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업 Arm CEO 인터뷰: ‘우리 세대에 암은 해결될 것’

2025-02-21


Arm은 엔비디아 진영과 경쟁하는 또 하나의 거대 반도체 진영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Arm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AWS가 새로 설계하는 Grace CPU,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 삼성의 갤럭시s25 에 들어가는 퀄컴 칩 또한 Arm 라이선스를 구매해 개발합니다.

AI 시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자동차 등에서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Arm 기반의 칩셋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칩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거대한 칩들은 데이터센터에서 거대한 AI 모델들을 구동할 때 쓰고, Arm의 작고 빠른 칩들은 핸드폰이나 자동차, 시계에서 작고 똑똑한 AI 모델들을 구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Arm CEO의 FT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2025년 2월 10일

Matthew Garrahan


2주 전 아침, 르네 하스는 평소처럼 실내자전거를 타며 CNBC를 시청했다. Arm Holdings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테크 업계가 전부 타격을 입은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TV 화면에 온통 빨간색이 가득한 마이너스였어요. 모든 게 폭락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죠. ‘정말로?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날 반도체 시장의 공황은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새로운 모델 발표에서 비롯됐다. 딥시크는 OpenAI의 ChatGPT 최고 성능 모델에 견줄 만한 성능을 지닌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겁에 질렸고, AI 애플리케이션 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의 거의 6000억 달러(약 900조 원)를 잃었다. 2022년부터 하스가 이끌어온 Arm의 주가도 약 10% 하락해 시가총액 약 170억 달러가 사라졌다(이후 주가는 회복됐다). Arm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의 필수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와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안드레센이 딥시크을 AI의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하스는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요, 이 분야는 너무나 빠르게 움직여서 이 기사가 나올 때쯤이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딥시크 자체가 놀라운 사건임은 인정했다.


"첫째, 오픈소스 모델이 이론상으로는 비공개 모델에서 최고 성능을 가진 추론 모델을 따라잡았다는 점입니다." ChatGPT와 같은 모델들은 회사의 내부 비밀이 가득한 비공개 모델이지만, 딥시크은 자사 모델의 연구 내용과 작동 방식을 대부분 공개했다. 하스는 이 모델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점도 엄청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AI의 모든 혁신과 발전은 실리콘밸리가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스는 딥시크가 미국산 모델들의 훈련 비용과 비교가 안 되는 560만 달러로 개발되었다는 주장에는 시큰둥했다. "그 적은 예산으로 이 모든 걸 해냈다는 소문들은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의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 같아요"


하스는 AI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설비투자 동향을 주시하라고 조언했다. "석탄 광산의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카나리아처럼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테크 기업 CEO들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순다르 피차이, 마크 저커버그가 '내가 예정했던 800억 달러 설비투자를 3분의 2로 줄이겠다'고 말하는 순간이에요."


하스는 또 딥시크의 방법론이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가 다른 AI 모델로부터 학습하는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딥시크의 성능 벤치마크가 공개된 며칠 후, OpenAI는 딥시크가 자사의 ChatGPT 독점 데이터를 모델 훈련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스는 딥시크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워싱턴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틱톡도 허용하지 않으려는데, 이걸 허용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는 이것이 자신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특별한 정보에 근거한 것은 아닙니다."


Arm은 기술 생태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뿌리는 BBC 마이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영국 대부분의 학교 교실에서 볼 수 있었던 이 회사의 컴퓨터는 최초의 Arm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그런 다음 1990년 Arm의 창업자들은 영국 케임브리지셔의 한 칠면조 농장 자리에 회사를 따로 차렸다. 지금은 단종된 애플의 휴대용 기기 '뉴턴'과 초기 핸드폰에 자사의 칩 설계를 공급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이끌었을 때도 Arm을 선택했다. 이후 Arm의 칩 설계를 따라 만들어 출하된 기기는 약 3000억 대에 달한다.


하스는 매우 키가 크며, 이날 인터뷰에서는 세련된 쿠반 힐 신발을 신어 더욱 커 보였다. 그는 2013년에 Arm에 합류했고 CEO가 된지도 곧 3년이 된다. 이전에는 엔비디아에서 7년간 근무하며 CEO 젠슨 황과 긴밀히 일했으며,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경력을 시작했지만, 컴퓨터와의 인연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유대인인 하스의 아버지는 1930년대 초 가족 몇 명과 함께 어린 나이에 포르투갈로 탈출했다. "아버지는 포르투갈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두 분은 미국으로 이주해 결국 뉴욕 북부에 정착했어요. 아버지는 제록스의 연구부문에서 일했죠." 그는 이를 '전형적인 미국 이민자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제록스의 그 부서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서부 해안에도 연구소가 있었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전설에 나오는 젊은 스티브 잡스가 1979년 처음으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본 팔로알토의 제록스 연구소였다. 하스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이 연구소를 방문했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았어요. 컴퓨터, 게임, 다른 사람들과의 통신... 이게 50년 전의 일입니다."


그 후 2006년 하스는 엔비디아에 입사했다. 당시 엔비디아의 매출은 약 40억 달러였고, 시가총액은 약 100억 달러였다. 현재는 딥시크 사태 이후에도 3조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스는 젠슨 황 회장과 긴밀하게 일했다. 최근 황 회장은 하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도 출연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의 엔비디아는 '열정이 넘치고 체계 없는' 회사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반도체 시장은 인텔이 선두했고, 엔비디아는 한참 아래였다. 이 두 회사는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위치가 바뀌게 된다. "인텔은 관료적이었어요.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렸죠." 반면 엔비디아는 달랐다. "엔비디아의 비결은 전략과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었죠. 젠슨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고 회사가 그의 뒤를 믿고 빠르게 따랐다는 겁니다."


하스가 Arm으로 옮겼을 때, 이 회사는 런던과 나스닥에 동시 상장되어 있었다. 3년 후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에 주식을 전부 인수했다. 소프트뱅크의 CEO였던 손정의는 회사를 둘로 쪼개길 원했다. 한쪽은 'IoT, 사물인터넷'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다른 쪽은 하스에게 운영을 맡긴 전통적인 칩 설계 사업이었다.


"손정의 회장은 우리가 매우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점유율에 비해 가치를 충분히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손회장은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비전펀드도 했고, 위워크도 인수했고, T-모바일과 스프린트간의 합병도 성사시키려 했죠. 수백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행운이었다. 하스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수 있었고, 성공했다. 그는 먼저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집었다. 선불 라이선스 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자사의 칩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더 높은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까지 Arm은 믹서기에 들어가는 칩이나 고급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칩에 사용료를 거의 비슷하게 부과하고 있었다. 하스는 이를 '미친짓'이라고 표현했다. 회사를 비즈니스 분야에 맞춰 세분화했다. 서버용 사업부, 자동차용 사업부 등을 새로 만들었다. '각자의 가치에 걸맞도록' 칩의 라이센스 가격을 매겼다.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하스가 판매 모델을 Arm에 더 유리하게 만들었지만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확신했다. "즉각적인 성장은 없었지만, 곧 성장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당장의 성장이 보이지 않자 소프트뱅크의 손회장은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손정의가 원하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유일한 입찰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었다. 하지만 그 인수 협상은 규제 당국의 반독점 문제로 결렬됐다. 하스는 항상 규제 당국이 '옳은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정말 옳은 판단을 했다고 믿습니다. Arm의 광범위한 시장 점유율이 한 고객사의 손에 들어간다면 다른 업체들에게는 결국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이후의 진행 상황은 엔비디아에 매각하지 않은 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증명했다. 소프트뱅크는 결국 영국 정부의 런던 주식시장 상장 요청을 거절하고 Arm을 미국 나스닥에 재상장했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았고 하스가 CEO가 된 지 3년도 되지 않았지만, 회사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가총액이 약 175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AI에 대한 시장의 열광이 도움이 됐을 수 있지만, 하스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확실히 Arm을 변화시켰다. 이제 다음 도약이 어디서 일어날 것인가가 관건이다. Arm이 자체 칩 제작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이는 기존의 사용료와 라이선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완전한 변화를 의미한다. 하스에게 언제쯤 실현될지 물었지만, 그는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Arm은 트럼프가 취임 이틀째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일원이다. OpenAI도 이 컨소시움의 핵심 멤버다. Arm과 함께 직장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세대의 AI '에이전트' 플랫폼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하스는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AI 혁명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닷컴 버블과 버블이 터진 후 등장한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AI가 의학 분야에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을 이야기할 때 특히 상기됐다.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때 어떻게 하나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에 동물 실험을 하죠. 이건 1950년대 방식입니다. AI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습니다."

하스는 DNA와 RNA 연구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농장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가 1750억 달러의 거대한 기업이 된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던 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우리 생애에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건 매우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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