 있어야 함. 공격 드론도 출동 (MQ-9s)"

1410: F-18 추가 출격. 2차 타격대.

1415: 공격 드론 목표 타격. 이 때가 첫 폭탄이 떨어지는 시점이 될 것. 앞서 말한 수동조작 타격을 제외하면.

1536: F-18 2차 타격 시작. 해상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도 발사.

현재 OPSEC 클린합니다. 작전보안(operation security)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전사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JD 밴스: "승리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13시 45분 폭격 진행. 3분 후 월츠가 결과를 공유함.)


월츠: "부통령. 빌딩 파괴. 목표물 신원 여럿 확인. 피트, 쿠릴리아[중동 사령부 사령관], 그리고 정보기관들이 멋지게 해냈습니다."


JD 밴스: 뭐라고요?


월츠: "타이핑을 너무 빨리 했네요. 첫 번째 타깃인 그 쪽의 미사일 최고 책임자가 여자친구 빌딩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확인했고 그 건물은 이제 무너졌습니다."


JD 밴스: 훌륭합니다.



존 래트클리프: "좋은 시작입니다."


마이클 월츠: (주먹, 성조기, 불꽃 이모티콘)


MAR: "잘했어요, 피트와 당신의 팀!


마이클 월츠: MAL(트럼프 저택 마라라고)에 있는 팀도 수고 많았습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모두에게 축하를, 특히 현장과 중부사령부에 계신 분들께요! 정말 훌륭합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스티브 위트코프: (기도, 팔뚝, 성조기 이모티콘)


TG: "훌륭한 수행과 결과입니다!"


헤그세스: "중동사령부가 옳았었고, 지금도 옳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밤 몇 시간 더 공격이 계속될 겁니다. 전체 리포트는 내일 제공해드리겟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간도, 목표도 정확했고 결과도 좋아 보입니다."



- 단톡방 대화내용 끝 - 





오호츠크 독자님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시그널: '시그널'이라는 앱은 보안성이 좋기로 소문났기에 정부,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고위층이 많이 사용합니다. 백악관도 예외가 아니네요.

2. 팀워크: 트럼프 백악관의 팀워크가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멤버들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방향성이 같으니 시간낭비 없이 챗방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3. EU 혐오: 밴스 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내는 부분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그냥 외부에 대한 레토릭이 아니라 진짜로 이 사람들이 EU를 싫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돈도 안 내고 피도 안 흘리면서 성인군자처럼 도덕 강의나 하려고 든다고 보는 것이죠. 한국도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해 베트남전에서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싸운 내용을 상기시키는 행사를 한다든가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4. 사명감: 트럼프 내각이 고립주의 성향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대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평화는 미국이 지켜야 한다. 미국만이 지킬 수 있다'는 슈퍼히어로 같은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이모지: 마이클 왈츠가 쓴 '주먹 - 미국국기 - 불꽃' 3단 이모티콘 👊🇺🇸🔥은 인터넷 밈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폰 쓰나봅니다)

6. 메시징의 중요성: 공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참석자들은 이 공격을 국내외에 어떻게 알려야하냐는 홍보 메시징 작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격으로 몇 명을 죽이느냐보다, 이 공격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과: 이날 미군의 폭격으로 후티 반군 최소 53명이 사망했고 희생자중엔 어린이도 있었다 합니다만,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서구 언론의 반응은 미국에 호의적이었습니다.




후티 반군은 미국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이란(이슬람 시아파)의 지원을 받는 조직입니다. 전투기까지 운용할 정도로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간 이스라엘에 로켓을 쏘거나 홍해 일대에서 많은 선박들을 공격하거나 납치해왔습니다. 그래서 배들이 수에즈 운하로 지나가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또 시아파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 즉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대한 공격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화 초반 월츠가 부하로 언급하는 '알렉스 웡'이라는 인물도 흥미롭습니다. 웡은 트럼프 1기 때 북한 정책에도 관여했었고 최근에는 쿠팡의 미국 대관(로비) 담당자로 일한 바 있습니다.


- OR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