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달러 환율 내리는 '마라라고 합의', 설마 가능?

2025-03-07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간 협의를 통해 강제로 달러 환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올해 안에 환율이 1000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아직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해외 자산 가치와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플라자 호텔


2025년 3월 7일

질리언 테트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 9월 22일, 뉴욕 센트럴파크 앞에 있는 플라자 호텔은 금융계의 전설이 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 호텔에서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대표를 설득해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합의,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 이른바 '플라자 합의'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아이디어는 요즘 금융가에서 끝없는 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버딘 투자그룹은 최근 고객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마라라고 합의'라고 불리는 새로운 플라자 합의에 대한 추측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트레이더들은 올해 이런 합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마라라고는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의 저택 이름이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완전히 미친 짓으로 여긴다. 전 미국 재무부 고위 관리였던 마크 소벨은 좀 더 외교적인 표현으로 "터무니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당연하다. 최근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시도는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역풍 말이다.


  1.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통화가치에 개입하는 건 자유 시장의 철학과 충돌한다. 나팔바지처럼 한물 간 유행이다.
  2. 역사를 보면 이런 개입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 함께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플라자 합의가 그랬듯 말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의 지도자들은 이미 미국의 금융 관련 요구를 따르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중국은 훨씬 더 고집스러울 수 있다.
  3. 셋째, 관세는 보통 그 나라 통화 가치를 강화시킨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센트는 작년에 맨해튼 연구소에서 관세의 영향 중 3분의 2가 통화 강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달러의 평가절하 시도와 모순된다.
  4. 넷째, 관세가 주식 시장 붕괴나 경기 침체를 촉발한다면 (상당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중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트럼프의 야심찬 포부를 억제할 수 있다. 적어도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역풍들이 마라라고 합의라는 아이디어를 죽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경제팀은 최근 몇 년간의 주류 정책 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어, 위의 네 가지 이슈를 다르게 해석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팀의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첫째, 트럼프 팀은 금융 정책 개입을 구시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과 무역의 대대적인 재편을 강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의 에세이를 꼭 읽어봐야 한다.


둘째, 트럼프의 모든 참모들이 주식 시장 하락이나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관세가 초기에 일부 경제적 고통을 야기할 것임을 항상 알고 있고, 이를 트럼프 임기 초기에 처리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일부 관리들은 경기 침체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들은 경기 침체의 충격이 다른 국가들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더 빨리 강제하고 미국의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약화된 달러 가치가 미국의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면, 낮은 자산 가격은 미국 경제를 괴롭혀 온 과도한 금융화를 상쇄할 것이다.

"트럼프 팀은 단기적인 금융 경제보다 중장기적인 실물 경제에 훨씬 더 신경을 씁니다." 미란이 인용한 '마라라고' 보고서를 발표한 연구 제공자 엑스 우노 플루레스의 창립자이자 CEO인 졸탄 포자르가 말했다. "이는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에 관한 것입니다."


셋째, 미란의 에세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초기에는 달러 가치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그는 정부가 다른 정책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마라라고 합의의 개념은 단지 통화정책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떠도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나 단기 국채, 심지어 금을 장기 또는 영구 달러 채권으로 '교환하도록 장려'할 것이며, 이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환매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미국의 재정적 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의 우위를 유지하고 미국이 달러화를  약화시킬 수 있게 할 것이다. 또는 작년에 베센트가 말했듯이, 달러화의 평가절하와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상호 배타적인" 목표가 아니다.


넷째, 트럼프의 행동이 동맹국들을 소외시키더라도, 그의 참모들은 관세 충격이나 다른 어떤 위협을 통해 동맹국들이 합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더 구체적으로, 베센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를 "빨간색"(적), "녹색"(친구), "노란색"(중간) 중 어느 박스에 들어갈지 선택하게 만들 것이다.

"녹색"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관세 완화 조치를 받지만, 그 대신 통화에 대한 합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는 일부 "노란색" 국가나 심지어 "빨간색" 국가들과도 거래적 합의를 할 수 있다. 베센트의 생각에 따르면 마라라고 합의에는 두 단계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동맹국들과의 합의 단계, 두 번째는 다른 나라들과의 합의 단계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설령 일어난다 해도,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계획들이 너무 잘못된 방향이어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마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최근 행동이 단지 변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의 팀은 비전과 그 비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내부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현재의 혼란은 그저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베센트가 작년에 글로벌 금융 및 무역 시스템을 위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재조정을 원한다"고 선언했을 때, 그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관세 쇼크는 더 큰 드라마의 전조일 수 있다. 우리는 플라자 합의 기념일인 9월 22일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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